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안(3)

by 황희주

더욱 깊이 그리고 매혹적으로 냄새에 빠져든다. 내가 있는 장소도 구분되고 눈을 뜨지 않아도 어떤 것과 마주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냄새가 재미있는 점은 오랫동안 집중할수록 더 자세히 보인다는 것이다. 나는 그 속에서 악취를 느꼈다. 향기로움에 취해 환각을 일으켰던 냄새 분자들이 적응되고 없어지는 순간, 이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냄새를 맡았다. 가식적이고 권위적이며 비논리적이고 이기적이며 자기 이웃만 사랑하고 무자비하며 잔인하고 폭력적인 냄새들이 뒤엉켜 내게 다가온다. 그 냄새가 진하면 진할수록 첫 냄새는 더욱 매혹적이다. 그 냄새에 파묻힌 사람들은 마비가 되기 전에 자신들도 그 냄새를 가지게 되어 의식하지 못하게 된다. 소수의 사람들만이 그 냄새에 역겨움을 느끼고 그중 소수만이 벗어난다. 머리, 땀, 입, 옷에서 뿐만 아니라 손짓, 눈길(시선), 행동, 말투, 습관들 속에서 냄새가 보인다. 그 냄새들은 아우라의 형태를 띤다. 보임으로써 맡을 수 있는. 마치 그 냄새 분자의 정보가 뇌 속에 기억되어 본 순간 냄새를 맡은 것처럼 인지한다. 눈으로 맡은 냄새는 사람들에게서 가장 많이 나고 악취가 난다. 나는 그것을 '사람의 냄새'라 정의한다. 나는 그 냄새에 점점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는 이상하게도 한층 편안한 모습이었다.

악취를 보게 된 후 마주하는 게 두려웠고 눈을 감아도 악취 속에 잠을 설쳤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카페 창 안, 마비되지 않는 마법의 분자인 커피 안갯속에서 나는 편안함을 얻는다. 그는 여전히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있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냄새를 맡았다. 모든 행위를 관찰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냄새를 맡았다. 이상하게도 그에겐 아무 냄새가 나지 않았다. 샴푸와 로션, 섬유유연제의 냄새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이미 적응해버렸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무취가 난다'라고 표현한다면 그에게서 나는 것이 분명하다. 무취라 함은 냄새의 정보를 알 수 없는 상황, 즉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냄새를 가진 것들은 위치를 파악하고 무엇인지 알 수 있지만 무취는 시각 이외에는 그가 이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눈을 감았을 때 그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예상할 수 있는 것은 그가 항상 이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자리에 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냄새를 가지고 알 수 없다. 삼원색을 더하면 검은색이 되는 것처럼 무취라 함은 모든 냄새를 품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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