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좋아하는 게 없는 진짜 이유 (2)

갓생이라는 폭력

by 이은지



난 저 정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그럼 이건 [ 내가 좋아하는 게 ] 아닌가 봐…



나는 한 때 이른바 '갓생'러들의 광기 어린 몰입을 보며,

"나는 저 정도는 아니니까, 이건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아니야"하고

스스로에게 “좋아함”에 대한 “자격 미달”의 칼날을 휘두르곤 했다.


그렇게 한바탕 칼춤을 추고 나면,

남은 건 공허한 내 눈빛뿐이었다.


"아, 역시, 난 진짜 좋아하는 게 없네…"




"이 정도로 좋아한다고 해도 되나?"라는 자격 시비


SNS에서는 좋아하는 일에 미친 인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잠을 줄이고, 관계도 끊고, 오로지 본인이 좋아하는 일에만 몰두하는 그들을 보며

무의식 중에 '좋아함의 기준'을 상향 평준화하고,

나의 작은 새싹을 되돌아보며 '자격 미달' 판정을 내리곤 한다.

(그렇게 황폐해진 나의 땅에는 조급함과 불안함만 무럭무럭 자라난다.)


내가 이 가혹한 칼춤을 멈출 수 있었던 건,

SNS가 아닌 “진짜 사람들”을 만나면서부터다.


크게 불안해하지 않고, 쉽게 흔들리지 않으며,

자신의 선택과 방향에 확신을 가진 “진짜 사람들”은 감사하게도

기꺼이 당신들의 그림자를 내게 보여줬다.


불안이 턱 끝까지 차올라 허덕이던 순간,

확신이 없어 밤잠을 설치던 날들,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도망치고 싶은 비겁한 나를 마주하는

“나만 알 수 있는” 장면들


그들은 그 초라하고 또 치열한 시간들을

견디고 또 지나오며

비로소 자신의 거목을 길러냈다고 했다.




새싹 없이는 거목도 없다.


그제야 깨달았다.


"그래,

칼춤을 추게 만들고,

조급함과 불안함만 무럭무럭 키우게 만든 건


SNS 속 갓생러들이 아니라,

오만한 나였다."


필연적인 과정을

“나”만은 건너뛰고 싶다는 욕심

“나”만은 빠르게 갈 수 있을 거라는 나의 오만함

"갓생러"들을 선망하고,

그들과 나를 비교하게 만들었다.


늘 재밌고, 미치게 몰입하는 그 결과만을 탐냈다.

결국, 나를 흔들어댈 수 있도록 허락한 건 나였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더 이상 그들이 이야기하는

그들의 결과를 쫓지 않게 됐다.


나의 새싹을 보며 “이건 진짜가 아니야…” 하기보다,

일단 자라나는 나의 새싹들을 모조리 키워 보는 데 전념했고,

그제서야 내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진짜'를 찾기 전에 '그냥'부터 수집하라


"새싹과 거목"비유가 괜찮았는지 모르겠다.

당신도 당신의 새싹부터 찾아야 한다.



노파심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어차피 “얼마나” 미쳐있는지 혹은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데

그렇게 중요한 척도가 되지는 않는다.


그럼 무엇이 중요한가에 관해서는

[취미와 일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지점] 편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그러니 마음 놓고,

일단 당신의 “그저 그런” 좋아하는 것들부터 수집하라.



이때, 꼭 지켜야 하는 주의사항이 하나 있다.



함부로 타인에게 나의 새싹을 공개하지 마라.



앞서 말했던 자격시비에 휘말려 칼춤을 추는 건

당신뿐이 아니다.

수많은 이들이 “좋아한다.”는 감정에 대해

자격을 논한다.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스스로에게 칼날을 들이미는 사람이,

남에게 휘두르는 건 더 쉽기 마련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당신이 누군가에게 “나 이거 좋아해.”라고 했을 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확률보다는


“그 정도로 좋아한다고 해도 돼?”라고

난도질당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말하는 이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그러니, 당신의 그 좋아함이 어느 정도 뿌리내리기 전까지는 오직 당신의 품 안에서, 안전하게 키워라.


책임져주지 않을 타인이 당신의 새싹에

칼날을 들이밀 수 있도록 허락하지 마라.






그래서, 뭐부터 하면 되는데?


1. “나쁘지 않음” 수집

: "미칠 듯이 좋은 것"을 찾으려 하지 마라.

"이건 좀 궁금하네", "이 정도면 나쁘지 않네" 싶은 사소한 “좋아함”들을 모조리 적어라.


1편에서 소개한 “무드 미터”를 활용해 아주 사소한 것들에 이름을 붙여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2. 무균실 운영

: 당신이 찾은 당신의 새싹들을 함부로 남에게 공개하지 마라.

오직 당신만이 아는 곳에 기록하고, 그 새싹이 충분히 자랄 때까지 기다려라.


타인의 칼날에 나의 새싹이 잘려나가는 일을 허락하지 마라.




당신은 당신 삶의 주인이다.


그러니

자기 자신에게만큼은 절대로

“그냥”이라고 대답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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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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