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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탐가 Nov 03. 2021

11월 3일/ 주님의 종

오스왈드 챔버스 365묵상집 주님은 나의 최고봉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갈 2:20)


언젠가 이 말씀을 붙잡고 씨름한 적이 있다.        

도대체 그리스도 안에서 죽는다는 것이 무엇일까?        

어떻게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힐 수가 있지?    

                

이제 막 주님의 은혜를 깨닫고 주님과의 첫사랑에 흠뻑 취해있던 어느 날,        

하나님께서는 내 안의 혈기를 다루기로 작정하신 듯했다.        

이 말씀이 지속적으로 나의 삶 가운데 따라붙어 다니던 어느 날        

부부싸움을 제대로 했다.        

예전의 성품으로는 무작정 이겨야 하는 싸움인데        

이 말씀을 받은 터라 나는 나의 혈기를 내려놓고 남편에게 일방적으로 져주고 있었다.    

물론 마음속에서는 혈기가 방자하여 요동치고 난리도 아니었지만         

표면상으로 나는 묵묵히 남편이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분노의 말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남편이 한바탕 퍼붓고 나간 자리에서         

뭔가 속 안에서 들끓는 억울함도 있고        

쏟아붓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계속해서 이 말씀을 읊조리며 혈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던 때였다.                    

침대에 엎드려서 나는 기도했다.

                   

"그렇습니다. 주님. 나는 죽었습니다.

죽었기에 더 이상 화를 내지 않을 것입니다.        

죽었기에 더 이상 혈기를 부리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주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박혔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큰소리를 내어 기도하고 또 기도했지만

속에서 나는 열불을 참을 수가 없었다.        

끝내 나는 기도를 바꾸었다.   

                 

"주님. 나는 죽어지지가 않습니다. 나는 여전히 화가 납니다. 나는 여전히 치고받고 싸우고 싶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차라리 주님께서 저를 죽여주세요."                    

그 후로 죽여주세요. 죽여주세요를 울며 부르짖었으니     

누군가 나의 기도를 들었으면 기가 찼을 것이다.    

그렇게 발버둥 치며 침대 위에서 울고 불고 기도하던 순간,        

참으로 죽는다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는다는 것이 내 힘으로도 안된다는 것도 알았다.                    

훗날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결국 스스로 죽으려 해도 죽을 수 없는 나의 자아를 인정해야 했다.    

그것이 이 말씀을 알아가는 시작점이었다.   

     

나는 죽지 못한다.        

결국 나의 교만과 나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십자가 앞으로 나아가야만 가능한 일이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본체이셨으나 동등됨을 취하지 않고

종의 형체로 죽기까지 복종하셨다. 그것이 바로 십자가 사건이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이 내 안에 없으면

내가 죽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나는 예수님의 종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나의 주권을 다 포기하고 충성된 종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오스왈드 챔버스는 말한다.    

내가 결정해야 하는 단 한 가지는 포기라고!    

            

십자가 사건은 하나님의 자리를 포기한 사건이다.        

십자가 사건은 하나님의 전능하신 능력을 포기한 사건이다.        

십자가 사건은 하나님의 아들임을 포기한 사건이다.        

십자가 사건은 왕의 자리를 포기한 사건이다.                    

결국 십자가 사건은 모든 걸 포기하고 사랑을 선택한 사건이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힐 수 있음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나의 세상적인 가치관을 다 포기하고

오직 주님만 따르고 주님만 사랑하기를 선택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예수님과 하나가 되어야 이 말씀이 이루어진다.                    


나의 나됨은 결국 예수님 안에 있을 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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