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20개월에 접어들어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다. 지난주부터는 어린이집에서 점심을 먹고 온다. 하루에 한 시간씩 어린이집을 갈 때는 집에서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40분 남짓이었다. 그 시간 동안 엉망인 집안을 치우고 나면 어느새 데리러 가야 할 시간이 됐다.
어린이집에서 점심을 먹으니 2시간 30분 정도 나만의 시간이 생겼다. 매일 같은 시간에 요가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중간에 낮잠을 자던 아이가 울어서 동영상을 멈출 일도 없었다. 조금만 더 부지런히 움직이면 요가학원에 가서 수련을 할 수도 있는 시간이었다.
아이를 어린이 집에 보내고 1시간 10분가량의 요가 수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충실히 따라 했다. 매트 바닥에 누워 가벼운 몸을 느꼈다. 그때까지만 해도 어깨와 허리, 골반이 얼마나 가뿐한지 날아갈 것만 같았다.
문제는 다음날이었다.
Photo by Klara Kulikova on Unsplash
곧 온몸이 쑤셔왔다. 무리를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벼운 스트레칭을 했지만 다시 요가 수업을 들으면 병이 날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왕복 6시간의 친정 나들이를 다녀온 후 몸살감기가 걸려버리고 말았다.
아이는 친정에서 낮잠을 제대로 못 잤다. 할머니 방에 이불을 깔고 잠깐 잠이 든 아이는 왜 아직도 집이 아니냐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마당에 나가서 강아지를 보여줘도 울고 가자는 대로 옆집까지 가서 꽃을 봐도 울고. 12킬로에 육박하는 아이는 엉덩이까지 들썩이며 '엄마 엄마'를 불러댔다.
"여보, 나 진짜 어깨가 빠질 것 같아."
아빠에게는 안기지도 않는 아기를 붙잡고 울고 싶었다. 결국 아기는 그쳤고, 밥을 먹었고, 우리는 어찌어찌 다시 차를 타고 3시간의 도로를 달려 집으로 갈 수 있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춥고 아팠다. 자동차 시트의 열선을 최대로 올렸는데도 몸이 으슬으슬 추웠다.
Photo by Jade Stephens on Unsplash
요가를 너무 욕심내서 열심히 한 나머지 아팠던 경험이 있다. 직장생활을 하며 양평에서 요가를 할 때였다. 당시의 나는 퇴근하고 저녁을 먹은 후에 바로 요가학원으로 갔다. 월급을 받으면서 1년 치를 한 번에 등록해 버렸고, 민망해서 못 입겠다고 했던 몸에 딱 붙는 요가복도 사서 입었다.
하지만 아무리 요가를 해도 실력이 잘 늘지 않았다. 다운독을 하면 어느 날은 뒤꿈치가 땅에 붙었다가도 다시 떨어졌고 손끝은 발끝에 닿았다가도 다시 멀어졌다. 내가 다녔던 요가원은 체력만 있으면 두 타임을 연속으로 들을 수 있었다. 1년 치 회원권을 끊었던 내가 할 수 만 있다면 두 시간의 수업을 들을 수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듣는 아주머니들이 몇 분 계셨다.
너무나 늘지 않는 실력에 조바심이 나서 딱 5일 동안 수업을 두 시간씩 들었다. 힘들었지만 뿌듯했고 비로소 실력이 느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5일의 수업을 마치고 주말이 지났을 때 몸살이 나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열이 나서 병원에 가니 의사 선생님은 '독감'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나는 학교에 진단서를 제출하고 집에서 앓았다. 학교는 쌀쌀한 가을, 겨울이 오면 해마다 아이들 사이에서 독감이 돌았지만 선생님인 내가 독감에 걸린 건 처음이었다. 38도 이상 열이 나고 어지러워서 종일 누워있다가 저녁때가 돼서야 먹을 걸 사러 슬금슬금 밖으로 나갔다.
그때 알았다. 무리하게 요가를 하면 독감에도 걸리는구나.
Photo by Anthony Tran on Unsplash
친정에 다녀온 다음날. 마침 일요일이어서 병원도 다녀오지 않고 아이를 하루 종일 보게 되었다. 요가를 하고 독감에 걸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목이 붓고 온몸이 아프고 어지러운 게 미열이 있는 것 같았다. 상상만으로도 정말 싫지만 설마 코로나는 아니겠지 생각도 했다.
병원에 가니 선생님이 코와 목에 분무형 약을 잔뜩 뿌려주셨다. 컥컥거리며 약을 다 맞고 나니 눈물이 찔끔했다. 아픈 날에는 아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벅찼다. 하지만 낫고 나면 다시 요가를 시작할 것이다. 이번에는 무리하지 말고 살살해야겠다. 이제 매일 어린이집에 가니까. 요가는 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