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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까우니까청춘이다 Sep 07. 2023

안녕과 안녕 사이가 너무 짧았던 우리

8주차에 초음파에서 심장 소리를 확인하지 못했고 

한 주를 더 기다렸다. 물론 다시 심장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이제 9주차 여전히 내 몸은 미련이 많이 남아 아이를 보내주지 못했고 

나는 그런 내가 답답하고 입덧이 답답해 어서 멈추고 싶었다 


지피 앞에서 대성통곡을 하고 레퍼럴을 받아 하루를 기다려 병원 예약을 잡았다 

이 병원을 미드와이프 보러 올 줄 알았는데 반대의 이유로 찾게 되었다.  


호주에서는 일주일 정도 차이를 두고 초음파를 해야 정확히 

유산선언을 할 수 있는데 나는 6일 뒤에 다음 초음파를 했기 때문에 다시 하자고 하였다 


그렇게 나는 아이와 다시 마주했고 왜인지 초음파하는 내내 눈물이 났다

그리고 나는 그 모든 것을 임신호르몬의 탓으로 돌렸다  

그렇게 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나의 임신실패를 증명하고 소파술을 예약할 수 있었다. 


그 다음날 오전 7시에 병원문을 들어섰다 

나는 당장 죽는 병이 아니라 당장 심각한 이들이 들어오면 한 걸음씩 뒤로 밀렸다 

병원 침대에서 많은 이들의 고통을 들으며 

애써 웃어보려 했고 최대한 담담한 사람인척 해보고 싶었다 

한 간호사는 자기도 유산했지만 벌써 자식이 셋이라며 

괜찮을 거라고 했다. 나도 안다 괜찮겠지 근데 현재가 너무 슬프다. 

사실 나도 이 정도로 슬플 거란 생각 안해봤는데 여전히 슬프다 

임신호르몬 탓인가? 


하지만 사람들의 위로를 들을 때마다 

눈물이 쏟아졌다 나는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온 병원을 돌아 다녔다 


수술 전에 의사가 다가와 이렇게 만나게 되어 유감이라며 

한 번 더 나를 울려버렸다 나는 토끼눈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회복실에서는 마취도 금방깨고 돌아와 

12시간의 금식 끝에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었다. 

호주 병원은 느리지만 따뜻했다 

사랑을 느끼고 왔다. 

하지만 그 뒤에도 여전히 운다

그렇다고 항상 슬픈 건 아니다 


아직 딱지가 앉은 자리에 새살이 돋지 않아 

불안정할 뿐 

가끔가다 실수로 건들여지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고는 한다. 


나에게 와주지 못했던 봄 

그래도 봄은 겨울보다 강하니까 

너도 나에게 와 줄 날이 오겠지? 


글이 주는 치유의 힘을 나는 믿는다 

그래서 오늘의 슬픔을 기록으로 남겨본다 

네이버 블로그에는 아는 친구들이 있어

누구도 모르는 광장 한 가운데에 나의 이야기를 놓아본다 

3주간의 임신이었으니 삼주가 지난 오늘 뒤에는 조금 잊혀질 수 있을까? 

나와 같이 유산에 관한 오만 블로그를 찾아 볼 누군가에게 

소소한 위로를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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