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을 끄고 나서 달라진 것들

디지털 시대에 작은 습관 하나 바꿔본 이야기

by 가글


아침의 첫 번째 행동

눈을 뜨자마자 하는 행동이 뭔지 생각해본 적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나도 스마트폰을 집어 드는 것이 첫 번째였다. 알림 확인, 메시지 확인, 뉴스 헤드라인 스크롤. 눈을 뜬 지 30초도 안 돼서 이미 정보의 홍수 속에 들어가 있었다.


한 달 전부터 이 습관을 바꿔보기로 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폰을 보기 전에 물 한 잔을 먼저 마시는 것. 별것 아닌 변화였는데, 하루의 시작이 미세하게 달라졌다. 급하게 밀려드는 정보 대신, 물 한 잔의 차가움이 하루의 첫 감각이 된다.



기술이 만든 편리함의 이면

우리는 기술이 삶을 편하게 만들어준다고 믿는다. 실제로도 그렇다. 길을 찾을 때 지도 앱을 열고, 음식을 주문할 때 배달 앱을 누르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검색창에 입력한다. 그 사이에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 기술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 앞으로 운전조차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편리해질수록 잃어버리는 것도 있다. 길을 찾아 헤매던 경험, 식당 앞에서 메뉴판을 한참 들여다보던 시간, 도서관에서 백과사전을 뒤적이던 오후. 비효율적이었지만,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었다.



배터리 잔량이라는 불안

요즘 사람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숫자 중 하나가 스마트폰 배터리 잔량이 아닐까. 20% 아래로 떨어지면 괜히 조급해지고, 10% 아래가 되면 카페를 찾아 충전기를 꽂는다. 아이폰 배터리를 오래 쓰는 방법을 검색해본 적이 있다면, 아마 이 불안을 경험해본 사람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10년 전에는 이런 불안이 없었다. 폴더폰 시절, 배터리는 3일은 거뜬히 갔다. 지금은 하루도 버티기 힘든 경우가 많다. 기술이 발전했는데 왜 배터리 걱정은 더 늘었는지 - 결국 우리가 폰에 의존하는 시간이 그만큼 길어졌다는 뜻이다.



작은 것부터 바꿔보는 일

거창한 디지털 디톡스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스마트폰을 버리거나 SNS를 탈퇴하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다만 작은 습관 하나를 바꿔보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결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예를 들면, 잠들기 전에 폰 대신 책을 10분만 읽어보는 것. 빨래를 널면서 음악 대신 창밖 소리에 집중해보는 것. 빨래 냄새를 잡는 방법을 검색하다가 이런 생각까지 이어진 건 좀 웃긴 일이지만, 일상의 작은 행위에서도 의외의 발견이 있다.



알림을 끈 뒤의 고요함

한 달째 아침 알림을 끄고 살고 있다. 카톡, 뉴스, 이메일 - 모두 아침 9시 이후에 확인하는 것으로 규칙을 정했다. 처음에는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다. 급한 연락이 오면 어쩌지, 중요한 뉴스를 놓치면 어쩌지.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세상은 내가 알림을 확인하지 않아도 잘 돌아가고 있었다. 대신 아침 시간이 조금 더 길어졌다. 물 한 잔 마시고, 창밖을 보고, 오늘 뭘 할지 천천히 생각하는 시간. 디지털 시대에 이 정도의 여유는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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