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글 Nov 15. 2021

내가 생각보다 글을 잘 쓴다고?

자신의 글과 사랑에 빠지다

 어쩌다 우리 가족은 매일 저녁 함께 모여서 글을 쓰게 되었을까. 특히 나 말이다. 강제로 하라고 떠밀려서 글을 쓴 것이지만, 초반에 내가 썼던 글에 대한 가족의 평이 나쁘지 않았던 점이 크다. 엄마와 아이는 이미 글을 썼던 주제인 '거울과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글을 안 쓰려고 잔머리를 굴리다가 혼자서 따로 시간을 내서 글을 썼다. 뼈속까지 공돌이 마인드가 있어서인지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서 거울과 가위바위보를 해서도 이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심층 고찰을 하면서 썼다.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지 이 글을 보는 분들도 한 번 생각을 해 보시라. 거울을 보고 가위바위보를 해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내가 쓴 글을 보고 나더니 아이 엄마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생각보다 글을 잘 쓰는데?'라는 반응을 보여주자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뿌듯한 기분이 솟아 올랐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는가? 아내와 아이의 칭찬은 나에게 글을 쓰기 위한 충분한 동기부여를 해 주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로 하여금 가글에 적극 참여를 하기 위한 모종의 계략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지만, 어찌되었건 두 명이 보여준 모습은 지금의 내 모습을 만들어줬다. 




 아주 오래된 과거를 되돌아 보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는 하지만 과거 이야기를 하나 해 보려고 한다. 학창시절에 싫어했던 과목은 국어였다. 특히 고등학교 시절 국어 과목은 매우 싫어했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가 어떤 의미인지 굳이 꼭 알아야 하는지가 항상 궁금했다. 그거 모르고 산다고 내 생활에 지장이 오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왜 소설 속 화자의 숨은 의도를 꼭 정해진데로 파악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해석은 글을 읽은 내 마음대로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반항아의 기질이 있는건지 그런 국어 교육 방식에 적응하지 못해 국어 실력은 좋지 못했다.


 그렇게 국어를 싫어하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국어 관련해서 교내 대회에서 상을 하나 받은 적이 있었다.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논설문을 써서 제출하는 글쓰기 대회에서 상위권은 아니지만, 참가하면 다 주는 상은 아닌 상을 하나 받았다. 그렇다. 국어를 싫어하는 것, 그래서 국어 시험 성적이 좋지 않은 것과 글쓰기 실력에는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글은 생각을 문자화 시키는 것 뿐이다. 주입식 국어 교육은 내 체질에 맞지는 않았지만, 내 생각을 문자로 옮기는 것은 내게 맞았던 것이다.


 따로 글쓰기를 공부한 적은 없다. 머리 속으로 생각나는 것들을 옮겨 적고 있는 것 뿐이다. 평소 생각이 많아서인지 그렇게 옮겨 적는 글들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내가 쓴 글들을 다시 읽어볼 때가 종종 있다.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서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면서 잘못되고 어색한 부분은 다시 수정을 하곤 하니, 퇴고의 과정을 여러번 반복한다고 보면 된다. 문제점이 하나 있다면 가끔은 '내가 이렇게 글을 멋지게 잘 썼단 말이지?'라고 생각하며 내 글과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 뿐이다. 일종의 자만심이다. 하지만 내 글에 자신감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근거 없이 자만하면 안 되겠지만, 내 글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태도는 글쓰기에 필요한 기본 모습이 아닐까.




 가족 글쓰기를 통해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블로그를 하다가 브런치까지 오게 되었다. 브런치에 올라오는 수많은 작가들의 글들을 보면서 약간은 위축되기도 한다. 내 문장은 너무 평범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 글을 통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별 내용이 없는 것에 대해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보면서 글을 써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면 좋겠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 혼자서 하는 것보다 가족이 함께 해서 서로 이끌어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평범한 가족의 글쓰기를 보면서 여러분만의 가글, 나만의 글쓰기를 시작해 보기를 권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족 글쓰기 BOOK의 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