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분은 돌아가신 피상속인으로부터 상속을 법정상속분대로 받지 못한 상속인이 피상속인으로부터 상속을 많이 받은 상속인이나 제3자에게 재산 중 일부를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그런데 우리 민법과 판례는 피상속인으로부터 상속을 받은 사람이 상속인이냐, 상속인이 아닌 제3자이냐에 따라 유류분 반환 의무를 지는지 여부를 다르게 정하고 있습니다. 상속인에게는 피상속인으로부터 언제 재산을 받았는지 상관없이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반면, 제3자에게는 피상속인이 돌아가시기 1년 이전에 받은 재산에 대하여는 반환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점을 이용해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을 받을 때, 피상속인이 돌아가시기 1년 이전에 손자, 손녀 이름으로 증여를 받아 유류분의 청구를 벗어나려는 시도를 합니다. 손자, 손녀는 아버지의 상속인은 아니기 때문에 피상속인이 돌아가시기 1년 이전에 받은 재산에 대하여는 반환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녀가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증여를 받는 것이면서 손자, 손녀 이름으로 증여를 받는 방법으로 유류분을 피하는 것은 유류분을 반환받아야 하는 다른 상속인 입장에서는 부당한 일일 것입니다.
판례는 이러한 부당한 사정을 고려하여 증여가 이루어진 과정, 증여된 물건의 가치, 증여를 받은 사람과 관계된 상속인이 실제 받은 이익 등을 고려하여, 비록 손자나 손녀에게 증여가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 상속인인 아들에게 증여가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를 아들이 증여를 받은 것으로 보고 아들에게 유류분을 반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7. 8. 28.자
2006스3, 4 결정).
손자나 손녀에게 증여가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 상속인인 아들에게 증여가 이루어진 경우로 볼 수 있는 경우는, ① 증여를 받은 손자나 손녀의 나이가 너무 어리거나 ② 아버지가 다른 손자, 손녀에게는 증여하지 않았는데 유독 특정한 아들의 자식인 손자, 손녀에게만 증여한 경우 ③ 손자, 손녀가 증여받은 재산에서 나온 이익(이자, 임대료 등)을 실제로는 아들이 사용한 경우라면, 비록 손자, 손녀 명의로 증여를 받은 것이라도 아들이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상속재산분할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피상속인의 생전에 자녀가 살아있음에도 손자, 손녀에게 증여한 경우를 고민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피상속인의 상속 개시 당시 자녀가 사망한 경우 손자, 손녀는 어떤 지위를 가지게 될까요.
상속인이 될 자(예를 들어 자녀)가 피상속인(예를 들어 부모)보다 먼저 사망했다면 상속을 받을 수 없습니다. 다만, 이때 상속인 될 자의 직계비속(예를 들어 손자)이 있다면, 대신해서 상속을 받을 수 있는바, 이를 대습상속이라 합니다.
즉 피상속인이 사망 시(상속개시 시) 상속인이 될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가 피상속인의 사망 전에 이미 사망하거나 결격자로 된 경우에, 그 자의 배우자나 직계비속이 있으면 그 배우자나 직계비속이 사망하거나 결격 된 자의 상속순위 및 상속분에 갈음하여 상속인이 되는데, 이것을 대습상속이라 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대습상속 시 상속분은, A에게 배우자 B, 딸 C가 있는 경우, A가 사망하면 배우자 B와 딸 C는 공동상속인이 되며, 이들의 상속분은 1.5:1이므로, 결국 1.5 : 1의 비율로 법정상속분을 갖습니다. 다만 배우자 B가 재혼을 하면 인척관계가 소멸되어 배우자 B는 대습상속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한편 예를 들어 아버지가 사망한 지 오래되어 할아버지와 관계가 소원해져 할아버지가 사망하였음에도 사망하였다는 연락도 받지 못하고 상속도 받지 못한 경우라도, 대습상속은 이루어진 것이므로 아버지가 살아있었다면 청구하였을 유류분의 한도 내에서 유가족의 유류분반환청구는 가능하다고 사료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