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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Mar 09. 2022

도시의 감정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잘 지내세요.’


함께 일한 동료들이 회사를 떠나간다.


그들이 여기보다 훨씬 더 좋은 곳으로 갔음에도 불구하고, 내 주변 누군가의 부재가 불편하다.


사소한 얘기를 나누던 정답던 이들이 없다는 것,

따로 약속을 잡고 만나야 하는 그들과의 교류가 이어지기 쉽지 않다는 것을 오랜 이별을 통해 체득해온 까닭이다.     


친한 동료에게 그 얘기를 슬쩍 꺼냈더니,

‘어차피 회사 내 인간관계는 그런 거 아니야?’ 내가 너무 예민하다는 투로 답변을 들었다.     


친한 동료의 말처럼, 난 항상 이별이 어렵다.     


처음 사귀던 그를 잊는 데도 오래 걸렸고,

회사 동료와 헤어짐에도 울먹였고,

고생한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났을 때 속상했으며,

키우던 강아지의 이별을 받아들이는 데도 오래 걸렸다.     


그때마다 주변의 사람들은 내가 예민하고 감정적인 탓에,

바쁜 세상에 그런 감정들은 사치라며,

시간이 지나면 잊힐 것이라는 위로가,

그 위안이 내게 와닿지 않았다.


내가 느끼는 형용할 수 없는 상실감을 아무렇지 않게 여겨지는 것 같아서 오히려 나는 그들이 차갑게 느껴졌다.     


콘크리트 벽에 둘러싸인 이 도시가 사람들을 냉정하게 만든 것인지,

차가운 도시의 바람이 여린 그들의 마음을 얼려버린 것인지,

어쩌면 우리는 이 도시를 살아내기 위해 마음을 얼려야 했는지,     


몇 년을 같이 일한 동료도

몇 년의 세월을 공유한 대상도

몇 년을 고심한 일들도     


감정이 거세되고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어른인 것처럼

어떠한 감정에 매몰되는 것이 수치가 되어 버렸다.     


모든 감정은 잔여가 남고,

관계에는 미련이 남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내야 하는 현대사회,


우리에게는 항상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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