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창업자의 블로그 실험 ‘미디엄’

by 김민호

트위터 공동 창업자이자 미디엄 창업자, 에반 윌리엄스 <이미지출처=이어드 US, https://www.wired.com/2015/04/ev-williams-rules-quality


트위터 공동 창업자 에반 윌리엄스가 '미디엄(Medium)' 유료화 실험에 나섰다. 그는 지속 가능한 미디어 비즈니스를 위해 2017년 초 유료화 모델을 도입했다. 기존의 광고 수입 모델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광고주가 아니라, 콘텐츠를 소비하는 구독자에게 직접 돈을 받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독자 수익모델이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니다. 이미 국내외 신문사가 시도한 적 있고, 여러 차례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트위터로 전 세계에 SNS 열풍을 몰고 온 그의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글쟁이에 의한, 글쟁이를 위한 블로그

먼저, 트위터 공동 창업자 에반 윌리엄스의 차기 행보로 주목받는 '미디엄(Medium)'에 대해 알아보자. 미디엄을 알고 나면, 광고 수익모델을 버리고 구독자 수익모델을 선택한 그의 결정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것이다.


미디엄은 지난 2012년 서비스를 개시했다. 미디엄의 지향점은 경쟁 블로그와 확연히 달랐다. 페이지뷰나 수익엔 도통 관심이 없었다. 순진하다 싶을 정도로 글을 사랑하는 이들만 타깃으로 삼았다. 문자 그대로 글쟁이의, 글쟁이에 의한, 글쟁이를 위한 블로그 플랫폼을 목표로 했다. 에반 윌리엄스는 글의 힘을 믿었다. <와이어드 US>와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동영상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하고 영향력이 있지만, 일반인에겐 그렇지 않다. 스틸 이미지는 접근성이 있지만, 영향력은 없다. 아이디어나 의미를 전하는 사진은 매우, 매우, 매우 찾아보기 힘들다. 글은 가장 접근하기 쉬우면서도 영향력 있는 미디어다.
<출처:Ev Williams’ Rules for Quality Content in the Clickbait Age, WIRED US, 2015.4.14>

지속 가능한 글쓰기, 구독자 기반 수익모델에 답 있다!

구독자 기반 수익모델도 미디엄 설립 철학의 연장선상에 있다. 에반 윌리엄스는 작가를 크게 두 부류로 나눈다. 글의 대가를 바라지 않는 작가와 글로 생계를 꾸려가는 작가다. 전자는 쓰기 자체와 공유에 방점을 두는 순수한 작가들이다. 이들은 보통 생계 수단이 있다. 후자는 글로 밥벌이를 하는 작가들이다. 이들은 글에 대한 정당한 값을 받지 못하면, 글쓰기를 지속할 수 없다. 이는 독자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평소 자신에게 영감, 통찰력, 유용한 정보를 줬던 작가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가 작가 수익 대부분을 책임 지는, 구독자 기반 수익모델의 논리에 빈틈은 없다. 어쩌면 당연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지속 가능한 미디어 비즈니스를 위해 구독자 기반 수익모델이 정착돼야 한다. 하지만 이 상식적인 수익모델이 그동안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 인터넷 공짜 콘텐츠에 익숙했던 독자들은 지갑 열기를 꺼려했다. 그 결과, 적어도 국내 신문사들의 유료화 시도는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에반 윌리엄스가 믿는 구석은 무엇일까? 그의 생각은 분명하다. 인터넷에서 수준 높은 글에 대한 수요는 있지만, 이 수요를 채워줄 수 있는 공급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의 생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사람들은 이제 검색으로 얻은 글(콘텐츠)에 만족하지 못한다.
2. 배우고 성장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더 좋은 글(콘텐츠)를 원한다.
3. 음악과 비디오 시장을 통해 사람들은 이미 유료 콘텐츠가 더 낫다는 경험을 했다.
4. 수준 높은 글에도 기꺼이 돈을 지불하려는 이들이 있다.
5. 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자가 충분하지 못하다.


Ev Williams의 전략: 파트너・에디터・서비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에반 윌리엄스는 미디엄에 메스를 들이댔다. 미디엄 혁신의 삼각편대는 다름 아닌 파트너, 에디터, 서비스다.


1. 파트너

블로그 서비스에 관심 있는 이라면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콘텐츠가 블로그 서비스의 핵심이라는 걸. 에반 윌리엄스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즉, 블로그에는 독자들이 돈을 낼만한, 가치 있는 콘텐츠가 풍성해야 한다. 에반 윌리엄스는 2012년 미디엄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부터 작가와 출판사 유치에 힘썼다. 특히, 지난 2017년 3월에는 '미디엄 파트너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파트너 프로그램은 미디엄 멤버 독점 콘텐츠를 제공할 전문가, 작가, 편집자, 연구자 등 필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2. 에디터

2017년 1월, 에반 윌리엄스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미디엄 인력의 3분의 1을 해고한 것이다. 주로 영업이나 지원부서 인력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미디엄 미션 달성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었다. 이어서 에반 윌리엄스는 에디터 인력 충원에 나섰다. 에디터는 수많은 콘텐츠 중 가치 있는 글을 선별하고, 모아서 제공하는 큐레이션 역할을 맡는다. 블로그 서비스의 핵심이 콘텐츠라는 측면에서 에디터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잡지의 수준이 기자뿐만 아니라 에디터의 실력에 달려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3. 서비스

미디엄은 파트너와 에디터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추천 서비스 '토픽'과 모바일 롱폼 저널리즘 '시리즈'를 들 수 있다.

토픽은 개인 맞춤형 콘텐츠(글) 제공 서비스다. 독자 개인의 관심사에 맞춰 고른 글을 하루 3번 미디엄 프론트 페이지로 배달해준다. 이를테면 매일 아침 현관 앞으로 배달되던 신문과 같은 셈이다. 차이점은 개인 맞춤형이라는 것뿐이다. 매번 3개의 토픽(전통적인 신문의 정치, 경제, 문화, 사회면 등에 해당된다.)에 4~6개의 글이 실려 있다. 개별적인 기사에 값을 매기는 유료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토픽은 큐레이션과 배달이 합쳐진 원스톱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시리즈는 모바일 독서환경을 고려한 새로운 포맷이다. 모바일 스크린은 작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스크린으로 오랜 시간 동안 집중해서 글을 읽기 어렵다. 신문이나 책과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눈의 피로도는 둘째치고, 인쇄매체와 달리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할 수도 없다. 사실 인쇄매체와 디지털 매체의 독서 경험 차이는 단순히 종이 자체에 있지 않다. 종이에서 비롯된 독서 경험의 총체가 다른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모바일 텍스트 포맷은 이를 간과한다. 시리즈는 사람들이 인쇄매체에서 느낀 독서 경험을 모바일에 구현했다.


과연 구독자들은 지갑을 열까?

유료화 실험은 아직 진행 중이다.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에반 윌리엄스와 미디엄은 유료화 성공을 확신한다. 아마도 단단히 준비한 모양이다. 결국, 관건은 구독자들이 지갑을 여느냐는 것이다. 이점은 포털 의존에서 벗어나 유료화를 통해 자립해야 하는 한국 신문사들에겐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태평양 건너 에반 윌리엄스의 실험이 남일 같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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