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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by 나무
화면 캡처 2021-03-14 192651.png

6년 전 계약직 시절에 만난 친구가 있었다.


예쁘고 늘씬한 그 친구의 자리에는 항상 화장품이 놓여 있었고 근무시간에도 업무보다는 어느 옷이 예쁜지, 미용실은 어디로 가는지, 성형수술 계획을 메신저로 전했다.

그 당시 나의 자리에는 영어 책이 놓여 있었고 정규직을 향한 열망에 가득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나는 정규직이 되었고 그 친구는 다른 회사 파견직이 되었다.

그러나 6년 후, 현재 그 친구는 집에서 우아한 생활을 하고 있고, 나는 여전히 회사생활에 치이며 근근이 살고 있다.


그 친구는 그때 만난 과장님과 4년 연애 후 결혼했기 때문이다.


예전의 전무님의 말처럼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야 한다고

공부 그만하고 좋은 남자에게 시집이나 가라는 말에

불쾌했던 나는,

요즘따라 그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새삼 느꼈다.


한동안 자괴감이 들어서 열심히 노력했던 과거의 나를 부정했다.

매일 성형수술 사이트에 들어가서 예뻐진 그녀들의 후기를 검색했지만 나는 병원을 찾아갈 수 없었다.


이미 되돌리기에는 내가 너무 늙었다.


내 방에는 화장대 대신 책상이 있다.

거기에 놓인 많은 책들,

수많은 낙서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갈망했던 흔적들,

살아 있음에 환희를 느꼈던 순간이었다.


분명 다시 살아도 예쁘지 못한 나는 공부했을 것이다.


오늘도 조막 난 거울을 바라보며 덕지덕지 화장품을 칠해서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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