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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상속인이 사망하면 세금도 상속되는가?

by 박흥수 Feb 03. 2025

     

제 친구의 일입니다. 제 친구는 시골에서 태어났지만 공부를 제법 잘해서 중학교 때부터 도시로 유학을 왔다고 합니다. 제 친구가 학교를 하나 졸업하고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마다 그리고 대학교에 입학하여 한 학기를 끝날 때마다 제 친구 집 논과 밭은 조금씩 줄어들었다고 하네요. 사람은 낳아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낳아 제주도로 보내라고 했던가. 과학적인 근거는 없는(?) 그 말을 믿고 제 친구 아버님은 논과 밭을 팔아 제 친구 학비를 댔습니다. 아니 그 덕에 제 친구는 서울에서 아직까지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제 친구 아버님은 그렇게 제 친구 뒷바라지하느라 모든 논과 밭을 다 처분하시고 몇 년 전 추운 어느 겨울날 쓸쓸이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그 아버지는 살아서는 당신 아들에게 더 줄 것이 없다고 생각하셨던 것인지, 생전에 당신을 피보험자로 하고 제 친구를 수익자로 하는 생명보험을 들어놓았었다고 합니다. 사후에도 아들에게 무엇인가를 주고 싶으셨었나 봅니다. 마흔 다 되어 낳은 외동아들인 제 친구를 정말 끔찍이도 걱정하고 아끼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친구는 생각지도 않게 아버지의 사망보험금을 받았고 그 보험금이 제 친구 아버지가 제 친구에게 남겨 준 마지막 선물이라고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사망 당시 아버지에게는 현금, 부동산 등 재산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고 채무만 남아있는 상태여서 제 친구는 상속포기까지 해야 할 상황이었거든요.

그런데 슬퍼할 겨를도 없이 제 친구가 아버지(피보험자)의 사망으로 수령하는 보험금은 상속재산인 것인가 아니면 제 친구의 고유재산이 되는 것인가는 제 친구에게는 중요한 문제였었습니다. 아버지의 채권자가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재산인지 아닌지 상속포기한 제 친구가 수령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하는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다만 ‘민법’ 상으로만 보면 보험금의 수령은 보험 계약의 효과로서 수익자의 고유한 권리에 의해 취득한 수익자의 고유재산으로 봅니다. 따라서 상속인이 보험금의 수익자로 지정되어 피보험자의 사망에 따른 생명보험금을 수령하는 경우에는 수익자 고유의 권리에 의해 취득하는 것이어서, 수익자가 상속인인 경우에 상속 포기를 하더라도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법상으로는 상속재산이 아니라 상속인의 고유의 권리로 판단한다고 하더라도, 그 보험금이 상속세의 납부대상이냐 아니냐는 별개의 다른 문제입니다.

즉 상속세및증여세법 제8조에 따라, 피상속인(아버지)의 사망으로 인하여 받는 생명보험금으로서 피상속인이 보험계약자인 보험계약(피상속인의 보험료 납부)에 의하여 받는 것은 상속재산으로 의제되어서 상속세의 납부대상 자산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제 친구는 그 보험금에 대한 상속세를 납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무렵 제 친구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왔어요. 제 친구 아버님이 생전에 땅을 팔고 신고납부하지 않은 양도소득세분이 있는데 이 세금을 제 친구보고 납부하라고 세무서에서 연락이 왔다는 거예요. 즉 세무서는, 국세기본법 제24조에 따라 “상속이 개시된 때에 그 상속인은 피상속인에게 부과되거나 그 피상속인이 납부할 국세 등을 상속으로 받은 재산의 한도에서 납부할 의무를 진다”고 주장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과세관청은,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받는 생명보험금은 상속재산으로 의제(상속세및증여세법 제8조)되어 상속세 부과대상인 것이므로, 상속인이 생명보험금을 받은 한도에서는, 즉 상속으로 받은 재산의 한도에서 피상속인이 납부하여야 할 국세를 상속인이 승계하여 납부(국세기본법 제24조)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폈던 것이지요. 

졸지에 제 친구는 아버지의 양도소득세를 납부하지 않기 위하여 과세관청에 맞서 소송을 진행하여야 했고 다행히 대법원에서는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지급받는 보험금에 대하여 상속세및증여세법상 상속세 과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보험금의 경우 상속재산이 아니라 상속인의 고유재산이므로 국세기본법상 납세의무가 승계되는 ‘상속으로 받은 재산’에 포함되지 아니하고, (이미 상속을 포기하여 상속인도 아니므로) 납세의무를 승계하지 아니한다고 판시(2013. 5. 23. 선고 2013두1041)하여 제 친구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왜냐하면 제 친구의 경우에는 이미 상속을 포기하였기 때문에 상속포기의 소급효에 의하여 상속개시 당시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은 지위에 놓이게 되었으므로 납세의무를 승계할 수는 없었던 것이기 때문(민법 제1042조)이었습니다.

다른 한편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받은 보험금의 경우 상속재산이 아니라 상속인의 고유재산이므로 원칙적으로 상속으로 받은 재산은 아닙니다. 다만 상속세및증여세법 제8조에 의하여 특별히 상속세 과세대상으로 의제되었을 뿐입니다. 따라서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받은 보험금은 ‘상속으로 받은 재산’에 포함되지 아니하는 것이어서 결론적으로 제 친구는 상속으로 받은 재산은 하나도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설령 상속포기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제 친구는 돌아가신 아버님의 납세의무를 승계할 이유가 없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납세의무 승계를 피하고 재산을 상속받으려는 의도 하에, 계획적으로 피상속인이 상속인을 수익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상속인은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었는지, 최근 국세기본법 제24조 제2항, 즉 ‘납세의무 승계를 피하면서 재산을 상속받기 위하여 피상속인이 상속인을 수익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상속인은 「민법」 제1019조제1항에 따라 상속을 포기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로서 상속포기자가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보험금(「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8조에 따른 보험금을 말한다)을 받는 때에는 상속포기자를 상속인으로 보고, 보험금을 상속받은 재산으로 보아 그 재산의 한도 내에서 피상속인의 납세의무를 승계한다.’는 취지의 규정이 신설된 바 있습니다.

그러므로 현재로서는 ‘납세의무 승계를 피하면서 재산을 상속받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피상속인이 상속인을 수익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상속인이 「민법」 제1019조제1항에 따라 상속을 포기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상속포기자가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보험금(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받는 생명보험 또는 손해보험의 보험금으로서 피상속인이 보험계약자인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 만일 보험계약자가 피상속인이 아닌 경우에도 피상속인이 실질적으로 보험료를 납부하였을 때에는 피상속인을 보험계약자로 간주)을 받는 때에는 위 상속포기자는 상속인으로 간주되어, 보험금을 상속받은 재산 내에서 피상속인의 납세의무(본 사안에서는 아버지의 양도소득세 납세의무)를 승계할 여지가 클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러나 제 친구의 경우처럼 ‘납세의무 승계를 피하면서 재산을 상속받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피상속인이 상속인을 수익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위 국세기본법 제24조 제2항을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사료됩니다(私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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