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맘에게 가장 소중한 것
일요일인 오늘 내 생일이다.
엄마인 내가 가장 필요한것은 자유시간이다.
남편에게 얘기해서 세시간의 시간을 선물받았다.
겨울내내 겨울방학, 두아이 감기치레로 많은 날을 가정보육하고
겨우 몇일 등원했는데 다시 봄방학에 3월 적응기간이 닥쳤다.
게다가 첫째아이가 요즘 11시가 다되어 잠들기에 육퇴란 것도 없어져버렸다.
도무지 내 시간이 나지 않는 나날이다.
육아맘에게 시간은 너무 고마운 선물이다.
혼자서 두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놀아주고 하는 수고로움이 얼마나 큰지 안다.
육아동지의 부재가 얼마나 큰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남편이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그 어떤 선물보다 더 고맙게 느껴진다.
평소라면 남편에게 눈치가 보였겠지만 오늘은 내 생일이니까 일말의 미안함에서 벗어나 본다.
미역국 같은거 안끓여줘도 하나도 안섭섭하다.
애들때문에 질리도록 먹는 미역국.
남편도 얼마나 할일이 많은지 아니까
예전같았으면 서운했을 일도 괜찮게 느껴진다.
나에게 우선순위가 아닌것들을 남편이 챙기느라 에너지 낭비하는게 더 별로다.
생략할건 생략하는게 낫다.
36번째 생일.
더 이상 내생일이라며 만날 친구도, 부를 친구도 없다.
다들 바쁘게 사는데 싶어서 보고싶은 사람도 나혼자 잠깐 떠올려보고 만다.
그사람의 시간과 몸의 컨디션, 가정상황이 어떨지 몰라서.
누군가와 약속잡기도 어렵다. 주말에 나혼자 외출은 불가하고
평일에도 누구 만날라치면 서로의 아이에게 자꾸 무슨일이 생겨 미뤄진다.
그냥 미리 약속을 안잡는게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시간이 될 때 내가 하고싶은 일 혼자 하는게 제일 속편해졌다.
집 바로 앞 카페에 읽고 싶은 책과 글을 쓸 노트북을 챙겨왔다.
음료가 맛없고 비싼집이지만 지금 내게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공간이 혼자 집중하기에 좋고 집에서 가깝다는 것만으로 충분이 괜찮다.
잠깐 혼자서 햇볕을 쬐고, 여유있게 핫초코를 마시고,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해진다.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나에게, 남 챙길 여력이 없는 나에게
지인들이 카톡으로 보내는 축하 정도로 생일 기분 내기엔 충분하다.
사회와 단절된 육아맘을 기억해주는 이가 있다니 고마울 따름이다.
예전에는 생일을 특별하게 보내지 않으면 괜히 우울해지기 마련이었는데.
아침에 엄마생일이라고 두돌, 세돌도 안된 두 꼬물이들이
아빠따라 춤춰주고 박수쳐주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내생일을 혼자 보내고 싶어 무작정 집을 나왔지만
혼자가 아니라서 행복한 하루다.
집에 돌아오니 이런 깜짝 선물이^^
케이크 없어도 행복해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