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살에서 여덟살, 마주이야기
두 돌 즈음,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에게선
어른들은 생각할 수도 없는 보석같은 말이 쏟아져나왔다.
그 보석같은 말들이 그대로 지워지는 것이 아까워
금세 잊어버려 기억 밖으로 사라져버리는 말이 아까워,
재미있거나, 감동적이거나, 참신한 표현을 들을때마다
가능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노트 혹은 스마트폰을 꺼내어 간단히 기록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빨리 그 순간을 붙잡으려고.
처음에는 아이의 재미있고 예쁜 말을 기록해주려고 쓰기 시작했지만,
쓰다 보니, 더욱 더 아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내 태도를 발견할 수 있었고
또한 내 행동이나 태도를 거울같이 비추는 아이의 말에 매일매일 내 행동을 돌아보며 반성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마주이야기의 기록은, 아이와 나의 관계에 귀한 보약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나중에 커서 아이가 보면 참 좋아하겠다.' 라는 기대도 처음에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 기대는 접어두었다.
아이에겐 기억 저편의 추억일 뿐, 자신에게 유의미한 사건들을 저 나름대로 기억창고에 쌓아나갈 테니까.
다만, 나는 마주이야기를 '아이와 나누었던 엄마의 육아 역사' 라고 생각하고
나의 지금, 그리고 나의 훗날을 위해 기록하고 있다.
젊은 시절, 나에겐 그런 보석같은 순간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싶어서.
사춘기가 된 딸이 엄마에게 관심 없거나, 혹은 귀찮아하는 날이 오게 될지라도,
내가 이 아이에게 이토록 사랑받았던 순간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싶어서.
아이의 말을 더 잘 들어주는 엄마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 주어서,
잘못된 행동이나 태도를 거울처럼 보여주어 반성하게 해 주어서,
그로 인해 너를 더 사랑하게 해 주어서,
고마워 내 딸.
딸이 처음으로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인 '마주이야기'를 스스로 읽으며 추억에 잠기던 날,
엄마 g,
딸의 네살(두돌)에서 여덞살까지 기록해둔 마주이야기를
브런치에 처음 쓰다.
g단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