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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Oct 13. 2023

끝이란 게 뭘까?

시작은 하기 쉽지만 끝내기는 정말 어렵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단 시작을 했으면 반은 끝낸 거라고 하죠. 하지만 진짜 그럴까요? 오늘은 끝내기의 어려움에 대해 적어보려고 합니다.


임고를 두 번 보면서 가슴속에 새겼던 말이 있었습니다. 바로 '칼을 꺼냈으면 무라도 자르자.'라는 말인데요. 이 말을 되뇌면서 끝까지 시험을 볼 수 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무언가를 끝내는 건 정말로 어려운 일입니다.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마음먹고 아주 약간만 무언가를 하면 이미 시작된 것이니까요.


오늘부터 청소해야지 싶으면 청소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아주 조금만 무얼 치우면 됩니다. 그럼 이미 시작했으니 절반이 된 거죠.


하지만 끝내는 것은 다릅니다. 시작했다가도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저만해도 마음먹고 끝내지 못한 일들이 많습니다.


일단은 집정리가 그래요. 열심히 화르르 불타올라서 치웠었는데 이제 좀 열기가 떨어졌습니다. 정말로 치워야 하는 커다란 가구들, 그리고 책들 앞에서 주저앉아 버렸어요.


소파도 버려야 하고 침대도 버려야 하는데. 여자 혼자 3인용 소파를 들고 밖으로 나가는 것도, 침대를 옮길 수도 없고요. 그냥 하루 이틀 미루다 보니 여기까지 와버렸습니다.




브런치 글도 좀 열심히 쓰고 싶은데 새벽기상이 안되다 보니 잘 안쓰게 되요. 오후에 브런치 글을 쓰면 또 제가 써내야 하는 장편소설을 안 쓰고 있다는 죄책감이 들고요.


하하. 결국에 새벽에 일어나서 두 시간은 소설을 쓰고 나머지 시간에 브런치 글을 써야 하는데 잠을 푹~ 자고 있다 보니 아무것도 안되더라는 겁니다.




다시 책상 정리를 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래 우선 책상부터 정리하자. 그리고 100번쓰기로 오늘의 임무를 마친 뒤 가장 먼저 제가 써내야 하는 소설을 떠올립니다.


소설은 이제 막바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3장 구조에서 마지막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작가의 머릿속은 정리된 것이 없습니다.


단편소설도 끝내기 위해서 몇 번을 다시 쓰는데, 장편소설은 계속 다시 쓸 수 없으니 플롯을 먼저 짜야한다더군요. 그래서 플롯이란 걸 짜고 있는데. 아,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여러분 칼을 꺼냈으면 무라도 썰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글을 쓰기 시작했으면 마침표를 찍어야 하고요. 브런치 창을 열었으면 뭐라도 발행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실력이 부족해도 시작한 이상 소설에 마침표를 찍어야 합니다.


그게 가장 큰 차이이지요. 뭐라도 되는 사람과 안 되는 사람의 차이. 칼을 뽑고 무를 썰었느냐, 아니면  버섯이나 사과라도 썰었는가. 아니면 그냥 들고 있는 칼이 무서워서 내팽개치고 도망갔느냐.




내팽개치고 도망가면 얼마나 편안할까요. 하지만 도망가면 얼마나 초라해질지 알아서  버티고 있습니다.


무 앞에서 부들부들 떨면서 언젠가는 내가 이 무를 썰고 만다. 아주 반듯하게 깍둑깍둑 썰어서 깍두기라도 담그고 만다. 그렇게 버티는 중입니다.


진짜 좋은 글을 쓰고 싶은데 마음처럼 술술 나오지는 않네요. 내일은 새벽에 다시 일어나 볼까 생각 중입니다. 추석 지나고 아픈 다음에 회복이 좀 된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내일부터는 새벽부터 칼을 갈아보겠습니다. 새벽에 가는 칼이 더 잘 갈리더라는.. 그럼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사진: UnsplashJoshua Hoeh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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