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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탐가 Mar 15. 2019

감성이 사라진 작가

#1. 어찌 글을 쓸꼬?


우리 회사에서 만든 나의 직함


'내가 작가 맞나?'


요즘 나는 이런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이유인즉 요즘 나의 감성이 사라진 느낌 때문이다.

출판사 대표로 3년 차를 접어들다 보니 이런저런 상황 가운데서 냉철하고 단호한 결정을 내려야 할 가 많다.

그러다 보니 점점 나의 감성이 메말라가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면 나에게 이런 변화가 있다.


예전에 함께 일하던 작가가


"대표님! 저 요즘 이런 거 때문에 많이 힘들어요."

라고 말하면


"그래... 나도 그런 거 때문에 힘든 적 많았어. 어떡하냐? 힘들어서..."


이런 식이 었다면, 지금은...


"다 힘든 거야. 그냥, 견뎌내고 뚫어내. 그래야 성장이 있어."


이런 식이다.


최근에 내가 가장 자주 쓰는 말이


"야~ 그냥 뚫어내."


란다. 이 이야기는 자유로운 우리 직원들에게서 들은 말이다.


"내가? 진짜?"


처음에 이렇게 반응한 나였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니 정말 그런 말을 자주 한 거 같다.

 화장실 아니고 뭘 뚫어내란 건지?

어찌 됐든 직원들은  나의 이 말이 재밌는 듯

 회의할 때 우스개 소리로 잘 활용해서 사용한다.  


회의하다 뭔가 조금 답답한 상황이 오면


"야! 일단 그냥 뚫어!"


대충 이런 식으로 자기들끼리 농담처럼

내 흉내를 내기도 한다.

심지어 버젓이 내가 있는데도 말이다.

물론, 나도 함께 낄낄거리며 웃는다.


어찌 됐든 "그냥 뚫어내!"라는 말속에는

이제는 공감 능력보다는 해결 능력을 발휘하고 싶은 내 본능이 함께 작동하는 거 같다.


예전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였는데

그때 나는 '금성에서 온 여자'에 속했다.


 금성에서 온 여자는 어떤 문제가 닥쳤을 때 그 문제를 해결 받고 싶어 하기보다는 자신의 문제를 수다 떨듯 이야기하면서 그 문제로 받은 스트레스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

문제는 해결됐지 않았지만 여자는 그 과정을 통해서 충분히 위로받은 것으로 문제의 해결점을 찾는다.


 '화성에서 온 남자'는 여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여자의 감정을 읽어주기보다 여자의 문제를 해결할 해결책을 궁리하고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여자에게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때부터 두 사람은 소통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예전에 읽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너무 명확하게 설명해준 거 같아서 기억하고 있다.

어찌 됐든 예전의 나는 금성에서 온 여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화성에서 온 남자에 가깝다. (물론 난 여자다)

직원들이 나에게 상담을 할 때 그들이 힘든 부분을 공감해주기보다 오히려 해결할 대안을 먼저 제시한다.

문제는 해결책은 나왔는데 뭔가 시원하다기보다 왠지 그 고민을 얘기했던 직원과 관계가 틀어지고 소통이 단절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물론 회사 대표로 화성에서 온 남자처럼 해결을 위한 전략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거 같다.

하지만 가끔씩은 '마음을 먼저 읽어줄걸!' 하고 후회하는 날도 많다.


실제로 나를 아시는 지인분께서도 내가 많이 변했다고 한다.



현재 난 드라마 집필 중이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조금 심각해졌다.

작가로서는 화성에서 온 남자보다 금성에서 온 여자의 역량을 발휘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안 풀어지지 머리를 싸매고 있다가 예전에 써 놓은 작품들을 보고

화들짝 놀란다.


"내가 이렇게 잘 썼단 말인가?"


물론 내가 놀란 이유는 상대적 비교이다.

감성이 부족한 지금의 내가 쓰는 글과 예전의 글을 비교해보니

예전의 글참 잘 썼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됐든 난 요즘 이성과 감성, 두 개의 성(?) 사이에서 균형감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어찌 보면 브런치에 글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이 작업도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나의 감성을

깨우고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인 거 같다.


'어찌 글을 쓸꼬?'


심히 고민 중인 감성이 사라져 가는 작가의 넋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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