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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이해 안 가는 아이 이해 하는 법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 바꾸기

by 이경희

아이를 잘 키우는 법이 아닙니다.

제 글의 메시지는 하나입니다. ‘엄마가 잘 살아남기.’

아이에게 화내지 않는 것도, 남편과 잘 지내는 것도 결국은 엄마가 마음 편해지고자 하는 거예요. 힘든 육아 속에서 엄마가 괜찮으면 아이를 잘 키우게 되는 건 자동적으로 따라오는 것 뿐.

아이가 이해가 안 가면 육아가 더 힘들어져요. 대체 쟤가 왜저러나 싶으면서 자꾸 화가 나게 되죠. 아이에게 미운 마음이 든다면 내 마음이 지옥이 될 거예요. 나를 위해서 아이에 대해 이해하려 노력하야 해요.아이를 바라보는 시선만 조금 바꿔도 훨 나아요!


둘째 태어난 후로 말 진짜 드~릅게 안 듣는 첫째가 너무 미웠었거든요. 나 이미 너무 지쳤는데 위험한 곳에 올라간다고 난리, 못하게 하면 난리, 외출 후 간단히 손만 씻기고 싶은데 본격 물놀이로 들어가는 너… 후… 근데 밉게 보기 시작하니까 계속 말썽쟁이 같고 예뻐 보이지가 않더라고요. 다른 누군가를 미워해도 내 마음이 지옥인데. 내가 가장 사랑해야 할 내 아이를 미워하게 되니 생지옥이 따로 없더군요. 그 시점에 새벽달님 인스타에서 “아이를 안쓰럽게 봐주세요”라는 글을 보게 됐어요. 아차 싶으면서… 제가 가장 바닥이 던 순간 그 말이 큰 힘이 되었네요. 그 후로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니 정말 아이가 안쓰러워 보이더라고요! (태교 시절 호기롭게 엄마표 영어 하고 싶다며 새벽달님 팔로우했죠. 그 후로 영어는 무슨. 대신에 인생 선배의 주옥같은 따뜻한 한마디 한마디로 힘 얻고 있습니다. )


자기도 크느라 고생 중 일 텐데 조금만 더 안쓰럽게 봐주세요. 조금만 더 기특하게 봐주세요. 그럼 아이에게 분명 화가 덜 날 겁니다. 애들에게 엄마가 세상의 전부인 시기. 엄마는 제일 힘든 시기인 것도 사실이지만요, 그래도 조금만 더 따뜻하게 사랑으로 다정하게 대해줘 봐요.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훨씬 예뻐 보여요.

지금은 힘든 것과는 별개로 두 아이 너~~~ 무 예쁘고 사랑스럽답니다 ^^



1. 아이는 어른과 다르다.


돌이 지나면 말귀를 조금 알아먹기 시작하면서 응애응애만 하던 시절과는 달라져요. 그때부터 다 컸다는 착각이 한 번씩 듭니다. 주변에서도 “다 키았네!” 이러시거든요. 하지만 말이 조금 통한다고 해서 아이는 작은 어른이 아닙니다.’ 어떤 부분이 다른지는 뇌, 발달과정에 대해서 얘기하려고요.


뇌에서 감정 및 충동을 조절하는 부분은 25세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사춘기 때나 20대 초반 ‘아프니까 청춘일 때’를 생각해 보면 그런 것 같네요. 그런데 우리 애들은 태어난 지 고작 얼마되지도 않았잖아요. 애들이 징징거리고 엄마 입장에서 말도 안 되는 걸로 난리를 친다면, 아직 뇌가 다 자라지 않았기 때문인 거죠. 생떼를 쓰고 있다면 ‘아~ 지금 우리 아이의 뇌가 이성적 기능을 못하고 충동적 기능만 활성화돼있는구나!’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아이는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능력이 더 낮기 때문에 어른보다 더 화가 쉽게 납니다. 어른이 피곤하면 쉽게 짜증이 나듯이, 아이도 피곤할수록 더 유연해지지 못하죠.


아이가 어른이 되기까지 단계별로 발달과정이 있습니다. (임용고시 공부할 때 그땐 시험을 위한 공부여서 학문적으로만 봤는데, 아이를 낳고 보니 현실적으로 와닿아요.) 여러 학자들의 발달이론 중에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 제일 좋아합니다. “다 순서가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봐요” 거든요. 아이들은 스스로 극복할 힘이 있고, 간혹 특별한 행동을 하더라도 믿고 기다려주면 결국 아이는 스스로 이겨낸다고요. 가르칠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배우고 자라는 존재라고요.


그 외에도 조금만 찾아보면 빠는 욕구가 있는 ‘구강기’, 잘 지내다가도 다시 불안을 느끼는 ‘재접근기’ 같은 게 있죠. 엄마가 아이의 발달 단계를 아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행동이 이해가 가니까요, 조금 덜 힘들어요.

둘째는 사랑이라고 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에요. 이미 한번 해봐서 대충 아이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아니까. 이유를 모르고 끝이 보이지 않을 때 사람들은 그 막막함에 더욱 지치게 돼요. 아무리 힘든 일도 끝이 있다고 생각하면 희망이 생기고 버틸만하잖아요. 저도 첫째 육아를 너무 힘들게 했지만, 둘째는 떼쓰고 드러누워도 웃겨요. 마냥 귀엽습니다. 요즘 재접근기라 엄마 목을 끌어안고 밤잠을 자기도 했어요. 엄마가 어디 가버릴까 봐 늘 불안해하고, 안고 있어도 안으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래도 시기가 지나면 그런 행동들이 끝날 걸 아니까. 재접근기라는 시기를 잘 넘겨야 아이도 부모와 분리가 잘 이루어지는 걸 아니까 힘들어도 괜찮더라고요. 나보다도 아이가 더 힘들 거라고 생각하면 아이가 좀 안쓰러워지고요. 한 뼘 더 자라는 과정이라고 보니까 또 기특해 보여요. 아, 어금니 날 때도 새벽에 자꾸 깨서 힘들었지만 아이가 많이 아픈가 보다 싶어서 짠했어요.



2. 말 안 듣는 아이 → 자기 생각이 있는 아이


엄마 말 잘 듣는 아이가 꼭 좋은 것도 아니에요.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라고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진정 아이를 위한 것 아니라 내가 편하려고 하는 것도 많거든요. 뭘 못하게 할 때 중에 내가 번거로워지니까, 시간 없어서 그럴 때도 있잖아요. 엄마가 아이를 자꾸 ‘말 잘 듣는 아이’로 통제하려고 하면, 아이는 자기 주관과 자기 생각을 가진 아이로 자라나기 어려울 거예요.


학교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아이도 꼭 좋은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건 엄마 입장, 선생님 입장에서 좋은 것뿐이죠. 세월호 때 아이들이 왜 그렇게 많이 참사를 당했나요? 방송에서 선장이 가만히 자리를 지키라고 했기 때문이에요. 자기는 팬티바람으로 탈출했으면서. 너무 안타까워 많이 울었어요. 선장 말 안 듣고 아이들이 일찌감치 자리를 박차고 탈출을 시도했다면 얼마나 많이 살았을까.. 극단적 예시 같지만 저는 교실에서 아이들 가르칠 때 이 얘기 꼭 합니다. 어른들이 하라고 하는 말들 꼭 다 들을 필요 없다고.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 너희의 판단이 맞을 수도 있다고. 혹시 아니더라도 스스로의 선택에는 배우는 게 있을 거라고. 그러니 우리 아이가 부모의 말을 잘 안 듣는다면 ‘꼭 내 말이 다 맞는 건 아니지~ 네가 맞을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해 보세요. 아이를 고집쟁이로 만들지 말고요.


어른들은 더 많이 경험했고,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기에 옳다고 믿죠. (이른바 꼰대.ㅋ) 힘이 약한 아이는 어른들이 만든 규칙을 따를 수밖에 없도록 하고, 말 잘 듣는 아이는 칭찬을 받지요. 하지만 자유로운 사고가 없는 세상은 더 나아지지 않잖아요. 이제는 말 안 듣는 아이를 다르게 생각해 봐요. 나보다 나은 생각을 가진 아이, 자기 주관이 있는 아이, 혼자 살아갈 방법을 아는 아이, 다양한 관점을 가진 아이, 나랑 다른 세대에 태어난 아이. “아이는 나보다 낫다!!” 솔직히 우리도 부모님 말 잘 안 듣잖아요. ㅎㅎ


3. 다 해줘야 하는 아이 → 혼자 해 볼 기회가 없었던 아이

아이의 모든 일을 내가 해결해줘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요. 다 해줄라니까 더 힘든 거예요. 아이도 독립해야죠. 혼자 밥 먹고, 혼자 화장실 가고, 혼자 옷 입을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려면 한발 물러서서 있자고요. 엄마가 아이가 해 볼 기회를 다 뺏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 기저귀 아이가 앞뒤 거꾸로 입으면 안 고쳐주고 알려만 줍니다. 신발도 좌우 바꿔 신어도 알려만 줍니다. 가디건 단추도 구멍이 안 맞게 채워도 그냥 놔둬요.(물론 보고 있는 엄마 속 터짐 주의.ㅋ) 엄마 보기에 마음에 안 들어서 그렇지, 그냥 둬도 별일 안 일어납니다. 오히려 본인이 불편함을 느끼면 다음번에 더 잘해요.

직장 상사가 “잘했지만 내가 다시 할게.” 하면서 혼자 힘으로 해 놓은 거 다 갈아엎으면 저는 기분 나쁠 것 같아요. 한 번에 바로 잘하는 사람 없잖아요. 시행착오를 거쳐야 점점 더 잘 해내죠. 엄마 손을 다 거쳐야만 하는 게 더 힘든 거예요. 좀 부족해도 아이가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영어 단어 중에 ‘돌보다’가 ‘look after’잖아요. 아이를 돌보는 일은 한걸음 뒤에서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게 맞아요. 아이를 독립된 인간이 되도록 하는 것과, 아이를 방임하는 것은 한 끗 차이라고 봐요. ‘관심’이 있냐 없냐. 혼자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엄마는 관심만 있으면 돼요.






우리나라 부모들의 경우는 대부분이 관심이 너무 높아서 문제죠. 내가 아이에 너무 과몰입 돼있는 것 같다고 느낄 때는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옆집 아줌마”로 바꾸면 됩니다. (옆집 아줌마 요법이라고나 할까요?) 모든 일에 전전긍긍하지 말고요.

“옆집 애기가 밥을 잘 안 먹는다고? 요즘은 영양과잉인 시대라 굶어 죽는 일은 없을 거야. 배가 덜 고픈가 보지~ 원래 잘 먹다 안 먹다 그래~ 너무 걱정 말고 좀 기다려봐. “ 이러고 말겠죠.

“아이가 너무 공부를 안 한다고? 요즘은 공부로 먹고사는 시대는 지났잖아. 공부잘한다고 다 행복하게 잘 사는것도 아닌던걸. 아이가 좋아하는 걸 잘 찾아봐. “ 약간은 물러나서 보는 시각도 필요합니다.


우리 집 쪼꼬미 두 아이들 데리고 어디 외출이라도 하면 꼭 한 번은 듣는 말. “아이고~ 제일 예쁠 때다” (음~ 나는 우리 애들 제발 하루라도 빨리 컸으면 좋겠는데!! 저 말을 정확하게 수정해서 말하면 ‘제일 힘들고 제일 예쁠 때다’ 겠죠. ㅋ)

일 년 전 오늘 사진첩 보고 깜짝 놀랐어요. 지금 우당탕탕 빌런인 아들이 꼬물꼬물 기어 다니고 있었거든요. 지나고 보니 시간 참 금방 가는구나.. 그 지나가는 과정이 힘들어서 소중한 장면들 놓치고 있지는 않으세요? “제일 예쁠 때다~”이 말은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하는 소리일 거예요. 다시는 볼 수 없는 우리 아이가 아기일 때 모습이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워서. 지나고 보니 애들 금방 커버리는데. 그때는 내가 아이를 꼭 많이 안아줘야 할 때였구나. 내 힘듦에 갇혀 아이의 예쁨을 놓치지 말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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