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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탐가 Apr 29. 2021

실패는 하나님의 응답이었다

#거짓 자아에 속아 넘어간 시간들이었음을 깨닫는 시간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갈라디아서 2장 20절)


내가 신앙생활에 막 접어들면서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말씀이

바로 갈라디아서 2장 20절 말씀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힐 수 있지?'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란 도대체 뭘까?'


그렇게 질문을 던져봤지만 어리고 어리석은 나의 첫사랑 신앙으로는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는 말씀이었다.

그런데 계속해서 이 말씀이 나를 따라다녔다.

설교 말씀을 들을 때도 나왔고,

극동방송을 들을 때도 나왔고,

또 성경을 펴도 이 말씀이 나왔다.


이쯤에선 하나님께서 이 말씀을 통해

나에게 하실 말씀이 있는 게 분명하다는 것을 눈치채야 했다.


"주님! 이 말씀을 통해 저한테 깨닫게 해주고 싶으신 것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제가 따르겠나이다."


한마디로 너무 용감했던 기도였다.


이렇게 기도한 후, 이 기도의 응답이 13년에 걸쳐 이루어졌음을 훗날 깨달았다.


사실, 나는 잘 모르지만 아직 기도의 응답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13년이 더 걸릴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미리 말씀드린다.

어찌 됐든 이 기도를 한 후, 어언 13년 만에

난 겨우 이 기도의 의미를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다는 것!'


그것은 나의 자아가, 나의 의가 죽어야 한다는 의미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지식적인 이론이 아니라 삶의 실체가 되기까지는

엄청난 깨어짐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하나님과 첫사랑에 빠진 후, 나는 나름 열심을 내며 신앙생활을 했다.

하나님의 비전이 나의 비전이 되길 원했고

하나님의 마음을 닮고 싶어 발버둥 치기도 했다.

미디어를 이끌 다음 세대를 양성하겠다면 작가팀을 결성하기도 했고

출판사를 운영하며 하나님을 증거 하는 책을 남기려고 애쓰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가 애쓰면 애쓸수록 결과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재정의 위기에 빠지기도 했고,

관계의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했다.


'주님의 길을 간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길인가?'


'이것이 나의 십자가의 길인가?'


나는 항상 거룩한 길 위에 서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거룩함으로 포장한 나의 신앙의 길을

하나님께서는 계속 실패를 경험케 하셨다.


고백하건대, 하나님을 향한 숱한 원망의 기도를 했다.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세요?

제가 뭘 잘못했는데요?

저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열심을 내는데

하나님은 나를 왜 도와주지 않으세요?

왜 자꾸 실패하게 만드세요?"

전능하신 하나님이 손 놓고 계신다고 생각했으니

하나님을 원망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패를 거듭할수록 내가 깨닫게 된 것은

이 모든 것이 하나님 나라를 위해,

십자가를 짊어지고 있다는,

거룩함으로 포장된 거짓에,


내가 속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깨어지고 깨어질수록 내가 알게 된 진실!


나는 결코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살지 않았다.


하나님 나라를 빙자해, 내가 왕 노릇 하는 나의 나라를 건설해가고 있었다.

중요한 건, 나는 결단코 내가 속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이다.


실패가 거듭될수록 나를 속였던 거짓 자아들이 드러났다.

하나님께서 실패를 통해 깨닫게 하신 것은

나의 거짓 자아를 십자가에 못 박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의 의가 앞서게 만들어 나의 왕국을 건설하고

내가 하나님 보좌에 앉는 교만의 죄를 저질렀음을 회개해야 함을 알게 됐다.


'실패는 하나님의 응답이었다.'

 

13년이란 기나긴 세월 동안 하나님께서 나에게 허락하신 실패의 시간들!


그 시간들은 나의 자아가, 나의 의가 십자가에 못 박히는 시간들이었음을!


갈라디아서 2장 20절의 말씀의 뜻이 무엇인지 알게 해 달라는

나의 기도의 응답이었음을!


알게 되는 시간들이었다.

나는 이제 주님 안에서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주님께서 실패를 허락하신 이유는 더 큰 열매를 주시기 위함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실패를 통해 얻어진 믿음들!

한걸음 한걸음 주님과 함께 나아가는 걸음마다 조금씩 성장했던 그 믿음들!


그 믿음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굳건해지길, 기도하고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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