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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MIND Apr 01. 2022

공감


 최근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에 대한 공감이 많이 줄어들었다. 공감은커녕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의 정확한 뜻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삶의 고단함을 얘기하는 사람에게 당신만 힘든 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히려 부정적인 현상만 일으킨다. 고단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내가 고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위해 글을 쓴 게 아니다. 자신이 힘들다고, 알아달라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지푸라기를 잡기 위해 글을 쓰며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비판적 사고, 논리적 사고에 대한 열풍이 우리 시대를 강타하고 있다. 상대방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라고 배운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누군가가 하는 말이 당연히 100% 진리이기는 어렵다. 그러나 반대로 그 사람의 말이 100% 틀린 말로 점철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상대방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는 것은 그 사람이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는 것과 동전의 양면이다.


 논리학의 오류론이라는 부분에는 ‘허수아비의 오류(Straw man fallacy)’가 있다. 이는 상대방의 논증을 곡해함으로써 발생하는 오류 중에 하나다. 사람들이 무엇을 관하여 논하든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라고 말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자신의 의견이 곡해되면 그것은 곧 본인의 주장이 아니다. 자신은 단순히 자기가 힘들다고 말하는 것인데 상대방이 당신만 힘든 게 아니고 모두가 힘들다고 반박하는 것은 그 사람의 입장을 옳게 바라본 게 아니다.


 즉, 논리학의 ‘비판’에서 중시하는 것 중 하나가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옳게 해석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 주장한 것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면 불합리한 비판이다. 따라서 비판적 사고라 함은 상대방이 무엇을 주장하는지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상대방이 옳게 말한 것은 무엇이고, 잘못된 부분은 무엇이며, 어떻게 반박할 수 있는지 다방면에서 살펴보는 게 진정한 비판적 사고이다. 또한, 이러한 비판적 사고의 끝은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수정하려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다.


 어느새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은 절대적으로 옳고,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이 어색한 시대가 되었다. 대학가에서는 현재 코로나로 인하여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이 혼재하는 상황이다. 누군가는 대면 수업을 찬성하고, 누군가는 비대면 수업을 찬성할 것이다. 각자는 각자의 근거와 논리를 통하여 대면 수업 또는 비대면 수업을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것이다. 이상적인 상황은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모두가 안전하고 더 나은 학생사회로 나아가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대면하자는 학생들이 부럽다고 호소했다. 교통비, 식사비, 월세 등 대면 수업으로 인한 비용이 너무 부담된다는 취지였다. 대면 수업을 진행하면 아르바이트를 할 시간이 적어지고, 결국 자신은 이 생활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동시에 자신은 당장의 생활이 걱정되는데, 학교에서 친구들과 술먹고 놀며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친구들이 부럽다고 하소연했다.


 이 학생은 대면을 해야 한다, 비대면을 해야 한다의 주장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환경에 비추어봤을 때 대면을 주장할 수 있는 아이들이 부럽다는 것이다. 이 학생에게 논리적인 비판을 들이대고, 당신의 주장은 터무니 없다고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글쓴이는 자기만 열심히 산다고 한 것도 아니다. 그저 자신은 힘든 삶을 살고 있는데, 다른 친구들은 편하게 놀기도 하고, 열심히 공부도 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인생을 즐긴다는 것이 부럽다고 말하고 있다.


 건강한 사회는 사회적 약자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사회다. 설령 그 사람이 옳지 않은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우선은 공감해주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 사람의 말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은 그 이후의 문제다. 자신이 원하는 말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는 최우선적으로 지켜져야 한다. 성숙한 사회는 틀린 말을 주장하더라도 이를 견뎌내고, 수용하면서 발전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사회이다. 언젠가 우리 사회도 건강하고 성숙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Aritist 'Boseok' with Gallery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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