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교육에서 나의 미래를 보았다.
입사 후 교육 연수를 받을 당시 늦은 밤 임원 분과 간단한 인사 자리가 있었다.
임원과의 자리는 역시 다른 건지 입사 전에는 먹어 본 적도 없는 위스키들이 깔려 있었고 같은 직무에 배정된 동기들이 주르륵 앉아 인사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동기들은 임원과의 자리인 만큼 패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질문에 큰 소리로 대답하며 자기소개도 멋지게 해내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나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찝찝한 기분이 들었고 그 자리가 상당히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다른 동기들은 모두 숙소에 있고, 교육 연수 기간에 음주는 퇴사의 사유가 된다고 말했던 사람들이 내 앞에 임원을 보좌하며 인사하는 자리라는 예외를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입사 교육을 받고 있는 첫 시작부터 폐쇄적인 자리를 만들고 그 속에서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우렁찬 목소리를 내야 하는 우리의 현실 때문이었을까?
뭐 여하튼 위스키는 좋은 술이니까 나는 인사 자리가 끝난 후 가장 늦게 나오면서 남은 위스키를 몰래 챙겨 동기들 방으로 신나게 달려갔다. 이러나저러나 좋은 술, 심지어 공짜 술 버리면 뭐 하나 다 함께 마셔야 진짜 동기 아니겠어?
대기업에 입사했다는 기쁨과 고연봉자라는 쓸데없는 거만함의 결과가 무엇일지 어쩌면 나는 그 자리에서 이미 모두 알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회사 생활에서 가장 즐거웠던 건 좋은 선배들과 함께 일하며 새로운 일을 계속 배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나 큰 회사인 만큼 큰 세상을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다는 건 너무나 설레는 일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큰 회사인 만큼 그 단단한 틀에서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너무나 좁았다. 인사팀에서 일했던 내가 인사 규정을 근거로 잘못을 바로잡고 직원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새로운 기획을 제시했지만 나에게 위스키를 선물해 준 임원들은 변화를 싫어했고 인사 규정을 근거로 바로잡은 노력은 내가 잘 보여야 했던 임원들이 자신의 이득을 위해 엿 바꿔 먹는 고철에 불과했다.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높이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임원이었고 그 자리에 이미 앉아 있는 사람은 처음부터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었다. 그 대단한 임원들로부터 나는 내 회사 생활의 미래를 볼 수 있었고 그 현실을 실제로 경험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