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간다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 쓰고 있는 글쓰기 이야기를 써 보려고 합니다. 그래도 명색이 브런치 작가인데 브런치 채널을 내팽겨치고 다른 플랫폼에 별로 대단하지 않은 글만 쓰고 있어서 이 매거진에 미안해져서 잠시 돌아와서 아직도 글쓰는 '가글' 이야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우리 가족 셋은 아직도 글쓰기를 하고 있다. 북한에서도 무서워서 쉽게 남침을 하지 못하는 무시무시한 중2가 된 아이가 여전히 가장 열심히 하고 있다. 요즘 과몰입을 조심하라는 MBTI 테스트를 해 본 결과 마지막 네 번째 성향이 J로 나와서 그런가, 이 글쓰기를 '꼭 해야 하는 일'로 규칙을 정해놓고 생활을 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노션을 사용해서 글을 쓰고 있는데, 글을 쓰는 날에 페이지를 하나 만들던 방식에서 캘린더 방식으로 바꿔서 쓴다. 이렇게 해 놓으니 언제 글을 썼는지, 누가 글을 안 썼는지 한 눈에 보여서 훨씬 관리하기가 쉽다.
학업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하는 학생이 있어서, 가글 횟수는 줄었다. 이제는 주 3회를 쓰고 있다. 자유주제로도 쓰고, 함께 본 영화 후기도 쓰고, 책 후기도 쓰고 있다. 최근에는 22년전 영화였던 <공동경비구역 JSA>를 함께 보고 나서 감상문을 썼다. 나는 분명 22년전 영화를 봤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영화를 다 보고 후기를 쓰며 생각해 보니 디테일한 장면이 전혀 머리 속에 없는 것을 봐선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하이라이트만 본 것이었던 것 같다.
(여기까지 쓰고 이 매거진의 마지막 글을 봤더니 노션에 주3회 쓴다는 얘기가 있었다.... 거의 똑같은 패턴과 내용으로.... 역시 너무 오래 이 이야기를 안 썼던 것이 원흉이네.)
우리의 가족이 함께 하는 글쓰기 이야기를 보면서 따라 해 보는 사람이 있기를 하는 바람으로 작년 가을 이렇게 브런치의 문도 두드려서 몇 개의 글을 쓰기도 했는데, 비슷하게라도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 가족이 좀 특이해서 그럴 것이다. 보통의 가족은 글쓰기 자체를 아무도 하지 않는게 일반적이다. 블로그라도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일반적이지 않은 것이지.
블로그를 수익형이든, 그냥 내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게 재미있어서 하는 사람,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내 이야기를 공유하기 좋아해서 간단하게라도 피드를 작성해서 올리는 사람. 그런 사람이라면 글쓰기도 할 수 고 생각한다. 글쓰기가 뭐 대수인가. 피드를 길게 쓰면 그게 글쓰기지.
글쓰기를 계속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글은 무엇을 하더라도 꼭 써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생각의 정리를 마무리 하는 것이 글이기 때문이다. 말보다는 확실히 글로 잘 쓰는 것이 더 생각 정리가 잘 되기 때문이다. 그냥 어디선가 주워들은 지식에 대해서 이해했다고 생각만 하고 시간이 지난 것과 한 줄이라도 문장으로 글을 써 봤던 것하고는 시간이 지났을 때 남는 정도가 다르다.
그래서 '아직도 글쓰는 가족'은 '여전히 글쓰는 가족', '꾸준히 글쓰는 가족'으로 이어지고, 이런 이어짐이 '글쓰는 손자' 이야기를 쓸 수 있을 때까지 이어지면 어떨까 생각을 잠깐 해 봤다. 지금도 가장 열심히 하는 아이니까, 해 줄 수 있겠지?
결론은, 다음에 브런치 글을 올리게 된다면 제목은 '여전히 글쓰는 가족'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내가 '글을 잘 쓰는 요령, 이렇게 글을 쓰면 브런치 메인에 오른다.' 와 같은 내용을 쓸 실력은 되지 않으니 우리 가족의 자랑스러운 문화 자랑이나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