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하고 더웠던 여름이 가고 어느덧 성큼 가을이 다가왔다. 10월 13일이니 충분히 가을이라고 할 수 있는 날짜이지만 아직까지도 왠지 여름이 가는 게 아쉽기만 하다. 건조한 공기 때문인가. 온몸의 근육들도 물기가 쫙 빠진 채 건조해지는 것 같다.
아기를 재우고 아기침대에서 함께 잠들어 버리는 바람에 12시에 눈을 떴다. 아, 또 잤네. 하고 방으로 들어가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이럴 때는 빠르게 포기해버리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괜히 누워만 있다가 1시간 2시간이 가고 만다.
나는 어두운 거실로 가서 요가매트를 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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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요가를 시작한 건 21살 때였고 지금의 내 나이가 33살이니 햇수로는 13년째 요가를 하는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요가 고수가 아니고 평범한 초보의 요가인이다. 가끔 내가 이 정도면 중급으로 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오늘 같이 온몸의 근육이 메마른 날이면 나는 여전히 초보라는 걸 깨닫는다.
20개월 아기와 함께 하다 보니 아기를 낳고 나서는 항상 유튜브로 요가 수업을 듣는다. 언제든 내가 시간이 날 때 요가 수업을 들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귀찮아서 노트북을 열지 않으면 그걸로 끝이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까지 요가 수업을 들어왔다.
요가를 안 하면 내 몸이 점점 굳는 느낌이다. 그건 내가 처음 요가를 시작했던 21살 때부터 지금까지 똑. 같. 다. 요가를 하면 시원함을 느끼고 며칠 뒤에 다시 몸이 뻐근해짐을 느끼면서 다시 요가를 하게 되는 것이다.
가끔 요가를 안 하고 일주일정도 있을 때면 내 등은 굽어 버리고 어깨는 말려버리며 목은 거북목처럼 삐죽이 나온다. 그러면 나는 또 나 자신을 한심해하면서 요가 매트를 펼치는 것이었다. 그렇게 요가와 나는 10년이 넘게 동행하는 중이다.
오래전부터 요가를 하면 요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다. 열심히 해도 전혀 실력이 느는 것 같지 않아 하소연이 하고 싶을 때, 내게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어떤 동작이 갑자기 돼 버릴 때, 그리고 요가를 하는 동안 머리를 스치는 여러 가지 생각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나는 요가 강사도 아니며 요가 고수도 아니지만 이제 글을 써보려 한다. 10년째 요가 초보인으로써, 아직도 몸이 뻣뻣하고 동작이 어색하지만 누구보다 요가를 사랑하는 요가인으로써, 내가 사랑하는 요가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Photo by Ravi Pinisetti on Unsplash
오늘도 매트를 깔고 시작할 때는 다운독같은 기본자세마저 안 되는 나 자신에게 한숨이 나왔지만 어찌어찌 한 시간 수업을 다 들었다. 그리고 누워서 사바아사나를 하고 있으니 온몸의 근육이 풀리고 나른한 기분이 느껴진다. 아, 나는 이제 잘 수 있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