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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탐가 Apr 26. 2021

과자 한 봉지가 나를 울렸다

#너무 지쳐있었던 날

요즈음 나는 두 번째 첫사랑에 빠졌다.

2008년 하나님과 첫사랑과 빠진 후,

이러저러한 연단 끝에 다시 시작된 하나님과의 두 번째 첫사랑.


두 번째 첫사랑은 나를 감성적인 사람으로 만들었다.

아주 작고 소소한 일에도 큰 행복을 느꼈고 감사한 일이 많아졌다.


힘겹고 고단했던 예전의 세상과 달리 지금 나는 무척 행복하다.


내가 숨 쉬는 공기도 새롭고,

내가 접하는 일상생활도 사람들도 모두 새롭게 다가왔다.

딱, 2008년 하나님과 첫사랑에 빠졌을 때 느꼈던 감정들이었다.

처음에는 중년의 호르몬 때문인가 했지만

확실히 나는 하나님과 두 번째 첫사랑에 빠져

다채로운 인생을 새롭게 맞이하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눈물도 많아졌고,

또 덕분에 나는 웃음도 많아졌고,

또 덕분에 수다도 많아졌고

또 덕분에 나는 밝고 경쾌한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두 번째 첫사랑의 경이로움에 빠져 행복을 누리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힘들고 고단한 하루를 맞이했다.


술을 많이 마시는 남편에 대한 걱정으로 어젯밤 잔소리를 하며 밤잠을 설쳤더니

새벽에 활동하는 나의 생활 패턴에 고단함이 찾아왔다.

게다가 써야 할 원고가 있어서 하루 종일 에너지를 쏟았더니 오후 4시쯤 되어서는 많이 지쳤다.


'아, 맛있는 감자칩이 먹고 싶다. 그리고 빵에 커피 마시고 싶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원고를 쓰고 있었다.

쓰던 글을 마무리하면 바로 감자칩과 빵을 사러 가야겠다고 마음먹으며 열심히 쓰고 있었는데

그때 갑자기 우리 교회 성도님이 커다란 봉지를 들고 들어왔다.


 "과자, 좋아할 거 같아서 사 왔어요."


하며 과자 봉지를 하나 둘 꺼내는데...


오, 주여!

그 과자가 글쎄 감자칩인 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꺼낸 것이 샌드위치인 거다.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순간 엔도르핀이 확 도는 느낌이었다.

생각만 했는데 공급을 받다니!

갑자기 피로가 싹 가셨다.


맛나게 과자를 먹으며 조금 전 감자칩과 빵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곧바로 과자와 빵이 생겼다며 기뻐하고 있는데 그때 목사님께서 툭 던지는 말씀!


"하나님께서 집사님, 피곤한 거 다 아시고 천사를 보내셔서 위로하시려고 공급하시네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과자를 먹다가 엎드려 울었다.

나의 반응에 사람들이 놀라서


"진짜 우는 거예요? 과자 때문에?"


맞다. 나, 진짜 우는 거다.

나의 고단함을 아시고, 나를 위로하시는 하나님의 따듯한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남들이 미쳤다고 생각해도 좋다.

난, 지금 하나님과 사랑에 빠져있으니까!


이런 누림은 하나님과 사랑에 빠진 자의 특권이다.

더구나 나는 이런 사소하지만 세밀하게 일하시는 하나님을 정말 좋아한다.

나의 머리카락까지 세시고,

나를 눈동자처럼 지키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나의 일상에, 나의 삶에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과 두 번째 첫사랑에 빠져 맘껏 누리고 있는 나는

그래서 요즘 바보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고단한 인생길,

나사 하나쯤 풀어놓고 바보같이 살면 좀 어떠한가?

그 바보 같음이 행복을 만끽하게 해 주는데...


사사로운 과자 한 봉지가 나를 울렸다.

과자 한 봉지로 나를 울릴 수 있는 하나님과 나는 오늘도 함께 한다.

그래서 행복하다.


이 행복이 영원하길!

다른 이들도 이 행복이 무엇인지 알기를!

고단했지만 행복한 이 하루의 끝에

하나님이 함께 하시기에 가능한 일임을

나는 기도하고 고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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