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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Jul 05. 2023

살아봤니? 96평 제주 아트빌라스에서의 1박

96평에서 단 세 명이 하룻밤 자고 온 후기


제주에서의 두 번째 밤이 되었습니다. 오늘의 숙소는 좀 특별합니다. 남편보다 7살이나 어린 남동생이 형의 생일선물로 숙소를 제공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제주 아트빌라스!



동생은 속초 롯데 리조트에서 일하고 있는데 생일쿠폰으로 리조트 중 한 군데에서 1박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좋은 객실이 바로 '제주 아트빌라스'이고요. 




저희 가족은 딱 3명뿐이라서 (저, 남편, 동동이) 혹시나 함께 숙소를 즐길 지인을 찾아 보았습니다.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친구네 집에도 물어보고 했지만 아무래도 갑작스러운 제주행에다가 날짜도 이미 정해져 있으니 함께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중, 제주에 사는 지인에게 연락을 했는데 고민을 해보겠다는 답이 왔습니다. 제주로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정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제주시에서 서귀포까지 거리가 좀 있는 데다가 묶는 날은 월요일이었고,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 두 명에, 남편까지 있었기 때문에 온 부담되는 면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연락이 왔습니다! 6학년 첫째 아들은 집에 있기로 하고 둘째 딸내미와 남편까지 출동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아트빌라스에서 저녁을 약속했습니다.


원래 무료 숙박은 63평이 배정되어 있습니다. 아트빌라스에서 가장 작은 인데요. 잠시 직원이 살펴보더니 "저희 직원이시고 남는 방이 있어서 업그레이드 해 드릴게요."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96평짜리 집을 받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두둥!

(알아보니 그 방은 손님 맞을 준비를 마치고 '당일 취소' 된 방이었습니다. )




"여보!" 하고 차로 들어갔는데 신랑이 무슨 큰일이 난 줄 알고 화들짝 놀랬습니다. 저는 이 소식을 전했죠.


"우리 96평에서 자래!"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로 향했는데 들어가서 어디가 어디인지 구분이 안됩니다. 숙소에는 더블침대가 4개. 화장실이 4개. 집 안에 사우나와 히노끼가 있고, 야외 자쿠지도 하나 더 있습니다.  



언제 96평에서 자 볼까 싶어서 열심히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을 찍느라 힘들었습니다.





숙소는 좋지만 딱히 아이랑 즐길 것은 없어서  할 수 없이 징징대는 동동이에게 뽀로로를 틀어줬습니다. 이 숙소에는 집 안에 TV가 3대나 있습니다!


동동이가 뽀로로를 보는 사이 포장해 온 저녁거리를 쫙 깔아놓고 침대에 잠시 누웠습니다. 그런데 이게 쉬는 건지 어쩐지 피곤한데 잠이 잘 오지 않습니다. 손님이라도 와서 다행이지 우리 식구끼리 저녁을 보냈다면 좀 심심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반가운 손님이 도착하고 파티가 시작되었습니다. 남자들은 둘 다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공통점이 있어 말이 잘 통했습니다.


동동이는 너무나 감사하게도 5학년 누나와 뽀로로며 로봇카폴리를 시청하면서 저희 부부에게 자유시간을 주었습니다!


찐한 3시간이 지나고 손님들이 집에 돌아가자 다시 세 식구만 큰 집에 남았습니다. 와.. 이런 집에서 자는 거야?




엄청나게 좋은데 잠이 오지  않습니다. 결국 집이 크고 방이 많고 필요한 것은 내가 정을 붙일 단 하나의 방인 것 같습니다.


동동이도 너무 새로운 일들이 많아서 잠이 잘 오지 않는지 상어 인형 3개를 않고 뒤척이다가 자정이 돼서야 눈을 붙였습니다.


신랑은 어디에서 자고 있나 2층으로 올라가 봤더니 이렇게 많은 방과 침대를 두고 거실에 있는 커다란 소파에 누워서 자고 있습니다.


신랑을 그대로 두고 침대방으로 내려왔습니다. 나를 위한 방 하나. 그거면 충분하다는 거. 저 혼자 커다란 킹사이즈 침대에 누워봅니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잠이 잘 오지 않습니다.





아침을 먹는데 신랑이 어제 너무 흥분한 나머지 잠을 못 잤다고 투덜거립니다.


"여기 너무 좋은데 너무 크다 정말. 핸드폰을 1층에 놔두고 위에 올라가면 다시 1층으로 내려가기가 너무 힘들어."


그래도 좋은 점은 하나 있습니다. 집이 하도 넓어서 아이가 있어도 부부 둘만 있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거. 동동이가 물놀이하고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 동안 잠시 저희 부부는 마치 둘만 여행 온 것처럼 1층에서 놀았습니다.


아, 그래서 부자들이 아기를 많이 낳는지도 모르겠어요. 집이 넓어서. ㅋㅋㅋ




96평에 살아본다는 건 참 좋은 경험입니다. 직접 경험하고 나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현실적으로 알게 되니까요. 큰집이면 좋다던 우리 신랑도 살아보니까 너무 큰집은 안 되겠다고 합니다.


어떤 집에 살아야 내가 정말 행복할까. 크기는 어쩌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것들. 애착이불 편안한 베개 그리고 좋아하는 공간들. 그런 작고 아기자기한 것들이 집을 정말 내 집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근데, 정말 좋았는데. 여기에서 하룻밤 더 자라고 하면 못 잘 것 같아. 너무 불편해."


그렇게 우리는 커다란 집에서 들을 쏙쏙 골라 담아 캐리어에 담고 체크아웃을 했습니다. 아트빌라스 96평에 하룻밤 살아본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gmj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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