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주제기획전
1.
나는 숲과 바다, 하늘을 좋아한다. 내가 몸담고 있는 이 세계 내에서 지금은 그 존재감을 향한 관심의 축이 인간에게로 비대칭적으로 기울어져 있다. 가끔 문명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접점을 고민한다. 인간이 천연자원을 교잡, 가공해 만든 인공물이 자연을 병들게 하고 결국 그 여파는 인간에게 다시 되돌아오고 있다. 수많은 전쟁과 쓰레기 투척, 무분별한 난개발은 독점적 이득과 편의를 위한 인간의 자기중심적 사고가 만들어낸 결과다,라고 나는 여태까지 생각해 왔다.
2.
지구의 나이에 비해 인간의 수명은 극히 짧고 미래에 대한 개념도 유한한 삶의 임계점에 부딪치며 당장 앞으로 다가올 현실에만 몰입할 수밖에 없는 인식적 한계를 가진다. 이렇듯 근시안적인 시선으로 이득만 찾아 자연을 파괴하는 이기적인 인간 존재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민 걸까. 유럽의 환경단체 시위는 점점 과격화되고 있다. 급기야 에코반달리즘으로 시작된 그들의 극단적 행위에 유럽 정부는 참다못해 제재 조치에 들어갔다. 유럽 내 시민들도 환경단체를 향해 이제는 상당히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그들의 활동으로 자연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게 아니라 계속된 몰상식한 행동 때문에 자연보호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반발심리가 시민들 사이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공공재인 자연을 보호하는 자신들의 신념에는 공감을 하라고 강요하지만 정작 자기들로 인해 선의의 피해를 보는 시민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순적 행동에 더 분개하는 건지도 모른다. 자연이라는 명칭으로 아우를 수 있는 포괄 범위 안에는 대체 인간이라는 종은 포함되지 않는 것인지, 시민들 입장에서 왜 자신들은 그들로부터 존중받을 대상에서 제외되는 건지 반문하고 싶을 수도 있다.
사실상 자연보호는 인간을 위해서 하는 것일 확률이 크지 않을까. 자연을 파괴하면서 발생한 피해가 복리 이자처럼 쌓여 인류 멸망으로까지 다다를 수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거다. 자연보호라는 관점에만 너무나도 치우친 나머지 자연보호보다는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신념 자체가 더 중요해지며 독단적으로 사람들을 억압하는 기조로 운동 방향이 이어지는 순간 모순에 빠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같다. 어찌 보면 자연 생태계를 함부로 착취하고 억압하는 인간의 모습과 사람들의 일상을 눈살 찌푸리게 불편하게 만드는 그들의 행태가 안하무인격 양태로 똑같이 맞물리는 격이다. 자연보호라는 슬로건이 이제 누군가에는 공허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에게 죄의식을 유발시켜 자연보호 운동에 참여시키는 것도 자기중심적 사고를 한층 더 강화시키는 심리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는 게 아닐까 싶다. 제어되지 못한 자기중심적 사고의 집단적 팽창으로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기도 한 것이라고 보는데 이러한 맥락에서 자연활동가들 역시 자기중심적 생각 안에만 갇힌 채 독단적으로 자기들만의 운동을 전개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3.
역설적으로 현재 탄소 증가로 인한 지구 온난화에 의해 빙하기 주기가 수만 년 이상 지연되었다는 게 과학계의 지배적인 의견이기도 하다. 이게 사실이라면 어이없게도 지구온난화가 인류의 존속 가능성을 더 길게 연장시키기도 한 것이다. 온난화로 물에 잠기는 지구와 모든 걸 얼려버리는 빙하기에서 벗어나는 지구 중에 어떤 지구가 우리에게 먼저 찾아올까. 인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어느 방향으로 목표를 세워나가야 할까. 일각에서는 지구온난화가 빙하기보다 앞서 자연 생태계를 붕괴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얼마 전 아예 다른 시각을 가진 이들의 주장을 보게 되었다.
지구의 자전과 축의 이동, 태양의 영향으로 온난화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과 인간이라는 미약한 존재가 거대한 지구에 그런 영향력을 주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의견, 지구온난화 자체가 거짓이며 그런 상황은 결코 오지 않을 거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지구 자체적으로 기후를 조정해 잠시 따뜻해진 환경을 인간의 입장에서 자업자득으로 도래시킨 재해로 오인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날씨가 더운 나라일수록 다양한 생명체들이 더 활발히 생동하는 걸 유튜브를 통해 개인적으로 목격하고 있는데 이 상황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 입장에서는 (너무 뜨겁게 데워지지 않는 이상) 지구의 온난화로 인한 새로운 생물들의 출현으로 인류에게 어떠한 불이익이 생기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알고 싶기도 하다.
무엇보다 지구온난화가 인간의 잘못이라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속 시원하게 풀어줄 정확한 통계와 과학적 근거, 설득력 있는 논증을 확인 못하고 있어 답답하다. 상충되는 의견을 가진 자들 간에 내세우는 근거가 대부분 당위적으로 그럴듯해 보이기 때문이다.
자연보호 운동을 하는 사람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수많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가 정확히 무엇 때문에 자연보호 활동을 해야 하는지, 그로 인한 파급효과가 어느 정도로 실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는 정확히 인식하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4.
인간이 만든 인공교잡물이 마치 생명체처럼 인간의 삶에 침입해 들어오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면, 그건 언젠가 그 침입자가 원인이 되어 나 자신이 소멸할 수 있을 거라는 공포심리가 의식 전반을 지배했기 때문에 나오는 본능적인 반응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등하다고 인지하고 있던 보잘것없던 존재가 인간인 ‘나’와 비슷한 인격과 사고 능력을 탑재하고 조금씩 내 주위를 감싸면서 욱여 들어오면 섬뜩한 기분이 들 것 같기도 하다. 사실상 자연을 지배하고 있는 인간인 ‘나’의 위치가 역전당하는 것, 지배의 주체가 뒤바뀐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원인일지도 모르겠다. 자연을 보호할 수 있는 것도 자연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지배자로서의 위치를 내심 긍정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5.
자연보호라는 외침이 꽤 긴 시간 동안 이어져 왔고 지구온난화의 가속화라는 현상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간에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일상에서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분리수거, 종이 빨대 사용, 쓰레기 줍기, 친환경 세제 활용, 대중교통 이용 등 이 많은 것을 실제로 실천해 온 건 사실이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자연보호에 직접 동참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의문이 든다.
우리가 자연보호 활동을 함으로써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지, 더 나빠지고 있는지,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다면 왜 나빠지고 있는 것인지, 현재 우리의 자연보호 방식이 정말로 실효성이 있는 건지, 자연 생태계가 무너져 간다고 하는 기로에서 정확히 어떠한 위치, 좌표에 우리가 서 있는지, 이런 자세로 서 있는 게 맞는지, 봇물 터치듯이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 중에 어떤 게 진짜인지, 그저 객관적인 사실이 알고 싶은 것이다.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