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친한 친구가 한 말
제주도에서 2박 3일 비행기 표를 끊어서 서울로 올라왔다. 지난번 신랑이 한 차례 왔다 가며 집을 봤지만 막상 살 물건을 고르지 못했다. 대통령 선거도 끝났겠다. 들썩이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이번 주에 끝장을 봐야 한다. 그렇게 다섯 살 아이의 손을 잡고 서울로 향했다.
부동산에 미리 연락해서 예약한 집들을 하나하나 보았다. 멀리 다른 아파트까지는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날은 푹푹 찌고 동동이는 더위에 지쳐했다. 다행히 이번에 본 집들은 모두 괜찮아 보였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부동산에서는 당장 마음의 결정을 하기를 원했고 나는 잠시 시간을 달라고 하며 소파에 앉았다. 그때 부동산에 전화 한 통이 왔다. 방금 보고 온 7층 집을 보러 오고 싶다는 전화였다. 그 순간 모든 게 결정이 됐다. 바로 그 집이었다. 그 집이 내가 살 집이었다.
온 지 몇 시간 만에 집을 사겠다고 거금 1000만 원을 입금했다. 가계약금을 보내고 얼마나 속이 후련하던지. 며칠을 아파트만 보면서 다녀야 한다는 압박감이 사라지면서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파트 숲이 우거진 서울에 곧 내 아파트가 있게 될 것이다.
남은 이틀을 서울에서 놀며 고3 때 친구를 한 명 만났다.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길 원했던 우리는 나란히 강원도에 있는 대학에 갔다.
평소 부동산에 관심이 많던 친구는 작년에 나에게 지금이 서울 부동산을 살 타이밍이라며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구매하는 '갭투자'를 권해주기도했다.
친구에게 자랑스럽게 말을 꺼냈다.
"나, 가계약금 보냈어. 바로 어제!"
축하한다던 친구는 재빨리 핸드폰을 열더니 캡처된 사진을 한 장 보내줬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집 산 걸 말하면 안 되는 이유>
1. 질문형 : 야, 돈 많네 앞으로 술 네가 사!
2. 의견형 : 그 돈이면 00을 사지..
3. 유도형 : 조금 더 기다리지 그랬어.
4. 질문형 : 평수는? 대출은? 시세는? 왜?
5. 소문형 : 아, 거기 00 때문에 별로라더라.
그러면서 집 산 걸 말해도 되는 사람은 아래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집 산 걸 말해도 되는 사람>
1. 확실히! 더 부자인 사람
2. 해당 지역 주택 보유자
3. 전문가, 투자 유경험자
(출처 유튜브 : 부읽남 TV_내 집마련부터 건물주까지)
아, 그렇겠구나.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동시에 맥이 탁 풀려버렸다. 집산 걸 집 샀다고 말하면 안 되는 세상이라니. 입을 꾹 다물고 있어야 한다니.
친구도 아파트를 보러 다니는 중이기에 그날 신나게 내 집마련을 수다 떨고 기쁜 마음으로 음료와 디저트를 살 수 있었다.
그렇게 잔금을 치르고 등기를 할 때까지 집 샀다는 걸 주변에 알리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입이 간지러운 걸 어쩌랴. 잔금 치는 날에는 다른 친구에게 집 산 걸 말하고 말았다.
이건 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걸 밤마다 갈대밭에 가서 소리를 지르는 꼴이다. 말을 하고 싶으면서도 하지 못해서 얼마나 답답한지. 자랑할 사람이 부모님 밖에 없어서 전화를 해도 이 벅찬 마음을 어쩔 수가 없다. 결국 공책을 펴고 글을 썼다.
나는 집을 산 게 너무나 자랑스럽다!
그렇게 브런치에 서울 아파트를 샀다는 부동산 글을 딱 하나만 올리려고 하다가 브런치 북을 기획하게 되었다. 부동산 일대기를 쭈욱 적어보려고 한다.
강원도에 농사짓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서 월세, 전세, 부동산이라는 단어가 뭔지도 모르고 20살이 된 내가, 서울에 내 이름으로 된 아파트를 마련하기까지.
막막하기만 한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글이었으면 좋겠다. 천만 원, 이천만 원에서 시작해서 억대로 자산을 불려낸 경험. 부동산을 보는데 중요한 마음가짐. 부동산에 대해 말하고 싶은 모든 것을 글로 녹여보고 싶다.
부동산 투자자이기도 하지만 1주택자 라는 것을 미리 밝힌다. 겨우 서울에 등기 하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 하나의 등기가 작은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서울에 아파트를 가지는 건 어떤 사람에게는 평생이 걸려도 불가능한 일이며 기적 같은 일이기도 하다.
기적을 이뤄냈다!
그리고 분명 어디엔가 내 글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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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Unsplash의Soyoung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