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시작은 있다.

10년째 초보 요가 수련기

처음부터 요가 고수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 아, 물론 예외는 있다. 제주도에 계시는 요가 고수님은 아주 어려서부터 스스로 요가 동작을 하셨고 이후에 그게 '요가'라는 것을 깨달으셨다고 한다. 그런 특이 케이스를 제외하면 누구나 처음 요가를 접한 시기가 있다.


나의 요가 시작은 대학교 2학년 21살로 기억한다. 나는 20살 이전에는 운동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나에게 운동이란 학교 체육시간에 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수업시간의 반은 앉아서 수다를 떨다가 선생님이 하라고 하면 시도를 해보는 딱 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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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에 가위바위보를 해서 한 발씩 뒤로 가는 게임을 하다 보면 다리를 쫙쫙 찢는 유연한 애들이 있었다. 나는 그조차도 하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이 일자로 쫙 찢은 다리를 자랑할 때 '왜 아픈데 일부로 근육을 찢지?' 하는 생각을 했다.


초등학교 때 단체로 수영 수업을 가서 처음으로 내 모습을 전신 거울에 적나라하게 비춰봤을 때가 기억난다. 배가 볼록 나왔고 엉덩이는 뒤로 빠져 있었다. 거울을 보면서 내 체형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게 운동부족 때문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여중, 여고를 거쳐가면서 운동부족은 점점 심해져 갔다.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밥 먹고 소화시킬 겸 운동장을 도는 것이 운동의 전부였다. 그건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움직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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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었고 아침 6시에 일어나 학교에 가서 밤 11시가 되어야 집에 도착했다. 비평준 지역에서 좋은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차로 40분쯤 걸리는 등교시간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학교에 가면 50분 수업과 10분 쉬는 생활이 계속되었던 것이다.


나는 순진하게도 엉덩이를 오래 붙이고 앉아있으면 성적이 오를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3 때는 심지어 '주말 야자'라는 걸 하기 위해 사복을 입고 주말에도 학교에 가서 공부를 했다.


그때 우리 고3 담임선생님은 이렇게 말하셨다.


"너네 그렇게 앉아만 있지 말고 운동도 좀 해! 옆반 애들은 보충 끝나고 요가도 다니고 한다더라."


나는 그 말이 농담으로 들렸다.

'수능이 코 앞이고 한 시가 바쁜데 어떻게 한 문제를 더 풀지 않고 운동을 하지?'


그렇게 치열하게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0살이 되어 대학에 갔을 때 비로소 운동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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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나이가 어리고 젊으면 한참 좋을 때라고 말하지만 몸을 혹사시킨 뒤 20살이 된 나는 만신창이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대학 동기 중에 그런 애들이 종종 있었다. 허리가 아프고 목이 아프고 체력이 너무 약한 친구들 말이다.


나는 지방 교대를 입학했다. 교대는 초등학교 교과목별로 과가 나뉘었는데 신기하게도 과배정 방법이 '뺑뺑이'었다. 12지망까지 써서 기계로 돌리면 자동으로 내 과가 선정돼 나오는 것이었다. 이건 해리포터가 마법의 모자로 기숙사를 배정받는 것보다도 더 떨리는 과정이었다.


나는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기가 싫었기에 국, 영, 수 같은 과는 거의 맨 뒤에 썼고 앞 쪽에 음악, 미술, 체육 같은 예체능 과목을 넣었다. 그리고 과배정이 발표되는 날 나는 '체육'과에 배정이 되고 말았다. 나의 심화 과정은 체육이 되었고 다른 학생들보다 체육 수업을 더 듣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체육과가 되었다고 해서 비루한 나의 몸뚱이가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목을 돌리며 준비운동을 할 때면 내 목은 어느 쪽으로도 잘 돌아가지 않고 중간에 딱딱 소리가 나면서 삐걱거렸다. 나는 수업에서 가장 먼저 지쳤고 배드민턴을 치다가도 금세 숨을 헉헉대며 구석에 앉았다. 쌩쌩한 다른 애들을 보면서 나는 뭐가 잘못된 걸까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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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운동은 수영이었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고 수영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친구와 자전거를 타고 아침 일찍 수영장으로 향했다. 수영을 끝내고 와서 강의를 듣는 일정이었다.


나는 그 생활에 만족하며 지내고 있었는데 뜻밖의 사고가 있었다. 친구가 수영을 하다 180cm가 되는 수심에서 물에 빠져버리고 만 것이다. 우리 키가 160이 될까 말까 했으니 발이 닿지 않는 깊이 었다.


친구는 나에게 자기는 도저히 수영은 못하겠으니 요가를 가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요가?"


나에게는 생소한 운동이었지만 도전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요가원은 마트 건물 2층에 있었고 나는 요가를 무료로 한번 체험해 볼 수 있다는 말에 흔쾌히 좋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수영을 끊고 요가를 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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