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너는 머리가 정말 좋구나!”라는 말을 쓰곤 한다. 이는 상대방의 헤어 스타일이 좋다는 의미가 아니다.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지능의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지능이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각자마다 말하는 것이 다르다. 혹자는 학습능력이 지능이라고 하고, 혹자는 지능이 추론능력이나 암기능력을 일컫는다고 하고, 혹자는 이러한 것들을 전부 포함하는 것이 지능이라고 한다. 우리가 자주 지능을 발화하고 있지만, 이 의미를 구체화해서 사용하진 않는다.
지능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계산이나 문장 작성 따위의 지적 작업에서, 성취 정도에 따라 정하여지는 적응 능력”이 1번 뜻으로 지정되어 있다. 2번 뜻으로는 “지혜와 재능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지정되어 있다. 이를 종합해보자면, 지능은 지적 작업에서 지혜와 재능을 통해 적응하는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적 작업은 무엇이고, 지혜와 재능은 무엇인지 다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지적(知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지식이나 지성에 관한 것”이다. 지혜는 “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닫고 사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이고, 재능은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재주와 능력. 개인이 타고난 능력과 훈련에 의하여 획득된 능력을 아울러 이른다.”라고 풀이되어 있다. 결국, 지능이란 지식이나 지성을 사용하는 일에서 빠르게 판단하고, 처리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여기에는 학습능력, 추론능력, 암기능력, 판단력, 관찰력 등이 복합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너는 머리가 정말 좋구나!”라는 말은 다양한 말로 쓰일 수 있다. 사물의 성격을 빠르게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머리가 좋은 것이다. 사물의 위치를 잘 기억하는 사람도 머리가 좋은 것이고, 사물과 사물의 연결점을 찾고 이를 종합하는 사람도 머리가 좋은 것이다. 한 사람의 지능을 논하기 위해서는 많은 분야를 검토해보아야 한다. 혹자는 기억력은 조금 안 좋더라도 관찰력이나 추론능력은 뛰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능이 우수하다는 것은 지능이 뜻하는 모든 능력이 전부 우수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모든 것을 잘하는 사람은 희대의 천재이거나 희대의 사기꾼일 확률이 높다.
그런데 “나는 머리가 정말 안 좋은 것 같아.”라는 말을 많이 듣곤 한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유는 다양하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든지,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오래 걸린다든지, 판단력이 느려졌다든지 등의 이유다. 가장 안타까운 말은 “시험 성적이 안 나오는 거 보면 내가 정말 머리가 안 좋은가봐.”라는 말이었다. 특히 수능처럼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시험을 겪고 나면 자신을 탓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능은 한두 가지 요소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런데 시험은 지능의 모든 면모를 물어볼 수 없다. 새로운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이루어지는 빠른 판단력, 기존의 지식을 검토하여 새로운 지식을 찾아내는 추론능력 등을 전부 묻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글로 이루어진 시험을 통해 이를 검토하는 것은 문해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문해력이 뒷받침되어 있지 않으면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 매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위와 같은 시험의 맹점들이 속속들이 보인다. 시험 한두 문제를 더 못 맞힌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면모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부족한 것을 빠르게 보충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학습능력이나 개선능력도 지능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지금은 비록 부족할지라도 앞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인다면 분명 이는 지능이 뛰어난 것이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잘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 모두 어린아이였을 때를 생각해보면 혼자서는 걷지도, 먹지도, 문장을 만들어내지도 못 했다. 천천히 다른 사람의 도움 하에 배우고 환경에 적응하며 지금 이 글을 읽을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다. 분명 다른 사람과 속도가 다를 수도 있고,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첫술부터 배부르기에는 많은 것이 부족하다. 지능의 뜻풀이대로 하나하나 성취해가며 앞으로의 미래에 적응해나가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면 지능이 뛰어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