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요가를 하러 요가원에 갔을 때 우리는 운동복 차림이었다. 반팔 티셔츠에 헐렁한 운동복 바지를 입고 요가원에 들어가니 원장님은 양말만 벗으면 된다고 말씀해 주셨다. 나는 커다란 전신 거울을 앞에 두고 요가원에 비치되어있는 매트 중 하나를 골라 바닥에 깔았다.
거울로 자신을 본다는 것이 참 어색했다. 드디어 요가 선생님이 오셨고 무료체험 요가 수업이 시작되었다. 몸에 딱 붙는 요가복을 입은 수강생들을 보면서 어떻게 몸매가 다 드러나는 옷을 입지 잠시 생각했었다. 나는 요가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고 선생님의 몸동작을 따라 하려 애썼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렇게 모든 수업이 끝났다고 느꼈을 때 뜻밖의 자세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사바아사나'이다.
Photo by Farrinni on Unsplash
비루한 나의 몸뚱이를 매트 위에 누이고 눈을 감았을 때, 나는 바람이 부는 청보리 밭에 가 있었다. 스피커에서는 나른하고 따뜻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요가원 한쪽의 통유리창에서 스며드는 빛이 은은히 빛났다. 나는 손으로 스르륵 잎사귀를 스쳐 지나가면서 정처 없이 여기저기로 걸었다.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던 수많은 생각이 잠시 멈추는 순간이었다. 오늘의 고민, 내일의 과제, 바보 같은 과거의 행동들도 모두 내버려 둔 채 눈을 감고 가만히 있을 수 있었다. 선생님은 나의 얼굴에서 살짝 안경을 들어 올려 옆으로 내려놓아주었고 그렇게 몇 분이 흘렀다.
"손가락 발가락 꼼지락꼼지락."
다시 중력이 느껴지는 이 바닥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았지만 선생님의 멘트에 따라 어느새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고 있었다. 머리가 띵 한채 일어나서 앉아 있는데 요가 선생님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아요? 할 만했어요?"
"네, 너무 좋은데요?"
나는 그렇게 요가에 살짝 발은 담근 것 만으로 사랑에 빠진 감정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나의 느낌과 생각이었고 나의 몸 상태는 여전히 선생님이 괜찮냐고 물어봐야 했을 정도였다.
체력장에서 앉은 채로 손을 쭈욱 뻗어 몇 센티가 발끝 앞으로 넘어가는지 보는 유연성 테스트를 할 때마다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말 쥐가 나도록 억지로 뻗어도 0을 넘기가 어려웠다.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양다리를 쭉 편채 앉으면 허리를 똑바로 펼 수가 없었다. 앉는 것도 되지 않는데 그 상태에서 허리를 굽혀 손으로 발을 잡는 것은 아무리 손을 뻗어도 가망이 없어 보였다.
요가 선생님은 수건을 가져다가 발바닥에 걸고 수건을 꽉 잡은 상태로 허리를 펴는 연습을 하라고 했다.
Vlada Karpovich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4534578/
요가에서 기본 중에 기본인 다운독자세(Adho mukha svanasana) 역시 될 리가 없다. 엉거주춤한 엎드려뻗쳐를 하고 있는 내 자세를 보고 선생님은 상체를 쭉 늘릴 수 있게 발꿈치를 들고 무릎을 거의 90도로 구부리라고 말씀해주셨다. 나는 워낙 몸에 근육이 없어서 다운독을 하면서도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유연성이 없으니 동작이 되지 않고 그렇다 보니 다른 관절들에 힘이 들어가서 손목, 어깨, 팔이 아팠다. 제대로 된 다운독을 하게 된 것은 그 후로도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뒤이다.
그럼에도 나는 용기 있게 그날 바로 등록을 했다.
내가 처음 갔던 요가원은 특이하게도 30개의 스티커를 붙일 수 있는 작은 스티커판을 한 장 주었다. 나는 3개월 동안 시간표를 보고 아무 수업이나 들으러 갈 수 있었다. 요가원에 도착해서 귀여운 부엉이 스티커를 붙일 때마다 뿌듯했다. 처음 30개의 수업을 들었을 때는 너무 좋아서 다이어리에 꽂아놓기도 했다.
푸른 들판을 거닐었던 사바아사나의 마법은 그 후로도 몇 차례 계속되었지만 언제까지나 그랬던 것은 아니다. 그냥 눈을 감고 누워있는 날이 더 많았고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딴생각을 하는 날도 있었으며 피곤한 직장인이 된 이후에는 진짜로 잠드는 날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