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빔과 라헬, 야곱 <4>

#야곱의 설움

by 글탐가


이 드라마는 성경을 토대로 작가의 드라마 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이므로 신학적 기준으로 보지 않기를 바랍니다. ^^


<작가 의도>


드라빔을 훔친 라헬은 라반을 속이고 드라빔을 지킨다. 라헬이 드라빔을 훔쳐야만 했던 이유를 통해 하나님의 상속권은 하나님의 자녀들, 즉 믿는 자들에게 있음을 말하고 싶다.


<등장인물>


야곱

사랑하는 아내 라헬이 라반의 드라빔을 훔쳤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했다. 그렇게 그는 드라빔을 훔친 사람은 죽을 거라고 선언하는데, 실제로 그의 선언이 이루어져 훗날, 라헬은 베냐민을 낳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라반

끝내 사라진 드라빔을 찾지 못한 채 라반은 야곱과 두 딸과 손자들을 떠나보낸다.


라헬

드라빔을 숨기고 끝내 아버지의 드라빔을 지켜낸다. 그렇게 그녀는 야곱과 함께 야곱의 고향으로 제 갈 길을 간다.


<줄거리>


“이제 우리가 우리 아버지의 집에서 받을 몫이나 유업이 더 있겠습니까?”


야곱이 고개를 저었지만, 라헬의 생각은 달랐다.


‘엄밀히 따지면 지금 아버지의 모든 소유는 남편의 것이야.’

라헬도 아버지의 양을 치고 있었기 때문에 라헬은 아버지의 소유가 적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 야곱이 아버지의 양을 치면서부터 양들이 번성하기 시작했다. 풍성하고 부드러운 양털도 비싼 값으로 팔려나갔고, 또 무엇보다 양들이 생육하고 번성했다.


야곱이 일하는 것을 지켜본 라헬은 야곱의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게다가 양들의 습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어서 그들을 살찌고 새끼를 많이 낳게 한다는 것을 잘 알았다.


‘남편이 없었다면 아버지가 지금처럼 부자가 되지 않았을 거야. 그럼에도 아버지는 야곱을 노예 부리듯 하고, 품삯도 제대로 쳐주지 않았단 말이야. 그뿐만이 아니라 야곱이 나를 원해서 아버지를 위해 일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언니 레아를 야곱의 아내로 먼저 주었단 말이야. 난, 아버지의 재산이나 유업이 모두 남편의 소유가 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해.’

라헬을 그렇게 결론 내리고, 집안의 상속권의 표식인 드라빔을 몰래 훔칠 결심을 했다.

야곱이 서둘러 길을 떠날 차리를 했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라헬은 라반이 양털을 깎으러 간 사이에 야곱이 떠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야곱도 라반 몰래 이곳을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 떠납시다. 당신의 아버지가 양털을 깎으러 갔소.”


라헬은 남편의 말을 들으며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라헬은 야곱과 레아가 아이들을 낙타에 태우고 가축들을 챙기는 어수선한 틈을 타서 잽싸게 라반의 장막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드라빔을 훔쳐서 나왔다.


“어디 갔다 왔소? 서둘러 출발합시다.”


라헬은 침착하게 미소를 짓고는 야곱이 태워주는 낙타에 올랐다.

그렇게 드라빔을 훔쳐 길을 떠났는데, 라반이 그들의 뒤를 따른 것이다.


“도대체 내 드라빔은 왜 훔쳤느냐?”


“만약 외삼촌의 우상 신을 갖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신다면 그는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라헬은 장막 안에서 라반과 야곱의 이야기를 듣고는 잽싸게 드라빔을 챙겨 낙타의 안장밑에 넣고 그 위에 올라타 앉았다. 라헬은 들킬까 봐 긴장했지만, 침착하려 애썼다.

라반은 야곱의 장막과 레아의 장막을 뒤졌다. 그곳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두 여종의 장막에 들어가서 드라빔을 찾아보았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이제 남은 곳은 라헬의 장막뿐이었다.

라반은 설마, 라헬이 훔쳤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라헬의 장막에 들어갔다. 라헬은 앉아서 아버지를 맞이했다. 그녀는 라반에게 재빠르게 말했다.

다운로드 (6).jpg Giovanni Battista Tiepolo/ 18th- century


“내 주여, 제게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저는 지금 월경을 하고 있어서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라반은 라헬의 장막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드라빔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라반이 작게 한숨을 내쉬고 밖으로 나가자, 라헬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야곱은 장막 안에서 나오는 라반을 보자, 화를 내며 말했다.


“제가 무슨 잘못이 있고, 또 제게 무슨 죄가 있다고 외삼촌께서 불길처럼 저를 추격하신 것입니까?”


라반은 야곱의 원망 섞인 말에 딱히 말을 하지 못했다.

야곱의 원망 섞인 말이 이어졌다.


“외삼촌께서는 제 물건들을 다 뒤져 보셨습니다. 외삼촌의 집에 속한 물건을 찾으셨습니까? 여기에서 그것을 외삼촌의 형제들과 제 친족들 앞에 내놓아 보십시오. 그들이 우리 둘 사이에 판단할 수 있게 말입니다.”

라반은 증거가 없었으므로 그저 야곱의 말을 듣고만 있어야 했다.


“제가 외삼촌과 지낸 것이 20년입니다. 그동안 외삼촌의 양과 염소가 유산한 적도 없고 제가 외삼촌의 양들을 잡아먹은 적도 없습니다. 들짐승에게 찢겨 죽임을 당한 것은 제가 외삼촌께 갖다 드리지 않고 제가 그것을 보상했습니다. 그러나 외삼촌은 밤이든 낮이든 도둑을 맞으면 그것을 제게 물어내게 하셨습니다.”

야곱은 그동안의 설움이 복받쳤는지 다 토해내며 말했다.


“낮에는 너무 뜨거워 견디기 어렵고 밤에는 너무 추워서 제대로 잠도 잘 수가 없이 지낸 게 제 처지였습니다.”

야곱은 양을 치기 위해 들에서 견뎌야 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서러운 듯 말했다.

“제가 외삼촌의 집에서 지낸 20년 동안 저는 외삼촌의 딸들을 위해 14년, 그리고 외삼촌의 양들을 위해 6년 동안 외삼촌을 섬겼습니다. 그런데 외삼촌은 제 품삯을 열 번이나 바꾸셨습니다.”


라반은 민망한 듯 야곱의 눈길을 피했다.

그동안 눌러왔던 야곱의 원망은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제 아버지의 하나님, 아브라함의 하나님, 곧 이삭이 경외하는 분께서 저와 함께 하지 않으셨다면 외삼촌께서는 분명히 저를 빈손으로 보내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제가 고난당한 것과 제가 수고한 것을 보시고 어젯밤 꿈에서 외삼촌을 꾸짖으신 것입니다.”


야곱이 하나님 얘기를 꺼내자, 라반은 두려웠다.

어젯밤 꿈에 하나님의 음성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게 들리는 듯했다.

라반은 야곱에게 달래듯 말했다.

“이 딸들도 내 딸들이요, 이 아이들도 내 손자들이며 이 양들도 다 내 양들이다. 네가 보고 있는 모든 것들은 다 내 것이다. 내가 오늘날 내 딸들이나 내 딸들이 낳은 내 손자들에게 어떻게 하겠느냐? 자, 너와 나 사이에 언약을 맺고 그것을 우리 사이에 증거로 삼도록 하자.”


기다렸던 말이었다.

야곱은 라반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 바뀌지 않도록 돌을 가져다가 기둥을 세웠다.

그리고 친족들에게도 말했다.


“돌들을 모으라.”


친족들은 야곱의 말대로 돌들을 가져다가 쌓았다. 그리고 그 돌무더기 옆에서 음식을 먹었다.


“이 돌무더기를 여갈사하두다 라고 부르겠다.”


그 말은 아람 말로 증거의 무더기라는 뜻이었다.

그러자 야곱이 그 말을 받아, 히브리어로 말했다.

“나는 이 돌무더기를 갈르엣이라 부르겠습니다.”


갈르엣은 히브리 말로 증거의 무더기란 뜻이었다.

“이 돌무더기가 오늘 너와 나 사이에 증거가 될 것이다.”

라반이 말했다.


“우리가 서로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여호와께서 너와 나 사이를 지켜주시기를 바란다.”


그 말로 인해, 그곳을 미스바라고도 불렀다.

미스바는 망대, 망보는 곳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라반이 미스바의 의미를 되새기며 말을 이어갔다.

“네가 만약 내 딸들을 박대하거나 내 딸들 외에 다른 아내를 얻는다거나 하면 비록 우리 사이에 아무도 없어도 하나님께서 너와 나 사이에 증인이 되실 것이다.”


라반이 야곱에게 계속해서 말했다.


“여기 내가 너와 나 사이에 세운 이 돌무더기와 기둥을 보아라. 이 돌무더기가 증거며 이 기둥이 증거다. 내가 이 돌무더기를 지나 네게로 가지 않을 것이며 너도 이 돌무더기와 기둥을 지나 나를 해치러 오지 말아야 한다. 아브라함의 하나님, 나홀의 하나님, 그들 조상의 하나님께서 우리 사이를 판단하시기를 빈다.”


야곱은 라반의 말을 받아, 자기 아버지 이삭이 경외하는 하나님의 이름을 맹세했다.


야곱은 그 산에서 제사를 드리고 자기 친족들을 불러 빵을 먹었다. 그렇게 그들이 함께 식사를 한 뒤 그 산에서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라반이 일어나 자기 손자들과 딸들에게 입 맞추고 그들을 위해 복을 빌어주었다. 라반이 길을 떠나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야곱 역시 자기 길을 갔다.

라헬은 아버지에게 들키지 않은 드라빔이 자신의 품속에 있음을 생각하며,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그들은 다시 먼 여정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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