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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글 Nov 14. 2021

가족 글쓰기 BOOK의 시작

가글이란?

온 가족이 컴퓨터 앞에 앉다

손으로 쓰는 글씨가 너무 어려워서 컴퓨터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악필인 데다 손글씨는 잘 쓰지 못하니까 결국 돌아가야 할 곳은 컴퓨터 자판 앞에 앉아서 무념무상으로 타이핑 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아무런 생각 없이 각자 워드(또는 한글)로 작성하고 프린트를 해서 돌려보는 방식으로 했다. 하지만, 매번 인쇄하기는 너무 번거로웠고 프린트된 종이를 보관하거나 아니면 이면지도 쓰는 것도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었다. 글을 쓸 때마다 파일을 하나씩 만드는 것 또한 파일 관리의 어려움이 빤히 예상되기도 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니 메모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면서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무엇일지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협업하기 쉬우면서 우리 가족이 쓴 글들을 하나로 묶어서 보는 그런 솔루션이 필요하여 어떤 방식을 쓰는 것이 좋을지 곰곰이 따져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블로그. 하나의 아이디로 블로그를 만든 후 모두 그 블로그에 접속해서 글을 쓰고 발행하면 서로 글을 볼 수 있는 방식이다. 블로그는 목적 자체가 공개된 일기와 같은 성격의 솔루션이지만, 우리 가족만 비공개 글로 저장해서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해 봤다. 하지만 생각보다 불편한 에디터에 모두 같은 아이디로 접속하는 것도 불편했다.


블로그는 답이 아니어서 새로운 솔루션을 다시 찾아봤다. 함께 작업을 같이 할 수 있으면서 글쓰기도 편하고 페이지 관리도 편리한 솔루션을 찾아보는 과정에서 메모앱으로 유명한 에버노트(EVERNOTE)에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는 신흥 강자 노션(NOTION)을 알게 되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작업하는데 좋다는 솔루션이라고 하는 부분을 내세우는 솔루션이다. 처음 사용해 보는 플랫폼이라 초반에는 조금 헤맸으나 잘 적응하여 어느덧 1년 가까이 이용하고 있는 중이다.


가족 글쓰기 BOOK

이렇게 해서 우리 가족 글쓰기 BOOK 이 하나 탄생하게 되었다. <가글 Family Writing>이라는 가장 상위 페이지를 만들었고, 매월 하나의 서브 페이지를 만들면서 글쓰기를 기록해 나가고 있다. 매월 만드는 페이지 아래에는 또다시 날짜별로 하나의 페이지를 만들어서 그 안에서 각자 자신의 이름을 적고 글을 쓰고 있는 형태로 '가글 (Family Writing)'이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가글 Family Writing

우리 가족이 2020년 12월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서, 이제 곧 만 1년을 앞두고 총 12개의 가글 페이지가 채워지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꾸준하게 하면서 우리 가족이 하고 있는 가족이 함께 쓰는 글쓰기를 따로 또 정리해 보는 글까지 쓸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가볍게 시작한 글쓰기였지만, 우리 가족의 많은 것을 변화시킨 것이다. 나중에 이야기를 이어가겠지만, 글쓰기를 통해 가장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아빠)이다.


2020년 12월 가글

처음 만들었던 2020년 12월의 가글 페이지다. 12월 중순에 본격적으로 가족 글쓰기 페이지를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주제는 초등학생을 위한 글쓰기 주제 책에서 고른 것이어서 재미있는 글쓰기 제목들이 많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이 되었으면 좋을 것 같은 '여름방학 120일'이라던가, '이것만큼은 국가 대표'급으로 각자 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를 써 보는 것 등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서 글을 쓰고 있다. 아주 길게 쓰지는 않고 한 번 글을 쓸 때마다 대략 1,000글자 정도 적는 편이다. 글자수를 세주는 기능이 기본으로 포함되어 있어서 대략 천자 정도 쓰면 적당히 내용이 채워진다.


가글의 시작

12월 가글의 가장 아래를 보면 '매생이 Title Contest'가 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것이 '가족 글쓰기'를 줄여서 가글이라고 하고 있는데, 이 이름이 만들기 위해 가족이 함께 논의했던 내용이 그 페이지에 적혀있다. 이전까지는 '매생이(매일 생각하는 어린이)'를 그대로 사용했는데, 이제는 가족이 모두 참여를 하고, 아이 역시 초등학생이 아닌 중학생이 되니까 이름을 바꾸자고 하면서 바꿨다. 너무 평이한 이름이기도 하지만, 이미 우리 입에 익숙한 단어를 그대로 써서 따로 적응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집 가글은 시작되었다. 글쓰기와는 거리가 먼 가족 구성원들이 매일 저녁 일정 시간이 되면 함께 모여서 글을 쓴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각자 노트북을 가져와서 글을 쓰기 위해 자리에 앉는다. 가끔 글쓰기 싫어서 요령을 피우고 싶기도 하지만, 3명이 모두 오늘은 쓰지 말자고 하지 않는 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글을 써야 한다. (일요일은 쉽니다.) 




아직은 서툰 글쓰기지만,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바뀐 것이 많다. 내가 브런치까지 와서 이렇게 글을 끄적이고 있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공돌이 출신 직장인도 글쓰기를 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해 신청하면서 과연 될까? 싶었으나 한 번에 붙은 것도 평범한 사람도 글쓰기를 할 수 있으니 도전해 보라고 격려를 해 줘서 인 것 같다. 별거 아닌 글이지만, 이 글을 보면서 우리 가족도 한 번 모두 함께 글을 써봤으면 좋겠다는 그런 가족들이 생기기를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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