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마주이야기
어느 날, 주방에서 요리하는 내게 와서 아이가 말했다.
"엄마, 고기만 볼게."
고기라니, 무슨 고기를 본다는 말인가.
처음엔 갸우뚱했지만, 이내 알게 되었다.
"보기만 볼게."라는 말임을.
엄마가 주방에 들어가 일을 할 때면,
아이는 늘, 엄마가 하는 일을 궁금해하며
"나도 엄마 요리하는 거 보고 싶어."
"나도 엄마 설거지하는 거 보고 싶어."라고 말했고,
그때마다 나는,
"보기만 봐." 하며 발판을 놓아 아이가 볼 수 있게 해 주었더니,
아이는 만지지 않고 눈으로만 본다는 의미를 "고기만 봐."로 이해하고 있었나 보다.
불려놓은 쌀을 가져가며,
"엄마, 고기만 볼게." 하고서는 한참 들여다보다가
결국 유혹을 못 이겨 만지작만지작, 온 집에 쌀을 흩어놓고
감자나 당근을 썰고 있으면
"엄마, 고기만 볼게."하고 다가와서는
내가 잠시 한 눈 판 사이, 하나씩 야곰야곰 주워 먹기도 하고
볶음밥 하려고 꺼내놓은 백김치를 가져가면서
"엄마, 고기만 볼게."하고 가져가서
조물딱 거리다 쏟아버리기도 하고
"케이크 만드는 거, 보기만 볼게."하고서는
결국 반죽을 다 해내기도 하고
"설거지하는 거, 보기만 볼게."
"국 끓는 거, 보기만 볼게." 하면서
아이에겐 세상에서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이라는 눈빛으로
엄마의 단순 가사노동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주기도 한다.
g단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