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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May 22. 2023

노자에게 육아를 배우다

무위자연, 무위육아

내가 소개하는 육아 편하게 하는 법은 엄마가 내키지 않는 것은 안하는 것, 특별함 없이 엄마 좋을 대로 하는 것, 아이를 최대한 내버려두는 것이다. 한마디로 억지로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다. 내버려두는 것을 방치라고 표현하면 틀린 말도 아니다. 일일이 다 해주기 힘들어서 방치해두는 점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내 틀에 아이를 가두고 싶지 않은 마음이 훨씬 크다. 아이가 아무리 어려도 스스로 삶을 이끌어가고 깨우쳐 간다는 것을 충분히 믿는다. 사실 아무리 내버려두려고 해도 진짜로 내버려두는 것이 대한민국 엄마로써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방치’라는 말 앞에서 당당해지고 싶다. 그러나 방치육아라고 명명하기에는 내 좋은 뜻이 왜곡되는 느낌이 없잖아 든다.


앞으로 '무위육아'라고 부르기로 했다. 내 육아법을 뒷받침할 근거를 동양철학의 한 획을 그은 노자에서 찾았다. 노자는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이자 도가의 창시자로, 당대 최초로 사람이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 인물이다. 인위적인 것을 버리고 자연법칙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무위자연’을 주장하였다. 무위자연은 인간에게 있던 소박함, 즉 자발성에 근거해야한다는 행위 원칙이다. 노동보다는 휴식, 꽉 채움 보다는 여백, 적극성보다는 소극성을 통해 좀 더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는 것이다.


노자는 본연의 자기 모습을 바라보고 소박하게 살 것이며, 인간 사회의 문제를 인간의 잘못된 관념과 가치관으로 인해서라고 말했다. 자연의 질서에 따라 내버려두면 다 잘 돌아갈 것인데, 요란 떠는 사람들 때문에 혼란만 생긴다고 말했다. 기원전에도 사람들이 사는 세상은 비슷했나 보다.  






노자의 <도덕경>은 물론 육아에 대해서 말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 시선에서는 노자의 철학과 육아를 충분히 연결시킬 수 있는 지점이 많이 있었다. 노자는 갓난아이를 완전한 존재로 보았다. 자연에서 태어난 자연물 그 자체인 아이는 스스로 배움을 터득해가는 존재라고 하였다. 만물은 만들어지지만 다스려지지는 않는다는 말이 나는 꼭 육아에 대한 말로 해석된다. 아이는 자연으로 만들어졌으며 아무리 엄마라고 해도 다스릴 존재는 아닌 것이다.


내가 나서서 일을 벌이지 않으면 백성들은 스스로 넉넉해지고,

내가 무위에 머무르면 백성들은 스스로 알아서 하며,

내가 고요함을 좋아하면 백성들은 스스로 올바르게 되고,

내가 바라지 않기를 바라면 백성들은 스스로 순박해진다.


‘내=엄마’, ‘백성=아이’로 보면 육아에 딱 맞는 말이다.

노자가 말하는 자연은(自然) 스스로 그러함이다. 억지로 하려함 없이 스스로 그러하게 놔두는 것이 ‘무위자연’이다. 무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결코 아니다. 자연의 순리대로 행하고 인위적인 것을 제하는 것뿐이다. 요즘 그렇게 강조하는 ‘존중’의 개념과도 같다. 아이의 태어난 본성을 바꾸려하지 않고 그 자체로 존중하는 것이다. 아이 뿐만 아니라 엄마에게도 마찬가지다. 엄마도 자기만의 본성이 있을텐데, 모두가 똑같이 좋다는 것만을 향하는 육아는 고통스럽다. 그렇게 나는 내 마음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행하는 나의 육아법을 노자의 철학에 근거를 두고 “무위육아”로 명명하기로 한 것이다.






억지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 스트레스가 된다. 엄마도, 아이도 마찬가지다. 세상 편한 엄마가 되기 위해 자연스러운 육아를 추구하게 되었다. 또한 내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여 행동하기로 했다. 내키지 않는 것을 빼고 내가 좋을대로 하니 육아가 조금은 편해지기도 한다. 육아라는 것 자체가 절대 편할 수 만은 없지만 조금 편해지는 것 만으로도 효과는 크다. 한번씩 너무 힘들어서 엄마 노릇을 그만하고 싶을 때, 그래도 절대로 아이들을 두고 도망갈 수 없을 때, 이렇게 까지 억지로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면 좀 낫다. 최소한의 돌봄 노동만으로도 어찌어찌 굴러가지는 육아와 엄마를 좋아해주는 아이들을 보면 이미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위육아가 아이를 키우며 끝없이 드는 자괴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내 궤변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더이상은 못해먹겠는 고통스러운 육아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끝에 노자를 만나 마음이 편해지는 중이다.  


<노자에게 육아를 배우다>라는 매거진을 만들고 한편씩 글을 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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