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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Oct 04. 2023

독감도 코로나도 아닌데 고열이 계속된다면

뇌수막염의 무서운 고열

기록적인 추석연휴에 알뜰하게 쉬기 위해 지난주에 친정에 먼저 다녀왔습니다. 추석 전날 시댁어른들과 식사도 맛있게 했고요. 그래서 저희 가족은 29일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연휴를 가지게 되었어요.


남편과 신나게 계획을 짰습니다. 그렇게 짠 연휴 계획은 청와대에 예약하고 방문하는 것. 그리고 부암동 환기미술관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서울 여행을 가려고 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연휴 동안 병원에만... 4일을 다녀왔습니다. 




가장 먼저 열이난 건 동동이였어요. 저녁에 잔디밭에서 얼마나 신나게 뛰어놀던지요. 있는 체력 없는 체력 총동원해서 같이 뛰어놀았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바로 동동이부터 열이 나기 시작했어요. 


동동이는 전에도 소리를 심하게 지른 뒤 열이 나고 목이 부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녁쯤 되자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떨어지지 않는 거예요. 해열제를 먹으면 38.5 안 먹으면 39도를 넘기는 고열 이었어요.


밤새 열을 떨어뜨려보겠다고 물수건으로 닦고 시간 맞춰서 일어나서 확인하면서 소파에서 쪽잠을 잤어요. 




아침이 되어서 부리나케 추석연휴에 문 연 소아과로 갔는데. 전쟁통이 따로 없었습니다. 


접수는 9시부터 받는데  7시 30분부터 번호표를 뽑아서 대기자는 100명이 넘어서고 있었어요. 병원에는 사람이 꽉꽉 차 있었습니다. 열이 나서 축축 늘어진 아이들, 우는 아이들, 안고 업고 유모차로 온 아이들로 난민촌이 따로 없었습니다. 


여기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퍼뜩 들어 좀 더 작은 소아과로 갔는데 다행히도 그 병원은 연휴에 영업한다는 소문이 안 났는지 접수를 할 수 있었습니다. 


동동이는 다행히 열이 떨어졌어요. 그런데 그렇게 병원에 다녀와서 집에 돌아왔는데 제가 열이 나기 시작한 거예요.




37도를 가뿐히 넘기더니 금방 38도가 넘어가서 타이레놀을 두 알 먹었습니다. 약 봉투를 보니 타이레놀은 8시간 간격으로 먹어야 한답니다. 아직 8시간을 채우려면 두 시간을 더 버텨야 하는데 도저히 버틸 힘이 나질 않습니다. 


뭐라도 먹어야 하는데 집에는 아무것도 먹을 게 없습니다. 신랑이 홈플러스엘 가자고 합니다. 기운이 있으면 집에서 밥 먹는 대신 가서 우동이라도 한 그릇 먹고 오면 좋을 텐데 지금은 소파에서 일어나 앉기도 힘듭니다. 


그 와중에 동동이는 엄마가 아프거나 말거나 놀아달라고 난리입니다. '나 빼놓고 그냥 둘이 다녀오면 안 될까.' 이 말이 목구멍에 걸려있었습니다. 결국 외투를 걸치고 목도리까지 두르고 밖으로 나갑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픈데 특이하게 등줄기와 목을 타고 뒤통수로 올라가는 머리가 아팠습니다. 신랑은 홈플러스에 도착해서야 택시를 잡아타고 다시 집으로 가면 어떻겠냐고 말합니다. 저는 그마저도 귀찮고 힘들어서 그냥 빨리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자고 합니다. 


신랑이 계산하는 동안 잠시를 서있지 못하고 의자에 주저앉았습니다. 아프다고 할수록 더 아픈 것 같아서 웃어보았습니다. 요가에서 어떤 힘들고 고통스러운 자세도 잠시후면 지나간다고, 끝나고 나면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합니다. 


열은 펄펄 나지만 다시 움츠러든 어깨를 펴봅니다. 여전히 아프지만 웃고 있습니다. 그냥 열이 날 뿐인데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세상에 아픈 수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 아픔을 견뎌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로 많이 아프면 죽는 게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겠구나 이해가 됩니다.




돌아오는 차에서 동동이는 열이 떨어져 잠이 들었고, 저는 그때부터 열과의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약국에서 산 해열진통제 4알을 먹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춥고 잠이 오질 않습니다. 전날 동동이가 차가운 물수건을 대어주면 짜증을 냈던 게 떠올랐습니다. 


20번 정도 잠이 들었다 깨기를 반복했습니다.  등근육 골반 어깨허리 안 아픈 곳이 없었습니다. 자면서 근육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상상을 진지하게 했습니다. "여긴 내 영역이야 꺼져.", "숨을 더 깊이 쉬어봐. 그럼 괜찮을 거야." 그 상상이 말도 안 되는 거였다는 건 아침이 돼서야 알았습니다. 


해열제는 듣지 않았고, 열은 여전히 내릴 줄을 몰랐습니다. 39.2까지 올라가서 방 안에서 걸어가는 것도 힘이 들었습니다. 




연휴에 문 연 병원을 찾아서 해열제 링거를 맞으러 갔습니다. 검사를 했는데 코로나도 독감도 아니었습니다. 편안히 앉아 있을 수도 서 있을 수도 없었는데 의사 선생님은 고열이여서 아픈 게 당연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 말에 위로를 받았습니다. 


수액을 맞고 점점 시간이 지나자 떨어지지 않던 열이 떨어지면서 온몸이 땀이 났습니다. 이제 살겠다 싶기도 하고 찜질방에 온 것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집에 와서 한번 더 낮잠을 자고 나니 정말로 살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때 때마침 신랑이 한 뉴스 기사를 보여줬습니다. 


"감기도 아닌데 열나" 결국 실신.. 건강한 2030도 쓰러뜨리는 이 병 


아... 감기가 아니고 독감도 아니고 코로나도 아니면 뭐지? 하고 기사를 봤는데 바로 '뇌수막염'이 고열에 두통이 함께 온다고 하는 겁니다. 초기증상은 발열과 두통. 소화기 증상이 동반되기도 하고 심한 경우 목이 뻣뻣해져 고개를 움직이지 못하거나 구토와 고열로 실신할 수 있다고 합니다. 




뇌수막염은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경우와, 세균으로 인한 세균성 뇌수막염으로 구분하는데 세균성 뇌수막염항생제 치료를 해도 치사율이 10% 정도 된다고 합니다. 뇌수막염 검사는 허리에서 뇌 척수액을 뽑아서 검사를 하게 되어있다고 하네요. 


바이러스로 인한 뇌수막염성인의 경우 7~10일이면 낫는다고 하네요. 치료는 해열제, 수액 보충 등이고 대부분은 치료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증세가 호전된다고 해요. 뇌수막염은 호흡기로 전파되는 전염병이라고 해요. 코로나로 뇌수막염 환자도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는데 다시 늘어나는 추세 인가 봐요. 




제가 정말 뇌수막염이었는지는 검사를 안 했으니 알 수는 없어요. 해열 수액을 맞고 열이 내린 뒤 다시 열이 오르지는 않았고 서서히 회복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번에 '뇌수막염'에 대해 알게 돼서 또 하나 배우게 되었어요. 


예전에 동동이 신생아 시절에 유료로 뇌수막염 예방접종을 여러 차례 맞았던 기억이 나면서 그때 예방하려던 게 이렇게 무서운 고열이 나는 병이었구나 깨달았습니다. 


열이 내리지 않으면 해열 링거가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 열이 오르면 정말 힘들다는 것. 혹시나 잡히지 않는 고열과 두통으로 힘드시다면 참지 마시고 빨리 병원에 가서 링거를 맞으세요. 괜찮겠지 그냥 방치하지 마시고 꼭꼭 병원에 가시기를! 




*사진: UnsplashJulian Hochge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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