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아~~ 중간고사가 끝났다.
누구의 중간고사냐고? 나의 중간고사다.
중간고사 치르느라 어깨며 머리가 한 짐이었는데 끝났다고 생각하니 한결 가벼워졌다.
나는 늦깎이로 사이버대학에 다니고 있다.
처음에는 와~ 나도 대학생이 되는구나! 이런 생각을 했었다.
캠퍼스 생활 그리고 학우들의 생동감은 느낄 수 없지만 내가 이 나이에 공부하고 대학생이 된다는 부푼 꿈에 그저 설레기만 하고 아무런 준비 없이 시작하게 되었다.
대학 진학을 할 수 있었던 건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졌다.
남편의 지인을 통해 사이버대학에 추천서도 받고 장학재단에서 장학금도 받아서 등록금 납부 없이 배울 수 있게 되었다.
늦게 시작한 공부가 부담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 마음에 하고자 하는 욕구가 샘솟았다.
남들이 들으면 그 나이에 무슨 대학이냐고 하겠지만 나는 그저 좋기만 했다.
물론 두려움도 있었다. 시험이 가장 두렵고 리포트 써내는 것도 두려고 막막할 것 같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내가 그런 꼴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등록하고 벌써 일 년이 지나 올해 2학년이 되었다.
1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다.
왜 대학에서 공부하는지 조금 알게 되었다면 건방진 것일까?
교수님들의 말씀을 들으며 나의 무지함을 알게 되었고 한 단어 단어마다 의미가 다르고 다시 새기게 되었다.
1학년 때 과목 선정하면서도 어떤 건지 몰라 헤매었는데 2학년이 되어 조금은 눈에 들어오는 과목과 학과도 보였다. 눈에 드는 과목은 궁금증이 일어 욕심이 났다.
그래서 전공과목이 아닌 타 전공과목의 강의도 궁금해서 듣게 되었다.
그 욕심이 화를 부른 것인지 과목마다 따라가기에 바쁘고 도통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서 고생이다.
시험은 역시 어려웠다.
시험이 아무리 오픈북이라지만 뭐라도 알아야 풀고 찾고 할 것 아닌가?
열심히 요점 정리도 하고 포스트잇이 빼곡히 붙였다.
제발 시험시간에 잘 찾고 따라가길 바라면서 집중도 하고 이렇게 하면 찾을 수 있겠지? 아니 달리 해야 하나 고민하며 포스트잇도 붙이고 정리도 한 것이다.
잘 보든 못 보든 일단 시험이 끝나니 뒷목에 빳빳했던 것이 언제 그랬냐는 듯 스르르 풀린다.
와 ~~ 이래서 나 더 늙겠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에 스친다.
막둥이가 조심히 물어본다.
막둥이: 엄마! 시험 끝났어요?
나 : 응. 끝났어^^
막둥이: 그럼 100점 맞았어요?
나 : 어? 그건 아직 모르는데? (순간 머리에 지진이 났다.)
막둥이: 아~ 그렇구나! 언제 점수 알아요?
나 : 좀 있어야 하는데... (점수가 나와도 못 가르쳐줄 것 같다.)
막둥이: 엄마가 엄청 엄~~ 청 잘 봤으면 좋겠어요!
나 : 응 엄마도 그랬으면 좋겠어^^;;
(식은땀이 난다. 막둥이한테 받아쓰기 잘 봐야 한다고 했던 생각이 난다.)
이럴 때 내가 했던 말이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오는 것을 느낀다.
늦둥이 아들 받아쓰기 점수와 나의 시험 점수 대결을 해야 하는 상황이 우습고 난감하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열심히 해야 한다. 막둥이에게 점수를 떳떳이 말하려면...
막둥이 보기 떳떳하려면 피눈물을 머금고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아이들 눈이 제일 무섭다.
졸업 때까지 막둥이 눈치를 봐야 할까? 대략 난감이다.