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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탐가 Nov 02. 2021

이혼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행동의 기술 #1   결혼도 훈련이 필요하다

결혼을 하는 순간,

이혼 학교에 입학한 기분!


내가 지난했던 28년간의 결혼 생활을 통해 느낀

한 줄 총평이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기까지 잘 살라는 주례사가 한창 때 결혼한 나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결혼생활의 낯섦을 감당해야 했다.


혼자가 아니고 둘이고 싶어서 한 결혼이었는데

막상 둘이 되니 힘든 상황이 더 많다.


화장실 사용법.

밥 먹는  법.

TV 시청하는 법.

대화하는 법.

이해하는 법


가치관이 달랐고

생활방법이 달랐고

생각이 달랐기에

그것을 맞춰나가는 모든 과정들이 전쟁을 불사할 만큼

치열했다.


그렇게 부딪치며 다다른 생각의 끝은

이혼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결혼과 동시에 이혼 학교에 입학했다.


이혼 학교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강도 높은 이혼에 대한 갈망이 생겨난다.

남편이 남의 편이 되는 시간들이 켜켜이 쌓이며

누적된 상처들이 빛을 발한다.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상처가 또 생겨나니

시간이 흘러갈수록 상처가 아물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곪고 썩어 문드러진다.

그렇게 이혼 학교는 활성화된다.

급기야 황혼이혼이라는 위기를 맞이하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도대체 왜 결혼과 동시에 이혼 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것일까?

(물론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의견일 수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결혼에 대한 준비작업이 전혀 없다.

우리는 결혼이 뭔지? 부부가 뭔지? 잘 모른 채 결혼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은 부모를 떠나 남자와 여자가 하나 됨을 이루는 과정이다.

하지만 작금의 결혼의 형태는 부모를 떠난다기보다

부모와 한 몸을 이루며 서로의 가족과도 결혼하는 형태가 많다.

특별히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이혼 사례들을 보면 시댁 식구나 처가 식구와의 갈등 때문에 이혼하는 사례들이 많다.

오죽하면 결혼은 둘이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하는 것이란 말까지 있을까?


진정으로 행복한 결혼생활은 어른이 된 남자와 여자가 가정을 꾸리며 서로를 이해하며

존중하고 배려할 때 이루어진다.

결혼이 무엇인지 명확한 인지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의 가족까지 끌어안아야 하는 문제는 둘이 하나가 되기도 전에 너무 큰 문제로 다가온다.


결혼을 하기 전,

결혼에 대해 더 깊이 얘기를 나눠보는 것이 좋을 거 같다.

결혼을 하기 전,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 좋거 같다.

예를 들면

싸워도 반드시 한 침대 쓰기,

서로에게 존댓말 하기,

싸워도 해가 넘어가기 전에 반드시 화해하기

서로를 비난하는 말이나 행동은 삼가기

서로의 가족을 비난하지 않기

하루에 10분 이상은 무조건 대화하기


등등 서로 이해할 수 있는 행동들이 뭐가 있을까 고민해보고

결혼하기 전부터 행동하며 훈련해보면 좋을 거 같다.


스물네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결혼에 대한 지식도 없이,

주변의 권고도 없이,

급작스럽게 준비도 없이 시작된 결혼은

동시에 이혼 학교의 시작이었던 것처럼

준비 없는 결혼이 아니라

준비된 결혼을 함으로써

이혼 학교 자체에 입학하지 않는 결혼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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