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오래하는 것의 어려움
온 가족이 함께 저녁에 모여서 글쓰기를 시작했던 시점으로부터 1년 7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이렇게 오래 지속될 수 있었을까? 싶었는데 놀랍게도 계속해서 글을 쓰고 있기는 하다. 뒷말이 흐려지는 것은 아무래도 뭐든 꾸준히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는 것이 글쓰기도 예외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만큼은 열심히 하지 않는다. 그 여파로 가족 글쓰기 이야기를 쓰려고 했던 이 공간도 잊혀져 가고 있었다. 가족 글쓰기를 처음 시작할 때도 열정이 넘쳤고 브런치에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도 넘쳤던 열정이 많이 식은 탓이다. 브런치에 문을 두드릴 때 신청서에서 그 열정이 느껴졌는지 한 번에 붙여줬는데, 막상 판을 깔아주니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북한도 무서워서 쳐들어오지 못한다는 중2가 된 아이의 학업 스케쥴 때문에 예전처럼 매일 글을 쓰지는 못하고 있는 요즘의 글쓰기. 그래도 쓸 수 있는 날에는 가장 먼저 페이지를 만들어서 아이가 쓰고 있다. 엄마 아빠가 뒤늦게 쓰는게 요즘의 모습이다. 모두 함께 모여서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니 각자 따로 쓰고, 따로 상대의 글을 읽고 댓글을 남기고 있다.
지금이 과도기다. 쓰는 것도 익숙하고 안 쓰는 것도 익숙해지기 시작하는 단계.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빼곡하게 쓰던 시절부터 이제는 월/수/금 3번 채우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는 단계에 왔다. 이런 패턴에 익숙해지지 않게 하는 묘수가 필요하다.
한가지 떠오른 아이디어는 이제는 짧은 단상의 글이 아닌, 목적이 있는 글을 써 보는 것이다. 이 브런치를 만들었던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는데, 정작 내가 못했으니 잘 될리가 있나. 구상중인 것은 기왕 글을 쓰는 김에 공모전에 응모를 해 보자는 것이다. 입상을 목적으로 할 정도의 실력은 전혀 없지만, 그래도 큰 경험이 되지 않을까?
익숙해지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끊임없이 변하는 장치를 하나 추가해서 항상 새로운 기분이 들게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부터 정신을 차리자는 의미로 오랜만에 '글쓰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시 써 봤다. 혹시 모르지, 이렇게 변해보겠다고 몸부림을 치다가 기대치 않은 멋진 글을 쓰는 일이 생길지도.
요즘은 블로그에 글쓰기도 나태해져서 새로운 변화를 줘보겠다고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 보고 있다. 그러면서 문득 깨달은 것은 나는 이런 식으로 목적 없는 에세이를 쓸 때가 가장 즐겁다는 것이다. 블로그라는 공간도 어차피 개인의 공간이라 내 생각을 주저리주저리 쓰는 중인데, 그 때가 가장 즐겁다. 그렇다면, 공모전 참가를 위한 글쓰기는 목적이 있어서 재미가 없겠구나? 다시 생각해 봐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