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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민 Nov 13. 2021

철학하려는 사람을 위한 기차역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읽고

 일단, 제목이 마음에 든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입에 착 감기는 데다 표지랑도 잘 어울린다. 만약 이 책의 제목이 '철학으로 떠나는 기차여행'이라거나 '기차여행에서 만난 14명의 철학자' 따위였다면 김영하 작가가 추천을 하지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읽지도 않았으리라.


 그리고 즐겁다. 분명 어려운 철학 내용들을 다루지만,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쉽고 흥미롭게 전달한다. 다음과 같은 식이다.


카뮈의 명제는 타당해 보이지만, 내가 보기엔 불완전하다. 카뮈의 자살 문제와 씨름한 뒤, 그래, 삶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지금 그렇다는 야기다. 실존주의적 판단은 늘 임시적이다) 그 후엔 더욱더 성가신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침대에서 나가야 하나? 내가 보기엔 이것이 유일하게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다. 우리를 이불 속에서 끌어내주지 못한다면 철학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p. 26.)


 이러한 작가의 소소한 위트는 책 전반에서 계속하는데, 철학자들을 고상하고 꽉 막힌 사람이 아닌, 어딘가 허술한 인간으로 그려내는 작가의 서술 방식과 어우러져 독자가 철학 문제들을 편안히 다룰 수 있도록 만든다.


 다만, 작가는 독자들의 일상생활 속 작은 문제들에 철학이 스며들 수 있기를 바라지만,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그러한 단계까지 나아가기는 어렵다. 작가는 <나오는 말>에서 휴대폰 액정이 깨진 사건을 두고 온갖 철학자를 동원해 해석하고 자신을 위로하지만, 일반 독자가 그 정도 경지에 이르기에는 반쯤 미치지 않고서야 불가능하다.


 하지만 자기 자신의 일상생활에 철학을 적용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출발지점으로서는 이 책은 좋은 출발지가 될 것이다. 책 속 14명의 철학자 전원이 아니라, 그중 한 두 명의 철학자를 택해 그의 글이나 사상을 읽고 경험하게 된다면, 충분히 철학이 일상에 스며들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개인들의 철학 기차가 여행을 떠나도록 만드는 데 충분히 매력적인 기차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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