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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Mar 05. 2023

2-1. 육아맘, 남편이 00할 때 가장 화가 난다.

공감해 달라는 거, 고생을 알라 달라는 얘기다.

시어머니께 울면서 전화해서 남편 흉을 본 적이 있어요. 조리원 끝나고 집에 와서 밤에 쿨쿨 자는 남편을 보고 어찌나 열이 받던지요. 아직 몸이 성치도 않는데 온 만신이 결리는 새벽 수유, 혼자 하니 어찌 서럽던지요. 아기는 대체 언제 통잠을 자는 건지... 결국 새벽 세시에 너무 열받아서 자는 남편 깨워 고래고래 울며불며 소리 지르고 싸우고. 그러고도 분이 안 삭아서 아침 댓바람부터 엉엉 울면서 시어머니에게 전화해서 당신 아들 이렇다 나만 힘들다 하며 하소연했네요. 다행히 시어머니가 좋은 분이셔서 저 달래주시고 남편에게 전화로 쓴소리 해주셔서 잘 넘어갔습니다만. 지금 생각해 보니 진짜 이불킥이네요.ㅋ 그래도 그때는 그렇게라도 안 하면 죽을 것 같은 심정이더라고요.



이상하게요, 나 혼자 있을 때 빨래 돌리고 요리하고 아이 볼 때는 분명 기분이 괜찮았는데, 옆에 남편이 존재하게 되면 왜 그렇게 열불이 터질까요. 소파에 누워 잠깐 게임하는 남편을 입 안 대고 가만히 두는 게 왜 그렇게 어려울까요. 똑같은 일을 해도 남편이 옆에 그냥 있으면 더 화가 나요. 꼴도 보기 싫어지고요.  



“ 내가 지금 고생하고 있는 거 안 보여?”



육아맘이 남편에게 가장 화가 나는 포인트는 이거예요. 고생을 몰라줄 때. 아내가 힘들어 보이면 최선을 다해 쫌 도우라고.!



많은 아내들이 남편이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며 속상해하고 화를 냅니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남편에게 공감을 해달라는 것도 다 내가 고생하고 있음을 알아달라는 거예요. 남편에게 그 뜻을 전하고 위로받고 싶었던 것뿐인데 이미 짜증이 났기 때문에 말이 곱게 안 나가죠. 이에 갈등이 생기는 겁니다.





힘든 걸 알아줬음 하는 내 마음과 달리 자꾸 엇나가는 남편과의 관계. 무엇이 문제일까요?


1. 나도 힘드니까 너도 힘들어야 공평하다는 생각을 버리세요. 남편 때문에 내가 고생을 한다는 생각도 버리세요. 그 생각이 나를 더 힘들게 해요.


"너는 아이가 태어나고 큰 변화 없잖아. 나는 몸도 다 상하고 경단녀가 돼서 아이랑 집에서 맨날 씨름하고 있는데!! 남편이 안 알아주면 누가 알아주냐??"  


푸석하고 후줄근한 차림으로 나는 아이랑 지지고 볶으며 집에 있는데. 말끔하게 차려입고 출근하는 남편을 보면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힘들수록 더 커지는 그놈의 보상심리가 뭔지. 애 낳고 어디 갈 때도 없으면서 기저귀 가방이면 충분할 거를. 비싼 가방이라도 하나 받아야 괜히 속이 풀립니다. 애 낳고 시댁의 ‘시’ 자가 싫어지는 이유가 며느리 고생하는 거는 안 알아준다 이거예요. 아들과 아기만 궁금하고 이미 고생하는 며느리는 안중에 없는 게 싫은 거죠. 애 낳고 나와 친정엄마가 고생하는 만큼 남편과 시어머니도 고생해야 한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 미운 마음이 발동합니다. 당신 손주 자식 낳아줬으면 키우는 건 좀 알아서 해줬음 싶은 마음요. 안 도와줄 거면 돈이라도 좀 주던가 싶어요. 내 고생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 자꾸 나를 더 괴롭혀요.


여러분, 그래도 팩트는 남편이 조금이라도 덜 힘들어 야그만큼 육아를 더 많이 도와준다는 거예요. 남편이 덜 힘들어야 아내의 마음에 귀 기울여주고 더 공감해 줄 여유도 생깁니다. 힘든 만큼 덜 도와주고 덜 힘든 만큼 더 도와줄 수 있어요. 내가 쏘아붙이기 시작하면 남편은 이미 정신적으로 힘들어져요. 남편이 괜찮아야 부부의 공동업무를 많이 커버해 줄 수 있어요. 내가 나쁘게 나가면 상대도 나쁘게 나옵니다. 상대방의 마음이 삐뚤어지고 빈정상하면 돌이키기가 더 힘들어요. 도와주고 싶은 마음조차 씨를 말리는 거예요. 내 유일하고 소중한 전우를 내가 죽이는 것은 바보 같은 짓입니다. 그리고 꼭 남편 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 건 아닙니다. 결혼 출산 모두 결국은 내 선택이었으니까요.


남편과 누가 누가 더 힘든가 배틀하지 마세요. “나는 뭐 노는 줄 알아? “ 레파토리로 싸움이 시작됩니다. 힘든 건 모두가 힘듭니다. 동네방위도 자기가 제일 힘들다는 말도 있잖아요. 힘든 거 배틀하면 결국 서로 서운해지기 마련이에요. 남편도 일하랴 아내 눈치 보랴 퇴근 후 애들 보랴 힘들어요. 나만 힘들어 보이지만 그와 내가 처한 상황이 다른 것뿐입니다. 똑같이 힘들어야 한다는 생각 말고 남편이 덜 힘들어서 나를 더 도와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게 나아요.




2. 때를 보면서 얘기하세요.


남편이 고생을 알아주고 공감해 주는 것도 아내의 말을 들어줄 여력이 있을 때나 가능합니다. 회사에서 너무 시달렸거나, 몸이 안 좋거나, 아내가 이미 달달 볶았으면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합니다. 나도 내 힘든 것만 보이지 남편 힘든 건 하나도 안보이잖아요. 남편도 마찬가지예요.


27시간 진통하고 응급제왕으로 첫애 낳은 그날밤. 입원실에서 페인부스터 눌러가며 누워있었습니다. 밤이 되고 자려고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니 낮에 그 긴박하고 고통스러웠던 상황들이 하나씩 곱씹어지며 눈물이 났어요. 호흡 연습부터 아기 잘 낳아보려고 공부도 준비도 많이 했는데 속상하기도 했고요.

남편에게 한마디 했죠. “여보야….. 나… 계속 눈물이 나…..” 저는 당연히 남편이 고생했다고 이제 몸 잘 회복하자고 푹 자라고 토닥토닥해줄 줄 알았거든요. 0.1초 만에 돌아온 단호박 대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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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 때문에 그래.”

설령 호르몬 때문에 그렇다 치더라도, 본심이 그렇더라도 오늘 출산한 아내에게 말은 좀 따뜻하게 해줬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얼굴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누워서 폰게임하며 무미건조하게 답을 하다니. 그러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없었습니다. 휴.ㅋ 아프고 힘도 없어 그냥 혼자 좀 울다가 잤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고 하는 말이 자기도 그땐 너무 힘들었대요. 진통 내내 같이 마음 졸이고 갑작스러운 수술준비에 입원준비에 계속 심부름하고 응급상황되니 정신없고 겁도 나고. 상황종료되고 그나마 한숨 돌리며 휴식 중이었대요. 제 남편 공감능력이 괜찮은 편인데도 그런 걸 보며 깨달았죠. ‘아 사람은 자기가 힘들면 남이 힘든 것까지 헤아려주기는 어렵구나. 고생 알아달라고 징징거리는 것도 때를 봐가면서 해야겠구나. 안 그럼 싸움 나겠다.‘   


고생을 알아달라고 말할 때는 상황을 봐가면서 하세요. 남편이 나의 힘든 마음까지는 헤아려주지 못할 상황일 때 실컷 말해놓고는 내 맘 안 알아준다고 투덜거리지 말고요. 그리고 남편 말고 힘듦을 해소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다른 창구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남편은 내가 기대하는 대로 절대 해주지 않으니까요.   



3. 육아 스트레스의 화풀이 대상이 남편이 되면 공감을 받기 어렵습니다.


남편 회식 때마다 부부싸움이 생겼었어요. 요즘은 반대로 남편이 회식하고 늦게 들어오면 고생했다고 말해줘요. 오늘 애들 어땠는지 힘든 일은 없었는지 물어보고 이야기도 잘 들어줘요. 어깨도 주물러 주고 주말에 한 세 시간 나갔다 오라고도 해줍니다. 남편 말 한마디로도 힘들고 짜증 났던 마음이 금방 풀려요. 늘 싸우던 날이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열쇠는 나에게 있었어요. 남편의 위로와 공감을 얻고자 한다면 아내가 화가 나서 먼저 퍼붓지 않아야 가능합니다. 내가 화내지 않아도 남편은 이미 알고 있어요. 늦게 집에 들어가면 아내가 힘들다는 걸요. 잘해주고 싶은 마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가도 아내가 화내는 순간 쏙 들어갈걸요.


참 아이러니하죠. 너무 화가 나서 화를 내면 그 화살은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 힘든 육아의 화풀이를 하지 않아야만 다시 남편의 배려를 받을 수 있다는 것. 나의 화와 나의 스트레스를 남편한테 풀지 마세요. 다른 방법 많습니다. 남편에게 괜히 화풀이하면 공감해주고 싶은 마음마저 사라지게 됩니다.





남편이 아침마다 출근할 때 현관을 나서면서 나에게 “여보야 고생해”라고 말해주는데 저는 그 말이 참 좋아요. 내 고생과 수고로움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낮에 애들 어린이집 보내고 잠시 자유시간이 있을지언정, 내가 논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서요. 남자들 중에 육아휴직이 쉬는 건 줄 아는 사람 많아요. 엄마가 집에서 살림하는걸 집에서 논다고 표현하는 사람도 많아요. 그런 생각은 절대 하지 않도록 일상을 공유하며 내가 뭐하는지 잘 알려주세요.


집 치우면 비포어 애프터 사진 찍어 보냅니다. 애들이 먹는 걸로 엉망으로 만들면 사진 찍어서 보내놔요. 혼자 둘이 목욕시킬 때도 꼭 사진 찍어 보냅니다. 혼자 애들 데리고 병원 갔다가 어떤 애로사항이 있었는지 말해줘요. 길바닥에서 떼쓰고 난리 나면 영상 찍어 보냅니다. ‘아이고~ 우리 마누라 진짜 고생하네’ 싶은 생각이 절로 나도록요. 파스 붙일 때는 혼자 할 수 있어도 꼭 붙여달라고 합니다. 듣기 싫게 징징거리는 것보다 극한 상황의 사진 한 장, 파스 좀 붙여달라고 담백하게 말하는 게 훨씬 더 효과 있을 수 있어요.


괜히 가만히 있는 남편 잡지 말고 잘 표현해 보세요. 포인트를 잘 전달해야 위로와 공감을 받을 수 있어요. 이러나저러나 육아에 치인 우리가 남편에게 자꾸 화를 내는 이유는 결국 이거잖아요. “여보야! 나 오늘 진짜 고생했어! 우쭈쭈 좀 해줭!!!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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