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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글 Nov 04. 2021

가족 글쓰기의 시작

feat. 매생이클럽

 우리 가족의 글쓰기의 시작은 유튜브의 한 채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아이에게 글쓰기를 조금 더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싶은 엄마가 찾은 콘텐츠다. 해당 유튜브 채널명은 <이은경TV 매생이클럽>이인데,  '매일 생각하는 어린이'이라는 것을 줄여서 매생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어떻게 글을 쓰는 것이 좋은 것인지 초등학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가이드를 해 주는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에 올라오는 '자유글쓰기(순한맛)'과 '논리글쓰기(매운맛)'의 영상을 보고 난 후 글을 써 보는 식이다.


 이런 글쓰기를 아이 혼자 하라고 시키면 당연히 싫어한다. 누군들 자발적으로 글을 쓰고 싶을까? 한창 뛰어 놀 시간도 부족한 아이인데 말이다. 그래서 선택한 방식은 엄마가 같은 주제로 함께 글을 쓰는 것이었다. 우리 가족이 모두 글쓰기를 하게 되는 시작점은 바로 이곳에 있었다. 엄마가 함께 쓴다고 하니, 아이 입장에서도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이 약해졌다. 그렇게 시작된 엄마와 아이의 '매생이' 글쓰기. 바로 가족 글쓰기의 시작점이다. 엄마와 아이만 할 때는 지금처럼 '가글'이란 명칭이 없었고 '매생이 하자~'와 같은 방식으로 불러가면서 글쓰기를 했다.


 이렇게 글쓰기를 시작하게 되었지만, 일반적인 아이라면 적절한 보상이 없으면 당연하게도 글쓰기에는 관심이 없을 수 밖에 없다. 우리 가족이 쓴 방식은 글쓰기를 며칠 달성하면 평소 갖고 싶어하는 것을 하나 사주는 것이었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대의 물건을 갖기 위해 열심히 쓰게 된다. 아이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적절한 보상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효과적인 수단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보상이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되긴 했겠지만, 무엇보다 큰 이유는 함께 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혼자 글을 쓰라고 강요하는 것만큼 아이 입장에서는 하기 싫은게 없을 것이다.

 

 초등학생들에게는 종종 학교에서 일기쓰기 숙제가 나오곤 한다. 아이들은 학교 숙제니까 해야 하는 의무감으로 하겠지만, 다른 식구들은 놀고 있는데 혼자 숙제하는 것이 억울하다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옆에서 함께 글을 써 주는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매우 큰 동기부여가 된다. 코로나가 한창인 시절이라 친구들과 놀 수 없어서 시간적 여유가 많아서 글을 쓸 시간도 충분했던 것도 큰 도움이 되기는 했다.


 되돌아 생각해보면, 그 때 엄마가 함께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가족의 가글은 있지도 않았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함께 글쓰기에 매달렸던 것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이다 보니 솔선수범하여 교육 방식을 집에서 실행해 보는 것이기도 했다. 그렇게 둘은 몇 개월 동안 티격태격 하면서 글쓰기를 하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아빠인 나의 참전은 없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하기 싫은 것을 하기 전 한 바탕 다툼이 있은 후 자리를 잡고 앉아서 글을 쓰는 모습을 보곤 했다. 퇴근하고 돌아와 피곤한데 이것까지 왜 혼자 하고 있어야 하는지 볼멘 소리를 듣는 것은 기본이었다. 엄마와 아이의 글쓰기 프로젝트는 그렇게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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