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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글 Nov 19. 2021

글쓰기가 낯설다

주제가 낯설으니까

 2021년 1월의 어느 날 저녁, 우리 가족 셋은 글쓰기를 하기 위해 한 공간에 모였다. 오늘은 어떤 주제의 글을쓸지 사뭇 긴장이 된다. 어떤 주제가 선택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을 위한 글쓰기 좋은 주제를 제시하는 책에서 고르는 주제들이지만, 글을 쓰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것이 나와도 모두 낯설다. 글쓰기가 낯설어지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익숙한 주제를 던져주면 글을 잘 쓰느냐? 그것도 아니다. 사실은 글쓰기 자체가 낯설다.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데 어찌 잘 쓸 수 있겠는가. 


 사실 주제는 핑계다. 안쓰던 글을 쓰려면 잘 안 써질 수 밖에 없다. 글쓰기는 쓰면 쓸수록 는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있다. 만 1년 가까이 글쓰기를 해 오고 있는 사람으로써 그 말이 맞는지에 대해 내가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무슨 소리냐?) 글을 계속해서 써오면 글을 쓰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머리 속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장들이 이어져 나온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글쓰기에 몰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온전히 내 글에 내 정신을 몰입해 본다. 어떻게든 글이 이어지도록 써야 하니까 말이다. 왜냐하면, 우리 가족의 글쓰기는 1,000자 정도 쓰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쓸 말이 없어도 어떻게든 글자수를 늘려야 하는 미션이 있다. 글쓰기 실력을 늘리는 방법 중 하나는 분량에 대한 목표를 정해놓는 것도 있다.




 나를 낯설게 했던 주제들은 무엇이었는가? 아래 리스트는 컴퓨터 앞에 글쓰기를 한 지 한 달 되는 시점인 2021년 1월의 우리 가족의 글쓰기 주제들이다. 지금 다시 쓰라고 주제를 던져줘도 역시나 그때처럼 고민이 깊어지는 주제들이 많이 있다. 한 개의 예외가 있기는 하다. '가글을 안 쓸 수 있는 10가지 방법'은 지금도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 외의 주제들은 지금 다시 쓰라고 하면 그때와는 또 다른 글들을 쓸 것 같다. 모든 것이 낯선 그런 주제들로 보인다. 리스트를 보면서도 내가 그때 뭐라고 글을 썼더라? 하는 생각이 든다. 


2021년 1월 우리 가족 글쓰기 주제들

 

 이 때는 가글을 통해 내가 변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노션(notion)에 가글 정착하게 되면서 그 동안 방치해 두었던 블로그를 다시 시작했다. 나는 카카오에서 운영하고 있는 티스토리(tistory) 블로그 서비스가 시작되던 해인 2006년에 개설한 블로그를 가지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에 이런 저런 글을 쓰던 그런 블로그. 결혼을 한 이후에는 신혼일기 같이 블로그를 쓰다가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는 육아일기를 쓰던 곳이었다. 2012년까지 열심히 쓰다가 멈췄던 블로그를 다시 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가족 글쓰기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니 난 글쓰던 사람이었네. 블로거도 글을 쓰는 사람이다. 아무튼 가글은 나로 하여금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게 만들었고, 블로그는 나를 브런치까지 오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가글도 하고, 블로그에 글을 쓰고, 브런치에도 글을 쓰는데 여전히 글쓰기는 낯설다. 첫 문장의 시작이 가장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글을 시작해 본다. 시작을 안하면 아무것도 없지만, 일단 시작하면 무엇인가 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가거나 아니면 키보드 위의 손가락이 저절로 문장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작가의 길을 가보는 것인가?


 글쓰기가 낯선 자이지만, 그걸 극복해 보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간다. 온 가족이 함께. 이런 저런 재미있는 주제를 가지고 서로의 생각을 들여다 본다. 가족 글쓰기 이야기를 블로그에도 써 왔는데, 대부분의 반응은 참 대단하다고 한다. 내가 봐도 대단하긴 하다. 특히 묵묵히(? 실상을 온전히 밝힐 필요는 없지!) 잘 따라오는 아이가 가장 고맙다. 어제도 우리 가족은 글을 썼다. 그리고 나는 브런치에도 또 하나의 글을 써 본다. 평범한 가족의 좌충우돌 매일 글쓰기 이야기는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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