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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Oct 11. 2023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동쪽에서 서쪽으로 나의 교직 생활 이동기


오늘은 3년만에 '석관초'에 가고 있습니다. 인천에서 가는데에만 2시간이 걸려요. 육아휴직 3년을 꾹꾹 채운데에는 너무 먼 곳에  학교가 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오늘 학교에 가는 이유는 인천으로 '전출'을 쓰기 위해서 입니다. 어느새 원격 업무 아이디는 기간이 만료 되었고 업무도 차단되어 공문을 보지 못하게 된지는 벌써 오래 되었습니다.


타시도 전출이라는게 참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내년이면 육아휴직도 끝나고 꼼짝 없이 학교에 다닐 수 밖에 없어서 꼭 해내야 하는 일입니다.




그동안 브런치에서 글을 쓰면서 교사였던 나는 저 멀리에 감춰버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냥 글쓰고 요가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었어요.


그렇다고 아이들이랑 같이 있는 시간이 싫은 것은 아니었지 만 그 시간으로 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서 제가 거기에 존재했다는게 잘 믿어지지 않을 뿐입니다.


교직 생활이 육아휴직 3년을 포함해 총 10년정도 되었는데요. 그 짧은 기간동안 두번의 시도교육청을 넘나들었습니다. 임고는 두번 치뤘고요.


정말 쉬운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분위기에 적응해 나가는건 항상 커다란 부담입니다. 그럼에도 꿋꿋히 출근을 하면 어느샌가 나를 같은 소속으로 받아주리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열심히 학교를 다녔지요.




학교는 춘천교대였으나 시험은 경기도로 봤습니다. 첫 발령지는 자연이 아름다운 '물 맑은 양평'이었고 거기에서 차도 없이 20대 중반의 뚜벅이로 창창한 젊음을 보냈습니다.


4년을 버텼으니. 양평에서 참 오래도록 있었습니다. 사실 임용고시를 다시 볼 생각은 없었는데 전남친과 헤어지면서 이 지긋지긋한 양평을 벗어나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생겨버렸어요.


때마침 임고를 다시 보라는 교수님의 푸쉬도 있어서 서울 임고를 다시보게 되었습니다. 출근전과 퇴근후에 인강을 듣고 도서관에 다니면서.. 외로움에 참 많이도 울었어요.




그렇게 서울 임고에 붙고 대기 발령 1년을 얻게되는데요. 저는 양평교육청에 '의원 면직'을 하고 전세금을 빼서 세계 일주 하려고 했건만. 지금의 신랑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양평 교육청 장학사님들이 잘 가라고 박수쳐주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1년 동안 신나게 연애를 하면서 세계여행보다 의미있는 국내여행을 다녔고 이듬에 서울 발령을 받으며 5월의 신부가 되었습니다.


발령받자마자 청첩장을 내민 .. 신규 같지 않은 신규의 결혼식을 선생님들은 참 친절히도 챙겨주셨어요. 제가 5월 5일에 결혼을 했는데도 교장, 교감, 교무, 연구부장 선생님, 동학년 선생님들 참석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었지요.




서울에서 오래오래 근무할 줄 알았건만 신랑이 강원도에서 인천 송도로 오게 되면서 주말 부부를 끝내고 싶은 마음에 '인천'으로 타시도 파견 근무를 쓰게 되었습니다.


2년 동안 교환 근무를 하는 건데, 서울 선생님들이 파견 근무를 가면 겪게 될.. 안 좋은 점을 많이도 알려주셨어요.


하지만 저는 다행히 어떤 텃새도 없이 인천에서 사랑을 받고 2년 근무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신혼집도 인천으로 구해버리고 ㅋㅋ 인천 사람이 되었어요.


파견 근무가 끝날때 쯤 임신이 되었고 그렇게 육아휴직 3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임고를 두번 봐서 도착한 서울에서는 고작 1년 근무가 끝이 되어버렸지요. ^^




이제 인천으로 아예 전출을 쓰게 되었습니다.


서울은 인기가 많아서 파견 전출이 자유로운 편이지만 인천은 그렇지 않아서 이번에 바꾸고 나면 마지막까지 인천에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전출을 쓰는 생각만으로도 고달픈 느낌이 듭니다. 어느 학교에 갈지도 모르지 예상할 수 있는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어요. 할 수 있는 건 그저 기도뿐이니까요.


그래도 대책없는 긍정의 기운을 품고 갑니다. 내가 여기까지 오는데 익숙하고 쉬웠던게 있었나. 다 어색하고 새로운 환경이었지만 적응해 가면서 정이 들고 여기까지 온 거지.




그렇게 10년을 채우고 나면 저는 어디로 가게 될까요. 무엇이 되어 있을까요? 정말로 선생님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가 되어서 글써서 돈버는 그날이 올까요?


저도 궁금할 따름입니다. 세계적인 작가가 된다고 항상 말을 하는데. 언제 어떻게 괜찮은 진짜 작가가 되는지 정말 궁금해요. ㅎㅎ


그럼 오늘은 여기에서 줄이겠습니다.

서울가는 공항철도에서 덜컹거리면서.


* 사진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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