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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탐가 Jul 13. 2022

어머니는 다 말아드셨다.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

남들 다하는 외식 몇 번 한 적이 없었고

일터에 나가신 어머님 집에 없으면 

언제나 혼자서 끓여먹었던 라면

그러다 라면이 너무 지겨워서

 맛있는 것 좀 먹자고 대들었어

 그러자 어머님이 마지못해 꺼내신

 숨겨두신 비상금으로 시켜주신

 자장면 하나에 너무나 행복했었어 

하지만 어머님은 왠지 드시질 않았어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god 어머님께 중에서 발췌-




"어머니, 어머니는 왜 밥을 그렇게 드세요?"


우리 어머니는 국에 밥은 물론 온갖 반찬을 다 넣어서 말아 드셨다.

오늘 아침, 밥을 먹다가 그 모습이 이상해서 내가 여쭤보았다.

그랬더니 우리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


"음. 내가 좀 짜게 먹어. 그래서 이렇게 다 말면 간이 좀 맞는 거 같아."


'아~ 그렇구나~'


처음에는 그냥 그렇게 넘어갔다.

그런데 설거지를 하면서 나는 계속 의문이 들었다.


"짜게 먹으면 소금을 넣든지, 간장을 넣든지, 그렇게 간을 맞춰야 맞는 거 아닌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계속된 질문에 '아~'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쯧쯧쯧~' 혀를 차게 됐다.


어머니가 너무 안타까워서.


어머니는 스무 살 갓 넘어 시집을 왔다.

아버지는 결혼하자마자, 군대에 가셨고

그 사이 임신을 한 어머니는 아버지의 형님댁에 머무르며 시집살이를 해야 했다.

어머니만큼이나 장성한 조카들이 넷이나 됐으니 

그 뒷바라지가 장난이 아니었을 듯싶다.

어머니는 그때 일을 종종 말씀하시곤 했다.


"내가 부뚜막에서 밥을 먹었어. 빨리 먹는 습관도 그때 들인 거야. 

밥을 빨리 먹고 움직여야 했으니까."


문득 그때 말씀하셨던 일이 생각나면서, 

나는 설거지를 하면서 계속해서 던진 질문에 답을 찾은 것이었다.


'부뚜막에 앉아서 밥을 드셔야 되니까, 국물에 밥을 말고, 

온갖 반찬을 조금씩 넣어서 드실 수밖에 없었겠구나! 

그러면서 입맛도 짜게 변할 수밖에 없으셨을 테고!'


그렇게 내 머릿속에 만삭이 된 채 작디작은 스무 살 갓 넘은 어머니가 

부뚜막에 앉아 밥을 먹는 모습이 눈에 선연이 그려졌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쯧쯧쯧' 혀를 차게 된 것이다.


설거지를 마치자마자 어머니에게 달려갔다.


"어머니, 여기 앉으셔봐요. 내가 찾아냈어."


나는 신이 나서 어머니와 마주 앉았다.


"어머니가 국에 밥과 반찬을 다 말아드시는 이유를 알게 됐어요. 

옛날에 큰 집에서 시집살이 하실 때 부뚜막에서 밥을 드셨잖아요. 

그때, 국에 밥과 반찬을 다 말아 드시지 않았어요?"


그렇게 시작된 어머니의 옛날 얘기.

어느새어머니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나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두드려주며 한마디 했다.


"고생하셨어요. 어머니!"


이 한마디가 어머니의 고단했던 인생길에 위로가 되길 간절히 바라며

나는 어머니 방을 나왔다.




책상 앞에서 글을 쓰면서, 돌아가신 친정엄마가 생각이 났다.

폐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마지막 식사 대접을 하면서 

나는 그때 엄마의 밥 먹는 모습을 싫어했다.

엄마는 밥을 드실 때, 팔로 자신의 밥그릇을 감싸듯이 먹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리시며 눈치를 보셨다.

나는 그 모습이 마치 밥 한 그릇에 욕심 내는 거 같아서 

그런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한참만에 깨달아 알아진 것이 있었다.


시장통에서 직접 농사지으신 채소를 파셨던 엄마는 

끼니를 시장통에서 때우셔야 했다.

그때, 한 끼의 끼니를 때우기 위해 국에 밥을 말아 드시며 

남들이 볼까, 팔로 밥그릇을 가리고 밥을 드셨던 것이다. 

그리고 힐긋힐긋, 행여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볼까 봐 그렇게 밥을 드시던

습성이 남아 있으셨던 것이다.

어느 날, 문득 떠오른 엄마의 시장통에서의 젊은 날을 떠올리며

엄마의 밥 먹는 모습을 싫어했던

내가 얼마나 치졸한 인간이었는지 알고 대성통곡하며 울었던 적이 있었다.

그 경험이, 오늘 우리 시어머니를 이해하는 토대가 된 거 같다.




이 땅의 어머니들, 지난한 고통의 무게가 남달랐던 세월을 견뎌내시며 살았던 분들.

그분들의 식사 습관이 우리 눈에는 비록 비루하게 보일지라도 우리는 이해해야 한다.

그분들의 희생과 사랑이 있었기에, 여유 있게 젓가락질을 하며 

밥과 반찬을 따로따로 먹을 수 있는 우리가 될 수 있었음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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