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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민 Aug 05. 2022

없어져가는 모습

사진 접하며 발견한 모습들

이 글은 20대 청년이 사진을 찍으며 주절주절대는 글입니다. 많은 지식이 있는 사람도 아닐뿐더러 많은 것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사진을 보며 제가 생각하는 생각을 써나갑니다.



 어렸을 때 그러니까 정확하게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성인이 되면 내 집과 차 정도는 당연히 생기는 줄 알았다. 그러나 뉴스 기사로 심심치 않게 보게 되는 ‘내 집 마련의 꿈’이라는 문구는 이제 나에게도 해당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아직 내 나이에 코앞에 다가온 문제는 아니지만 멀리 내다보면 마치 10대에 군 복무 문제를 걱정하듯 지금 당장 내 집 마련에 걱정을 미리하고 있는 셈이기도 하다.




 난 9살이 되는 해 가을에 이사를 가게 되었다. 이유는 살고 있던 동네가 몇 년 내에 재개발이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께 들었던 그 이유는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고 마치 우리 집을 빼앗기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곳은 5년이 지나 다시 가보았고 재개발이 진행되지 않아 유령 동네처럼 변해있었다.

물론 변화가 있던 모습도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9살에 내가 봤던 주공아파트의 모습은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어마어마한 아파트 단지세워져 있었다.


 다시 돌아갔을 때는 중학교 시절 무렵이었고 그 당시 나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게 되었다. 그 나이에 내가 느낀 건 눈을 감았다 뜨니 타이쿤 게임들처럼 건물이 바뀌어 있던 것이었으니 말이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경험은 잊고 살게 되며 몇 년이 지났다. 피할 수 없는 군 복무를 마쳤고 내가 자라온 동네로 다시 돌아오니 또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사소한 변화들이 있었지만 전처럼 큰 충격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또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어렸을 적 내가 느낀 어마어마한 아파트와 같은 곳에 지금 살게 되었고 이전에 느낀 감정은 아무 감흥이 없이 2년 정도를 보냈다. 집 주변 걸어서 5분도 안 되는 곳에서 모든 것이 해결이 가능하고 목적이 없다면 목적지까지는 스마트폰 또는 길 앞에 시선이 고정된 채 목적지에 도착하며 지냈다. 사진을 시작하며 내가 좋아하는 사진을 얻기 위해 난 무작정 동네 주변부터 걸어 다녔고 반복하여 몇 번을 지나다 보니 반경이 커지게 되었다.

 어느 날 집 앞 큰 도로 건너편 동네를 가보게 되었는데 그곳에는 재개발 반대에 대한 현수막과 전단지가 보였고 또 다른 날 다른 동네를 가니 그곳은 이미 재개발로 인한 팬스가 세워져 있었다. 불과 몇 주전 안과 진료를 위해 그 동네에 주차를 했던 곳인데.


용현 3동

 그때 카메라를 들고 있지 않아서 단 하나의 모습도 담지 못하였다. 이후 나는 재개발이 걱정되는 곳으로 최대한 많이 돌아다녔고 최대한 많이 담아냈다.


 나는 엄청난 시가지의 모습을 담은 적이 없다. 내 취향에 맞지 않는 걸 떠나 걸어보니 블록 간격으로 변하는 모습이 전혀 없다. 그 어느 곳에서도 누군가의 취향이나 동네 특유의 문화적인 요인이 단 하나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사실 그 모든 건 필요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다 밀고 세우면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재개발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한다. 왜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왜 찬반 하는지 부동산의 흐름이 어떻게 되는지 전혀 모른다. 개인적으로 그저 집 값이 과하게 비싸다는 느낌만 받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초반엔 이 모습을 디지털카메라로 담았다. 이 프로젝트 때문에라도 필름 작업을 시작했다고 핑계를 대고 필름 장비를 구매하였기도 하다.

불편함이 주는 재미와 아름다움을 배웠고 구불구불한 골목을 지나며 온라인 지도상으로 표기조차 안 되는 곳을 지나며 나름의 배움을 얻었다.


우리 주변엔 생각보다 불편함을 여유라고 바꾸면 꽤나 낭만적일 수 있는 행위들 그리고 공간들 등 많은 것이 있다. 굳이 새것, 비싼 것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재밌고 낭만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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