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자주 쓰자
아이가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 성적에 반영되는 시험 준비 등을 위한 학업이 우선이어서 가족 글쓰기의 빈도가 조금 줄어들고 있는 어느 날이다. 학교에서도 이런 저런 활동을 하다보면 글을 써야 하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문득 이런 말을 한다.
"글을 쓰는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아요"
오호, 2020년 가을부터 갈고 닦은 글쓰기 습관으로 인해 글을 써야 하는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는 거의 없나보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기에 글을 잘쓰는 솜씨는 크게 향상되지는 않은 느낌적 느낌인데 (아들아 미안하다. 하지만 네가 아빠의 브런치는 안보니까 여기서는 내 맘대로 할게. 생각해 보니 참 무심한 가족들이네!) 그래도 글쓰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는 것은 아주 올바른 성장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는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한다. 나 역시 그랬다. 왜 그렇게 두려울까. 말은 잘 하면서 글은 못 쓰겠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 말은 말이 잘 안 되더라도 손짓 못짓을 해 가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도 있고 눈빛만 봐도 서로 의사소통이 되기도 하니 굳이 하나의 문장을 다 완성할 필요가 없지만, 글은 문장 안에서 주어와 술어가 완벽히 일치해야 어색하지 않게 읽히는 등 제대로 완성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아직도 주어와 술어를 일치시키는 것은 영 못하는 편이다.
나 역시 글을 쓰는 것 자체는 별로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글을 써 보니, 글쓰기는 우리가 생각보다 많이 하고 있었다. 인스타에 올리는 피드도 글쓰기고, 페북에 올리는 문장 하나도 글쓰기다. 내가 무수히 많이 올리고 있는 블로그 글쓰기도 있다. 학창 시절에 논문을 쓴 것도 글이고, 과제를 제출할 때 워드로 열심히 타이핑하던 것도 글이다. 블로그를 하면서 아무렇게나 끄적이는 건 나름 경지의 수준에 올랐다. 문제는 더 이상의 발전은 없이 똑같은 수준에서 돌고 도는 것 같아서 그렇지.
결론적으로 규칙적으로 글쓰기를 해서 아이가 저런 말을 해 준 것이 참 고마웠다. 아마 더 자라서 훗날 이 날을 다시 생각해 본다면 이렇게 함께 글을 쓰고 있는 엄마와 아빠가 있었던 것에 크게 고마워하는 날이 올 것이다. 내가 의외로 글을 쓰는데 부담이 없는 것도 글을 많이 쓰셨던 아버지가 계셨기 때문인 것 같다. 아직도 집 어디선가 잘 모아져 있는 아버지가 보내오신 엽서와 편지들을 보면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때는 그렇게 해 주셨던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전혀 몰랐다. 다 커서, 이제 아이가 그 때의 내 나이가 되어가고 키도 비슷해지는 시기가 오니 아버지가 새삼 다르셨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그 깨달음을 물려줄 차례가 와서 더 열심히 가족 글쓰기를 이어 갈 것이다.
https://brunch.co.kr/@gmjlovely/20
이미 이전에 글을 한 번 썼던 내용이지만, 아버지께 참 고마움을 느끼는 순간이다. 아버지는 여전히 글을 쓰시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계실테니, 이번 추석에는 내려가서 브런치를 소개해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