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작가의 책은 한 사람의 세계다.
그 세계는 무너지지 않는다. 그렇게 믿고 싶다. 나는 생각하고 난 뒤 글을 쓴다. 글을 쓰지 않더라도 마음속에 간직할 수 있다. 당연히 그 생각 뭉치들이 책으로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아무도 그 책에 대해 몰라도 그 세계는 어느 곳에서나 조용히 살아있을지 모른다. 누군가의 기억 속이나, 웃기지만 나를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던 바람이 기억해 줄지 모른다. 따스한 햇빛이 내리쬐던 날의 그 하루가, 상념에 잠겨 있던 그날 창밖에서 지저귀던 새들과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이 바로 나의 세계를 아직까지 잊지 않고 있을지 모른다.
말을 안 했을 뿐이지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책으로 보인다.
이미 수많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자신들의 머릿속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각들을 펼쳐 놓고 있다.
그게 그냥 책인 것 같다. 그저 종이로 인쇄가 되지 않았을 뿐이지, 서점에 깔려 팔리지가 않을 뿐이지, 사람들의 이목에 포착되거나, 유명하지 않았을 뿐이지.
각자가 써 나가고 있는 하루하루가 결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일상이 아니라는 걸 안다.
다들 대단한 작가다.
한 사람이 거쳐온 무수한 하루하루에 대한 응축된 생각과 관념이 어딘가에 어떤 형태로든 숨 쉬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안도가 밀려온다.
관심을 받아본 적도 없고 누군가 우러러보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온 천지, 사방을 둘러싸고, 다들 나를 뒤로하고 떠나간다 할지라도, 쉽게 잊혀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나는 바로 잊혀지지 않는 세계니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하루하루를 써가면 될 것 같다.
진짜 뭐 별 거 없다.
그러니 편히 잠드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