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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Apr 28. 2023

돌부터 아이에게 아이패드를 들이밀었다

영상노출 이왕할거면 화끈하게

우리집은 아이 둘다 돌 시점부터 영상을 노출했다. 이론적으로는 두돌 이후로 노출하는 것이 바람직 하지만 어디 육아라는 것이 이론대로 될리가 있나. 밥도 제대고 못먹고 하루하루 죽겠는데 ‘영상물’이라는 비빌언덕은 힘든 육아의 한줄기 빛이었다. 엄마가 너무 힘들어서 틀어주는 티비라면 조금은 관대해져도 괜찮지 않을까한다.


첫째 딸아이는 돌부터 “뽀로로와 노래해요”를 보기 시작했다. 아직 어려서 스토리는 이해하기 어려우니 노래부터 시작한것이다. 똑같은걸 계속 반복해서 보여주니 점점 더 잘보게됐다. 둘째 아들도 ‘제발 좀 봐라’는 심정으로 돌부터 아이패드를 하나 더 구입해서 들이밀었다. 딸에비해 아들은 언어발달이 더 느리고 더 활동적이라 그런지 한동안 전혀 보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끈임없이 움직이며 다른 재미난 활동을 훨씬 즐겼다. 17개월이 넘어서야 조금씩 보기 시작했다. 둘째가 만화를 보기 시작하며 우리부부는 드디어 좀 살것 같다며 박수를 쳤다.



교육의 목적도 아니고 오로지 엄마 편하려고 영상을 노출한 것이 자랑은 아니다. 그래도 나같은 의지박약 보통미만의 엄마에게 현실육아에서 영상은 꼭 필수다. 누구라도 육아가 힘든 엄마라면, 영상노출 이왕할거 화끈하게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영상을 보여주는 것에 아이를 망칠것 같은 불안을 가진 엄마들이 많다. 소신있게 안보여줄거면 끝까지 보여주지 않는것이 제일 좋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가 편하고 싶어서 틀어줘 놓고는 왜 스스로 마음 불편해 하는가. 엄마가 필요해서 이미 틀었으면 쿨하게 보여주고 죄책감 갖지 말자. 특히 식사준비나 외출 준비할 때, 외출 후 숨 고를 때, 엄마 또는 아이의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영상물은 큰 도움이 된다. 영상물의 순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현명하게 이용하면 된다.




아이가 기관을 다닌다면 실제로 집에서 영상 보는 시간은 길지 않다. 평일에는 아무리 많이 봐도 두시간 정도일 것이다. 그정도 영상 본다고 해서 아이가 발달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주말에 티비를 하루종일 틀어 놓아도 아이들이 스스로 지겨워하며 계속 보지도 않는다. 넋이 빠진채로 몇시간씩 볼 집중력도 없다. 왔다갔다 거리고, 과자도 먹고, 엄마에게 말도 걸고, 장난감도 만지작거렸다가 그렇게 보다 안보다 한다. 어떨때는 티비 좀 봐라고 해도 귀신같이 엄마가 놀아주기 귀찮아서  틀어준다는걸 알고 거부하기도 한다.






영상시청에 대해 나쁜 인식을 가지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아이가 바보될까봐 걱정한다. 언어발달이 늦을 것 같고 유사 자폐증이 생길 것 같고, 주의력결핍장애가 생길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다. 이것은 영상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아기들에게 부모가 말도 걸지 않고 아무런 반응이나 자극 없이 오랜기간 계속 영상을 노출시켰을 때 일어나는 일이다. 이처럼 극단적인 일은 현실에서 극히 드물다. 적어도 티비 노출을 걱정하는 엄마라면, 영상 보여주는 걸로 마음이 불편해지는 엄마라면 마음을 놓아도 괜찮다. 미디어 사용에 시간제한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 부모 밑에서는 우려하는 만큼 심각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엄마들은 아이들이 미디어에 중독에 될까봐 걱정한다. 스마트폰이나 티비 자체는 문제가 없다. 중독이 된다면 그것은 아이에게 다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조절력을 믿어라. 처음 미디어에 노출 되었을 때는 계속 보고싶어 하지만, 오히려 계속 보여주면 아이도 크게 미련이 없어지고 조절력이 생긴다. 보여준다고 계속 보는게 아니라 어느정도 시청한 후 스스로 다른 놀이 활동을 하려 한다. 한동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 아이들도 ‘이것까지만 보고 그만보자’는 엄마의 말을 알아듣고 실랑이가 줄어들기도 한다. 일정 시간 시청 후 스스로 종료할 줄도 안다. 계속 보려고 하는 날은 중독이 아니라 컨디션이 안좋을 때다. 피곤하고 몸이 안 좋을때, 다른 활동이 귀찮아 편하게 휴식하고 싶은 것 뿐이다. 우리도 그렇지 않는가.






나와 남편은 티비(영상물)에 허용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만화를 본다고 뇌가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보여주는대로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지 않는다. 이해가 되지 않는 말과 화면일때는 의미없게 느끼고 어차피 집중하지 않는다. 재미없는 것은 다른걸 틀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말이 트이지 않은 아이도 쉬운 만화를 보면 스토리를 짐작하고 킥킥거리며 웃기도 한다. 노래도 즐길 줄 알고 흥을 내기도 한다. 좋아하는 캐릭터가 생기기도 한다. 만화를 보는 중에도 엄마에게 늑대가 나타났다고, 괴물이 나타났다고 알려주기도 하고 위기 상황에 몰입해 “어떡해!!!”라며 리액션 하기도 한다. 이모든 활동은 뇌가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증거가 아닌가. 만화를 보는 시간동안 다른 활동을 할 기회가 줄어든 것 뿐이지 뇌가 정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니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둘째, 아이가 만화를 보면서 배우는 것이 많다. 티비는 더 이상 우리가 생각하는 아이를 멍청하게 만드는 바보상자가 아니다. 아이가 만화를 보면서 세상에 대해 아는 것도 많아지고 새로운 단어도 습득하며 어휘력이 많이 늘었다. 노래도 배워 따라 부르고, 어설프게 영어노래도 따라 부른다. 춤과 율동을 따라하기도 한다.  우리 부부는 책을 별도로 읽어주지도, 노래를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저런걸 어디서 배웠지 싶은 것은 다 만화를 통해서였다.


한번도 사용한적 없는 표현들, 아이가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 친구 관계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감정과 인성을 다루는 내용부터 기본 생활 습관 형성까지 만화를 통해 즐겁게 배우는 것이다. 뽀로로, 엄마까투리, 콩순이, 똘똘이, 달님이, 핑크퐁, 슈퍼다이노, 고고다이노 등 아이들 만화를 보고 있으면 재미도 있지만 그 내용 속에 배울 점들이 내가봐도 늘 보였다. 심지어 “엄마가 사랑해” 인성동요를 듣고 내가 감동해서 눈물이 난 적도 있었다.


만화가 끝나고 생활속에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안돼” “장난감을 던지면 안돼”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야지” “손은 깨끗이 씻어야지” “야채도 골고루 먹어야해” 라며 아이가 실천은 안되더라도 배운 내용을 다 기억하고 있다.    




셋째, 티비가 아이를 돌봐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핵가족화 된 요즘 시대에는 아이를 돌보는 일이 오롯이 부부 둘만의 일이 되었다. 잠시라도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 힘들 때가 있다면 영상물을 편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외출 준비할 때 티비를 틀어놓고 아이와 실랑이를 줄이며 빠르게 준비할 수 있다. 부모도 씻고 짐도 싸고 해야하지 않는가. 엄마가 식사 준비를 할 때도 아이와 놀아 줄 수 없고 뜨거운 것에 신경이 곤두서게 되니 이용할 수 있다.

주말에 아이와 24시간 붙어있으며 잠깐이라도 휴식이 필요할 때도 도움이 된다. 외식할 때도 만화를 틀어주고 최소한 맛이라는 것도 느껴야 하지 않겠는가. 둘째 아이 만삭때 몸이 너무 무거워 숨쉬기도 불편해서 15개월 된 첫째와 놀아줄 수가 없었다. 그 시절 뽀로로와 엄마까투리는 나에겐 나와 아이를 모두 돌봐주는 구세주 같은 존재였다.






아이들도 하나의 문화컨텐츠를 즐기는 것이다. 물론 티비를 부모와 아이가 함께 시청하면서 대화를 통해 상호작용을 하면 가장 좋다. 머리를 묶어주거나 옷을 갈아입히면서 같이 보게되면 어느정도 추임새를 넣어 줄 수 있지만, 사실 대부분은 엄마가 쉬고 싶어서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와 잠시 떨어져 있고 싶어서 보여주는 것이다. 불안해하면서 보여주면 이도 저도 안된다. 이왕 보여줄 거면 마음 편하게 보여주자.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휴식이 될 수 있도록.  



무엇이든 지나치면 독이 될 뿐이다. 적당한 영상노출은 나에게 도움이 되도록 이용하면 훨씬 육아가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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