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글 Dec 23. 2021

가족 글쓰기 1년 달성 기념 이벤트

호캉스 플렉스

"우리 가족은 매일 저녁 글을 쓴다."


이 문장의 제목으로 시작한 글쓰는 가족의 이야기.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특정하기는 어렵기는 하지만, 매달 한 페이지씩 만들고 있는 노션(notion)의 가족 글쓰기 책이 12개 완성이 되어 이를 기념하기 위해 호캉스를 떠났다. 이런 이벤트 계획을 세우게 되면 그것 또한 글쓰기 주제가 된다. 그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두서없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가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떤 것을 먹을 건지 정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가면 놀고먹는데 정신이 팔려서 계획대로 잘 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수원 1층 더 레이크 태번


가족 글쓰기를 하면 좋은 점 중 하나는 우리의 예전 여행이 어땠는지 막연히 떠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 그때 그러지 않았나?'라고 말할 것 없이 그날에 대해 썼던 글을 읽어 보면 된다. 성격이 조금 급한 편인 나는 준비가 제때 되지 않고 늦어지는 것에 조금 민감한 편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준비과정에서 생각했던 시간보다 늦어지면 조바심이 나서 짜증을 내기 일쑤다. 그 과정을 지켜봤던 아이가 언젠가 갔던 여행기의 서두에 "마치 여행을 안 갈 것 같이 다투다가 막상 출발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분위기가 바뀐다"는 내용을 썼다. 그 글을 일부러 지우지 않는 한 우리 가족의 티격태격 여행 출발 준비는 계속 남아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온 가족의 참여로 즐겁게 가려는 것이어서 여유 있게 준비해서 출발해서, 처음부터 삐그덕 거리는 일은 없었다.


호캉스를 보낸 곳은 수원 광교에 위치한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호텔이다. 광교 호수공원 옆에 위치해 있고, 외관이 굉장히 특이한 백화점인 갤러리아 광교 옆에 위치한 호텔이다. 첫 일정은 1층에 위치한 '더 레이크 태번'에 미리 예약해 둔 '스트로베리 애프터눈 티 세트'를 즐기는 것이었다.

더 레이크 태번 '스트로베리 애프터눈 티 세트'

네이버 예약으로 미리 예약해 두면 조금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2인이 기본인 세트여서 음료만 1개 더 추가해서 즐겁게 즐겼다. 아래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먹다 보니 어느덧 체크인 할 시간이 되었다. 코트야드 수원 호텔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더블침대 2개'가 있는 방이 많다는 것이었다. 트윈 싱글 침대도 괜찮기는 하지만, 넓은 침대 2개가 훨씬 좋다.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수원


배정받은 방은 14층. 아쉽게도 광교호수 뷰는 아니고 '아파트 뷰'를 받았다. 바로 앞에 아파트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개방감은 좋았다. 다른 호텔과 다르게 바닥이 매끈한 타일로 되어 있어서 오히려 더 깔끔한 느낌이 들었다. 카페트로 된 것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다. 비록 전망은 아파트 건물만 가득했지만, 사거리를 지나는 차들을 살펴보면서 멍 때리고 있기엔 괜찮았다.

낮에 본 아파트 뷰

야경이 멋지다고 알려진 광교 호수여서 밤에는 호수 산책을 위해 잠깐 밖으로 나가봤다.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지만, 호수를 중심으로 높은 고층 아파트들이 가득 메워져 있으니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야경이기는 했다. '원천저수지'로 완전 시골 같은 풍경이었던 곳이 이렇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지금은 그 이름은 불리지 않고 '광교호수공원'으로 불리지만, 아직도 카카오맵에는 원천저수지와 신대저수지로 남아 있다. 

밤에 본 아파트 뷰

저녁 플렉스


원래 계획은 광교에 위치한 맛집들 중 하나를 골라 음식을 포장해서 저녁을 먹는 것이었지만, 호텔 바로 옆의 갤러리아 광교를 가서 지하에 있는 식품관에서 먹고 싶은 것들 여러 개를 사 와서 먹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었다. 조금씩 사다 보니 얼마나 샀는지 감이 잘 오지 않았는데, 포장해 온 음식을 테이블에 모두 꺼내 보니, 조금 고급스러운 식당에 가서 먹는 것만큼의 가격이 나온 것 같기는 하다.

뷔페식으로 먹어 본 저녁

이른 저녁을 먹고, 가족 글쓰기 1년 기념으로 왔으니 온 가족이 모여 다시 글을 써 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실패를 했는데, 그 원인은 다름 아닌 TV 때문이다. 우리 가족의 글쓰기가 이렇게 1년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집에 TV가 없어서 그렇다는 것을 이번에 확실히 느꼈다. 가족이 함께 글을 쓰려면 방해되는 요소는 최대한 제거해야 한다. 글은 못써도 책을 읽어볼 생각으로 책도 가져갔지만, 얼마 읽지 않았다. 이것도 역시 TV 때문이다. 


그래도 글은 하나 써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은 하나 써야겠다는 생각에 이튿날 아침 일어나서 창 밖을 바라보는 자리에 노트북을 세팅을 했다. 회사에서 늦게 퇴근해서 최근에 나 혼자 글쓰기가 밀린 것이 있어서 부랴부랴 글을 썼다. 이런 전망을 보면서 브런치에 올릴 글도 쓰고 싶었지만, 밀린 숙제 하듯 가족 글쓰기를 하고 났더니 시간이 많이 지나 있었다. 계획은 거창했으나 시간이 너무 부족한 것이 아쉬웠다.

글을 한 번 써 보자.



이렇게 온 가족 글쓰기 1년 기념으로 즐거운 호캉스를 보냈다. 다녀온 지 2주가 되어 가는데, 그동안 가족 글쓰기에는 아이만 차질 없이 따박따박 글을 쓰고 있고, 엄마와 아빠는 계속 조금씩 밀리고 있다. 아무래도 초심을 조금 잃은 것 같다. 나의 경우 블태기(블로그 권태기를 부르는 말)도 함께 왔고 그로 인해 브런치에 글쓰기도 밀려 버렸다.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일단 무조건 시작하는 것이다. 예전 같은 느낌이 아니라고 하면서 '미루는' 것이 원인이니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1주년 기념으로 호캉스를 다녀온 이야기를 썼다. 2주년 기념은 국내가 아닌 코타키나발루의 멋진 석양을 바라보는 자리에 앉아서 글쓰는 상상을 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쓰기 위해 읽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