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동동이를 재우고 나와서 핸드폰을 열었다. 글쓰기의 처음을 함께했던 친구의 부고 소식을 전해받았다. 소식을 받은 누구도 그 죽음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 사람이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얼마나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는지. 그 마음까지도 함께 했었다. 함께 보낸 시간이 10년. 그 사이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가.
12월 30일에 만나서 합평모임을 갖자고 했던 그 사람이, 지금은 숨 쉬고 있지 않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 사람은 평소에도 장난 삼아 자신의 묘비명을 말해주곤 했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면서 세계적인 문학상을 받기 위해 줌을 틀어놓고 같이 글을 쓰자고 했다.
그 사람은 노벨문학상과,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고 싶어 했다. 나는 그가 이제 뭔가 정말 대작을 쓸 것 같다는 기대감에 차 있었다.
누군가의 부모님이나 조부모가 아닌 나의 지인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전에도 글 쓰던 친구가 급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적이 있었다. 그때 우리는 일주일 전에 호프집에서 만나서 뒤풀이를 했었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찾아갔었다. 잠시뿐이었지만, 가뿐 숨이었지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괜찮을 거라고. 얼른 나으라고.
그리고 다음 날 부고 소식을 들었다.
아직 너무 젊은 나이여서. 할 일이 너무나도 많아서. 써내야 할 글들이 아직 남아있어서. 글 쓰는 친구들이 먼저 세상을 떠날 때면 아쉽고 아쉽다.
아무래도 잠이 오지 않아서 밤중에 침대에서 몰래 빠져나왔다.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이렇게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사인은 심근경색이라고 했다.
내일 자주 못 봤던 글쓰기 친구들과 장례식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그 사람 없이 앞으로 어떻게 모임을 할 수 있을까. 쾌활한 웃음소리와 크고 깊은 눈망울, 나에게 말해주었던 하나하나의 말들을 기억한다. 수많은 이야기들. 나는 그 안에서 성장했고 지금의 내가 되었다.
"미진 씨."
항상 그렇게 부르던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 우리가 이번생을 끝까지 살아내고 나면 다시 작고 동그란 테이블에 앉아서 도란도란 합평모임을 할 수 있을까. 따뜻한 차를 마시며 다들 잘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
글을 쓰면서 비로소 눈물이 흐른다.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던 것을, 더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못했던 것을 부디 용서해 주시기를.
정미샘 덕분에 저는 자라고 치유하고 제대로 글을 쓰게 되었어요. 날카롭던 저를 감싸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항상 그 동그란 테이블을 볼 때면 생각날 거예요.
남아 있는 하루하루 더 열심히 쓸게요. 다 못쓰고 가신 것까지 쓰려고 노력할게요. 우리가 만나면 다시 이야기해요. 그동안 못 했던 이야기들, 밤을 새워가면서 함께 나눠요. 선생님 보고 싶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