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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글 Nov 30. 2021

쓰기 위해 읽는다.

글쓰기의 선순환 효과

 글쓰기를 매일 하다보면 소재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매일 일어났던 일을 기록하는 일기를 쓰는 것이 아니고서야 글을 쓰는 작가가 아닌 우리 가족의 글쓰기 소재는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재미난 주제를 골라주는 책을 하나 사용하고 있기는 했지만, 주제를 처음 들었을 때 뭔가 머리 속을 스쳐지나가는 내용이 전혀 없으면 쓰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글감으로 사용할 수 있는 풍부한 경험이 있거나 다양한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쓸거리를 찾기 위해서는 더 많이 읽을 수 밖에 없다. 아주 바람직한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매일 글을 쓰면 아래와 같은 순환이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1️⃣ 글을 쓴다. 
2️⃣ 쓸거리가 떨어진다. 
3️⃣ 쓸거리를 찾기 위해 읽는다. 
4️⃣ 읽고 나니 쓸거리가 생긴다. 
5️⃣ 글을 쓴다. 
6️⃣ 쓸거리가 떨어진다.... (무한 반복)


 가글(가족 글쓰기)을 하면서 시작했던 블로그 활동은 이런 시기를 더 빨리 앞당겨 버렸다. 뭔가 매일 글을 하나씩은 써야겠다는 의무감은 드는데, 도저히 쓸 거리가 없는 것이다. 다른 블로거들처럼 카페나 맛집을 자주 가는 것도 아니어서 소소한 이야기를 하는 콘텐츠도 금방 바닥이 나 버렸다. 주변을 살피면서 글로 쓸만한 것이 있는지 열심히 찾아봤지만, 초보 블로거에게 보이는 글감은 그닥 많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책을 읽는 것이었다. 책을 읽고 나서 읽은 소감을 글로 남겨보자. 독서를 하면서 들었던 생각들을 정리해서 글로 써 보기 시작했다. 가글 이야기를 쓰는 초반에 언급했지만, 나는 원래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었다.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인터넷에서 이곳저곳 커뮤니티나 카페 등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관심 분야의 글은 많이 읽어 오기는 한 편이다.) 그렇지만 글을 계속 쓰기 위해서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의 글쓰기 주제 중 하나는 독후감 쓰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그 주제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한다. 글을 계속 쓰다보면 도달하는 곳은 바로 쓰기 위해 읽기 시작하는 지점이다. 




 주기적으로 독후감을 쓰게 되면서 일어나는 가족 글쓰기의 패턴이 있어서 그것도 한 번 써 보려고 한다. 중학교 1학년 아이의 독서수준이 매우 많이 뛰어난 게 아니라면 의례히 아이는 청소년 도서를 많이 읽을 수 밖에 없다. 거의 매주 주말이면 도서관을 가서 청소년 도서를 빌려오고는 했다. 아이를 가르치는 엄마가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골라주는 책과 아이가 직접 고른 책을 대출해서 오는 편이었다. 그렇게 빌려온 책을 읽고 나서 책 후기를 쓰면 아이는 글의 맨 끝에 "이 책은 엄마 아빠에게도 추천한다"로 글을 마친다.


 그렇다. 엄마 아빠도 아이의 추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청소년 도서를 읽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가글로 인해 읽게 된 청소년 도서들도 굉장히 많다. 그러면서 청소년 도서의 분류 기준은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 보는 일도 있다. 예를 들어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 같은 경우 청소년 도서로 많이 분류가 되는데, 내 생각에는 청소년 도서로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후반부 이야기는 청소년들이 보기에는 조금 부적절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런데 이 책은 청소년 도서로 주로 분류가 되고, 도서관에서도 청소년이 주로 빌린다. 여러 청소년 도서들을 읽어보니 대부분의 분류는 '주인공이 청소년'인 경우가 아닌가 싶은 느낌이다. 과연 그게 맞는 기준일까?


 청소년 책이라고 성인들이 읽는 책보다 내용이 덜 감동적이고 덜 유익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저런 사건이나 환경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더 직접적으로 메세지를 전달해 주기 때문에 오히려 더 큰 감동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앞으로 가족 글쓰기 이야기를 계속 쓰면서 읽었던 책 이야기를 해 볼 기회는 있으니, 엄마 아빠가 청소년 책도 많이 본 것은 여기까지.




 글쓰기를 위해 책을 읽고, 읽었으니 글을 썼다. 또, 읽기 위해 글을 쓰기도 한다.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다. 가족 글쓰기 이야기를 브런치에 쓰고자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는데, 막상 들어오니 내 글쓰기가 너무 부족해 보인다. 브런치에는 내 이야기를 소소하게 기록해 보고 싶어 들어왔지만, 막상 글쓰기 버튼을 누르면 마음이 바뀌나보다. 그래서 더 많은 책을 읽어보고 문장력을 좀 높여야 할 필요는 없을까 하는 고민이다. 더 나은 표현을 써 보기 위해 책을 읽게 된다. 자연스러운 문장을 만들어 보기 위해서라도 읽을 수 밖에 없지 않나 싶다. 그런데, 많이 읽으면 글을 잘 쓰게 되는가? 그건 아닐 것이라는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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